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 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가진 '당연한 결혼식 기자회견'에서 지지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9월 7일 결혼식을 올리는 김조광수 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가진 '당연한 결혼식 기자회견'에서 지지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김조광수 감독과 결혼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김승환 대표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당연한 결혼식' 하객 발표 기자회견에서 "어떤 모습으로 결혼식 행사를 하게 될지 나 역시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김승환 대표는 오는 9월 7일 영화제작자 겸 감독 김조광수와 결혼한다. 이들의 결혼을 지지하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정혜신 박사 등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참석이 확정된 하객 1천여 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김승환 대표는 "결혼식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여러 가지 난관은 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예상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승환 대표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는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결혼식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국회의원 진선미·배재정·김재윤,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 소설가 공지영·방현석, 영화감독 봉준호·변영주·장선우·류승완·김태용·임순례, 영화배우 예지원·소유진·연우진·김꽃비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기본적으로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객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서 "1만 원 이상의 축의금도 내야 한다. 이 축의금은 성 소수자 커뮤니티 '신나는 센터(가칭)'와 이를 운영할 '성 소수자 인권 재단(가칭)' 설립에 쓰인다"고 덧붙였다. 

김조광수 감독이 보내는 편지 전문

2005년 1월 겨울의 칼바람이 매서웠던 날 김승환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친구사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는 빛났습니다. "후광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짝사랑이 연애로 버전 업을 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에게 구애를 하는 동안 천국과 지옥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행복했습니다.

2008년 1월, 그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떠났습니다. 금방 사귀고 금방 헤어진다는, 아무하고나 만나 섹스하는 것에만 관심 있다고 이른바 동성연애자로 불리는 우리들에게 6개월 간의 이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6개월 동안 매일 아침과 밤 화상채팅을 하는 닭살행각을 벌이면서 서로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욕심이 생겼습니다.

아,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사랑하니까요.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저희도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우리의 결혼을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기까지, 그리고 결혼 후에 우리들 앞에 많은 난관이 있을 거란 걸 너무나 잘 알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어떤 커플보다 행복할 것입니다.

저희들의 결혼을 함께 만들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저희들의 결혼을 응원해주시는 1134분의 하객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오늘은 1134분이지만 내일은 또 그 후에는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3년 9월 7일 저희는 많은 분들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더 로맨틱한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고맙흡니다.

2013년 8월 8일 김조광수 김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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