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의 '가난 상속자' 차은상(박신혜 분)과 제국그룹 상속자 김탄(이민호 분).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의 '가난 상속자' 차은상(박신혜 분)과 제국그룹 상속자 김탄(이민호 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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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써본 적도 없고, 또 앞으로도 쓸 일이 없기에 그 무게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과연 '견디다'라는 동사를 쓸 만큼 왕관이라는 것이 감수해야 할 게 많은지도 의문이다. 오늘 하루도 정말로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깟 왕관의 무게쯤이 뭐 그리 대수냐고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전작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을 통해 자신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선보인 바 있는 김은숙 작가는 이민호와 박신혜를 앞세운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로 돌아왔다. '또 재벌 이야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이번에는 아예 내놓고 최상류층 자녀들을 드라마의 전면에 부각시킨 것이다. 그것도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을.

명예를 물려받든, 혹은 주식을 물려받든,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은수저' 하나씩은 물고 태어났고, 머지않아 '왕관'을 쓰게 될 이른바 '상속자'들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은 그 왕관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왕관' 쓰고도 인간적일 수 없는 아이들 그려낼까?

제국그룹의 아들이지만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배' 유학을 떠난 김탄(이민호 분)은 별다른 꿈 없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살고 있다. 10년 후면 호텔의 주인이 될 최영도(김우빈 분)는 그 뛰어난 머리를 그저 친구들을 괴롭히는데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메가 엔터테인먼트의 상속자 이보나(정수정 분), RS인터내셔널의 상속자 유라헬(김지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세상은 그저 돈이면 뭐든 다되는 참으로 간단하고 단순한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는 캐릭터는 바로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 분)이다. "월 200 사무직이면 땡큐"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시급 없는 시간은 사치일 뿐이며, 현실은 늘 타협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은상은 늘 대책 없을 정도로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재벌 드라마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캔디형 여주인공이 늘 그렇듯이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탄과 은상은 지난 1~2회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에 게 조금씩 호감을 느껴가는 중이다. 그 무엇으로도 매울 수 없는 경제력과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가시밭길이 될 테지만, 결국 두 사람이 이어지게 될 것이란 사실은 작가도 알고, 시청자도 알고,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도 아는 사실이다.

한 번도 '왕관'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는 아이들이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은상을 만나면서 겪게 될 변화와 성장. 어쩌면 <상속자들>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왕관 그 자체의 무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좌지우지 되고,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사회로 내몰리는 것은 비단 없는 자 뿐만이 아닌 있는 자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은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본 아이들 중 누군가는 왕관을 거부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왕관의 무게에 짓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왕관을 쓰고도 온전히 사람다움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한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가 증식하면서 오로지 혈연으로 맺어진 인맥에게만 세습되는 우리 사회 자본의 특성과 상위 1%에 해당하는 그들만의 공고한 카르텔을 외면한 채, 그저 판타지 로맨스에만 머무른다면 <상속자들>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10일 방영된 2회 시청률이 1회에 비해 1.1%P 하락한 10.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공감 없는 재벌 이야기와 판타지 로맨스의 한계는 분명하다. 상속받을 것이 부인지 명예인지, 아니면 빚인지에 따라 세상은 '천국'이 될 수도 혹은 '알바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얼마나 실감나게 그려낼 것인가. <상속자들>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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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 즐겨보는 TV, 영화, 책 등의 리뷰를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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