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 DRM미디어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형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에서 출연하겠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근데 내일이 대본 연습이라네요."

이 한 통의 짧은 전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의 섬뜩한 미소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배우 정웅인 말이다. 정웅인은 박수하(이종석 분) 아버지를 살인한 죄로 복역한 뒤, 당시 증인이었던 국선 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민준국 역을 맡았다. 그의 실제 모습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의 본모습은 '마음을 읽는' 박수하만 안다.

다시 시작된 장마로 오전 내내 장대비가 내렸던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웅인과 마주했다.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도 악역을 맡았지만, 그 악함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극대화되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전설의 주먹> 이후 드라마 여러 편과 출연을 조율하다가 포기하고 의기소침해있던 중, 그에게 찾아온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전설의 주먹> 당시 강우석 감독님이 '올해는 악역을 좀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와, 이건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더라.(웃음)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는데 내일이 대본 연습이라고 했다. 일이라는 게 참 희한하게 진행되는구나 싶었다. 박혜련 작가가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조수원 PD는 <전설의 주먹>을 본 것 같았다. 나 역시 고마웠는데, 조수원 PD가 '이 역을 맡아주셔서 고맙다'고 하더라."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 DRM미디어


"한눈팔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이렇게까지 왔다"

배우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웅인 역시 첫 회부터 "목숨 걸고 열심히" 했다. 법정 테이블을 넘은 뒤, 어린 혜성(김소현 분)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는 장면을 찍을 때, 정웅인은 "소현아 조금 세게 잡을게"라고 먼저 말했다고. 그렇게 남의 목을 졸랐던 그는 최근 수하에게 멱살 잡히는 게 일이다. 맞고 또 맞는다. "하도 잡혀서 '목준국'"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이)종석이가 때리는 건 진짜 아프다"고 했다.

"쇠파이프로 차의 유리를 깨고, 수하의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도 정말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까 허술하게 나오더라. 생각보다 잘 안 나와서 '뭐야' 이랬는데 감독님이 '너무 잔인해서 뺐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날 많이 믿어준다.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 민준국을 악인이라기보다 굉장히 평범한 가장처럼 연기하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도 있겠지만, 조명과 대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 DRM미디어


그동안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쌓은 내공은 진가를 드러냈다. 악역을 향한 로망을 가장 먼저 봐준 이는 <전설의 주먹>의 강우석 감독이다. 정웅인은 강우석 감독에게 '덕분에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찾아뵙겠습니다'는 문자를 보냈고, 강 감독은 '당신의 연기가 보고 싶어. 7월 초에는 보세'라고 답했다. 정웅인은 "'올해는 악역을 좀 하라'고 했던 강우석 감독님의 말씀에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전설의 주먹>을 하면서 '좋아지겠구나. 40대에 또 한 번 칼을 뽑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왔다. 한눈팔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하며 살아온 것이 참 기분 좋다. 어머니가 참 좋아하신다. 아내는 연락을 안하던 친구에게도 연락이 온다고 하더라. 장인어른도 사인 요청을 가득 받아 오시고. 촬영장에 모이는 이들도 많다. 얼마 전에는 엘리베이터 앞에 진을 쳐서 아이돌처럼 뚫고 나가기도 했다. 반면 우리 아파트 주변 아이들은 날 만나면 경계태세더라. 무서운가...(웃음) 기사에도 악플(악성댓글)이 없어서 놀랐다."

<너목들> 관전 포인트는? "민준국의 인간적인 모습"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보영씨가 참 연기를 잘 하더라"면서 "잠도 못 자고 촬영장에서 고생하는데, 내가 보기엔 실제 장혜성 같은 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종석과는 이번 드라마로 만나면서 없던 호감이 생겼다고. 정웅인은 "25살에 저 정도 연기를 한다는 게 대견스럽다"면서도 "영화(<노브레싱>) 촬영이 겹쳐서 몸을 만든다고 음식을 잘 안 먹는다. 날씨도 더운데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배우 윤주상과 김해숙을 보고 정웅인은 '배우의 길'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고 했다. "존재감을 쌓아놓기까지가 쉽지 않을 일"이라고 존경을 표한 그는 "특히 김해숙 선배님과는 드라마 <문희>(2007) 이후 다시 만났다. 출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본연습 당시 김해숙을 만나지 못해, 행여 '출연을 고사하신 게 아닌가' 싶어 전전긍긍했단다.

"<문희>는 주말 드라마였는데 남다르게 연기하시더라. 배울 점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함께한다고 해서 좋았다. 뭔가 존재 자체로 드라마가 탄탄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춘심(김해숙 분)과 내가 붙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치킨집에서 전화기를 대 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연기를 잘하시더라. 와. 그런 장면이 나올 줄이야."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는 배우 정웅인 ⓒ DRM미디어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연기는 시청자의 주목을 한눈에 받았다. 김해숙은 촬영 이후 정웅인에게 "나와 나중에 꼭 또 한 번 합시다. 크게 한 번 저지를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에 정웅인은 "선배님과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작업이었다. 존경스럽다"고 화답했다. 그는 "어춘심과 민준국이 연말 시상식에서 커플상 한 번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또 한 번의 '반전'을 선사할 정웅인에게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민준국의 인간적인 모습을 기대해 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준국이 또 어떤 행동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스릴러'로 바꾸어 놓을지, 어떤 발상으로 시청자를 '멘붕'에 빠뜨릴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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