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정민 기자|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가 끝나자마자 이준기는 장태산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일부러 온통 노란색으로 머리 염색을 하기도 했고, 외모 이곳저곳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 소속사에 2주간 쉴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지만 오히려 그 시간에 공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드라마 후 이준기는 본의 아니게 '장태산 앓이' 중이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그의 말 일부를 따서 우울증이라는 기사가 나갔다. 사실 맥락을 따져보면 그의 상태를 우울증으로 못 박는 것 역시 과한 해석이었다.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를 배우고, 지인들과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이준기는 자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자신의 상태 또한 진단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작품이 끝나면 그 여운이 오래 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좀 오래 가네요. 감정 소모는 전작에도 있었는데 유독 이번이 그래요. 뭔가 다른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랄까. 심적 부담을 느껴서 일수도 있고. 고스란히 날 뿜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작품 할 때마다 자기 혹사?..."잘해야 안 쉬죠!"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장에서 잘한다는 소리에 익숙했는데 <투윅스>는 대본 리딩 때부터 온갖 지적을 받았다" ⓒ 이정민


사실 이준기는 매 작품에서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쓰려했다. 자칫 그 노력은 자기 혹사로 보일만큼 처절했다. 영화 <왕의 남자> 그리고 <플라이 대디> 때 외줄타기, 그리고 복싱과 암벽 타기를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동작과 과정을 마스터했던 사연은 이제 유명한 일화가 됐다.

"이번 작품도 그러지 않을 수 없었어요. 반 농담으로 이번에 잘 해내지 못하면 몇 년은 쉴 거 같았거든요. 특히 결혼도 안한 제가 딸을 가진 부성애를 보여줘야 했어요.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공감대 형성도 힘들뿐더러 <투윅스>는 말도 안 되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죠.

사실 <투윅스>를 결정하기 직전 다른 작품도 보고 있었는데 소현경 작가님을 만났어요. 대본을 받자마자 전 거절했어요. 손현주 선배처럼 풍부한 연륜이 있는 분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이 연락을 주셔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거예요. 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따라 오라면서요. 빨리 결정하라고 하셨는데 결국 작가님을 뵙고 이틀 만에 결정했죠."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렇게 출연하기로 한 후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실 이준기는 "현장에서 잘한다는 소리에 익숙했는데 <투윅스>는 대본 리딩 때부터 온갖 지적을 받았다"며 녹록치 않았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태산의 감정을 어떻게 보여야할지 고민하면서 결국 이준기는 작가와 감독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려웠어요. 감독님이 절 다독이면서 1회부터 설득시켜야 한다고 그랬거든요. 정말로 처음부터 힘들었습니다. 어떡하면 장태산의 부성애를 공감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죠. 이게 보통의 부성애가 아니라 갑자기 뚝 떨어진 딸에게 정을 느끼는 거잖아요. 드라마 시작하고 또 악성 댓글 달리고 혹평이 나올까봐 난리도 아녔죠(웃음).

드라마 시작 전에 기자 간담회 하는데 기자 분들 대부분이 <추적자>와 비교하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 질문에서 '준기씨 과연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팬들 역시 왜 이 작품을 골랐는지 의문을 보내는 분도 많았죠. 믿음을 주는 관심이 없었기에 심적 부담이 컸죠."

쉽지않은 부성애 연기..."시청자 중 부모님이 제일 무서워"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전전긍긍했던 이준기는 비로소 <투윅스> 1회가 방송된 이후에야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다. 첫 방송이 나간 직후 외진 산꼭대기에서 밤샘 촬영 중이던 이준기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온라인 기사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드라마 반응을 챙겼다. 첫 방송인 만큼 냉정한 평가들이 올라올 거란 예상에서였다.

"드라마 갤러리도 봤고, 팬들 댓글까지 다 봤어요. 근데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 '연기 잘했다'는 칭찬이 많았죠. 댓글도 좋았고요. 그때 산에서 혼자 포효했습니다(웃음). 진짜 첫 회를 잊을 수 없어요. 중압감이 어느 정도 날아갔고, 이제 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준기는 더불어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 이채미에게 공을 돌렸다. 자신의 부성애를 끌어내 준 게 다름 아닌 "서수진을 연기한 채미였다"면서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연기야 기술적인 부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면이 있지만 장태산의 부성애는 그와 다른 성격이었지 않나. 이준기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이 끝나면 그 여운이 오래 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좀 오래 가네요." ⓒ 이정민


"부성애는 결국 눈속임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처절한 절규는 일반인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이니 기술적으로 해볼 수 있는데 부성애는 부모라면 다 아는 감정이잖아요. 시청자 중에 부모님들이 제일 무서워요(웃음). 물론 감독님과 작가님의 도움이 컸지만 수진이 연기를 잘 해준 채미에게 참 고마워요. 그 친구가 세세한 연기와 움직임을 너무 잘해줘서 덕분에 저도 살 수 있었죠. 채미를 딱 보세요! 부성애가 안 나올 수가 없어요(웃음)."

이준기는 스스로 <투윅스>를 통해 성장한 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연기적인 면이야 그렇겠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 역시 더욱 성숙해졌다. 또한 연기에 대한 공력 역시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란다. 여러 모로 이 드라마가 이준기에겐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다.

"상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상 욕심이 되게 많은 배우예요. 근데 언제부턴가 작품 질에 더 신경을 쓰는 거 같아요. 물론 상은 주면 감사하게 받지만 그것에 마냥 기댈 수도 없는 거잖아요. 

우리끼리는 (박)하선이랑 김소연 누나랑 서로 상 받아야지 농담으로 얘기하곤 하지만 그것보다 방송 관계자 분들이 칭찬해 주는 게 좋더라고요. 전에는 상을 받아도 '준기야 드라마 잘 봤다' 이 정도였는데 이번엔 '어우 연기 좋더라'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제겐 큰상 보다는 객관적 평가가 더 큰 기쁨이었어요.

배우로서 다른 면으로 성장한 기분이에요. 어떤 역량이 좀 커졌다는 것을 경험한 거 같아요. 그래서 반대로 지금 기분이 허하지 않나 생각해요. 안에 있는 걸 다 배출해 보니까 채워질 공간이 생긴 거죠. 그건 또 제 몫이겠죠?(웃음)"

  MBC수목미니시리즈 <투윅스>에서 장태산 역의 배우 이준기가 16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겐 큰상 보다는 객관적 평가가 더 큰 기쁨이었어요" ⓒ 이정민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투윅스 이준기 김소연 박하선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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