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출연한 배우 김태희 ⓒ 스토리티비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어딘가의 '대표'가 된다는 건, 그만큼 타인의 눈이 집중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태희에게 붙은 '한국 대표 미녀'라는 수식은 어느 정도의 부담감이 따르는 일일까. 2000년 CF 모델로 데뷔해 그야말로 '빵' 뜬 이후, 김태희의 일거수 일투족은 종종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더더욱 김태희의 어깨가 무거워 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엄친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만큼 기성 연기자들을 따라 잡으려면 그만큼 더 노력해야 했을 것이다.

2009년 데뷔 후 처음 연기로 상(KBS 연기대상 우수연기상)을 받았을 때,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연기자로 자괴감에 빠진 나를 구원해 준 작품(<아아리스>)이었다"고 말한 것이나, 2011년 자신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연기력 논란에 대해 털어놓은 일에서 그가 느끼는 부담감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장옥정>,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은 것처럼 소중한 작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 스토리티비


그런 의미에서 최근 종영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김태희에게 남다른 작품이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고, 변신한 모습에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냉탕과 온탕 사이를 오가며 김태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옥정>은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은 것" 같았단다.

"드라마는 끝났는데도 매체를 돌며 인사를 드리다 보니 끝난 것 같지 않네요. (웃음) 극중 에서 출산도 했고, 사약도 마셨는데 <장옥정>은 고통 속에서 아이를 낳은 것만큼 정말 소중하고 애착이 가고 의미가 깊은 작품이에요."

드라마 현장은 대개 짧은 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장옥정>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땐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의 상황이 이어졌다. 김태희는 "밤샘 정도가 아니었다"며 "낮밤 없이 5박 6일을 일하고, 이동 시간에 잠깐 잤다"고 돌이켰다.

"왜 24시간이 지나면 화장도 베이스가 무너지잖아요. 그러면 세수만 딱 하고 메이크업 하고 다시 또 연기를 하는 거에요. 쉬는 시간에도 대본을 봐야 해서 잠 잘 시간도, 먹을 틈도 없었어요. 사실 잘 씻지도 못했어요. 다행히 한복이라…(웃음) 아, <장옥정> 찍는 때만요!"

하지만 김태희는 "연기하면서 잠을 깨고, 연기하면서 힘을 얻고, 연기하면서 신이 났다"고 했다. "강행군이었지만 몰입의 순간에서 희열을 느꼈고, 그 순간이 지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몸은 고됐지만, 마음만은 만족스러웠다고.

그에게 '흡족했던 장면'을 묻자 "악녀가 되어 독기를 분출하는 부분이 재밌었다"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으로 언급한 건 10회, 장현(성동일 분)과 언덕에서 '세상을 발 아래 두고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김태희는 "장옥정의 내면이 바뀌는 장면이라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도 장옥정이 정치를 하는 장면이 좋았어요. 특히 민유중(이효정 분)을 상대로 처음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딜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나쁜 옥정이 정치를 하기 시작하는 장면이었거든요. 굉장히 제 대사도 많고 신도 길었는데도 몰입해 찍었던 것 같아요."

"반듯한 이미지 내던질 수 있는 '센' 역할 기다린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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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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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만 했던 장옥정에서 독기를 품고 국모의 자리에 오르려는 '야망' 장희빈으로, 그리고 군주인 남자를 사랑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장옥정까지. <장옥정> 속 장옥정은 극이 전개될 수록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를 연기했던 김태희 역시 조금은 변했다. 김태희는 "마약과도 같은 연기의 매력을 이번 작품을 통해 맛본 것 같다"며 "또 정말 많은 감정과 굴곡을 겪으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초탈의 경지에 이른 건 아니지만 앞으로 배우이자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만한 값진 경험을 했다"고 했다.

가장 크게 얻은 것 중 하나는 바로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는 것. 이를 두고 김태희는 "그간 노력을 하고 싶어도 그 방법도 몰랐고, 엉뚱한 방법으로 노력하기도 했다"며 "<장옥정>을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이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그렇게 '기대해 달라'고 말씀드리기엔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연기에 있어서 제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겼어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장옥정>이 큰 변화의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다음에는 좀 독특하고, 4차원일 수도 있고 그런 센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바르고 밝고 착한 옥정보다는 나쁜 옥정에 환호하셨던 것처럼요. '김태희' 하면 반듯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것보다 저를 내던질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어요.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정말 새로운 모습의 김태희를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해요."

에필로그: 확 '깨는' 김태희, 이렇게 솔직할 수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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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난 김태희는 그가 말한 '이미지' 속에만 갇혀 있지는 않았다. 좀 더 세게 표현하자면 '깬다'. 나쁜 뜻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먼저 농담을 건네며 밝게 웃었고, 자신을 두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솔직했다. 그 분위기에 넘어가 농담 삼아 '부족한 게 없으니 세상 혼자 사는 기분이겠다'고 물었더니, 크게 웃으며 "그래서 저를 미워하시나 봐요"라 맞받아치기까지 했다. 정말,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화통하다'.

"부족한 게 없다고요? 아니에요. 저도 어떻게 보면 참…. 그간 제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는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그것보단 저에게 닥친 어려움, 지금 제가 가지지 못한 것, 그런 것에만 눈이 갔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진짜 똑같아요. 미성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어떤 때는 '나는 평범하다, 유명하지 않다, 그냥 보통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살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어요. 이만큼 유명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그만큼 되돌려 드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거기에 상응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거잖아요. 또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하고요.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장옥정>이 제 인생에 있어 손에 꼽히는 시련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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