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이 가진 '생생함'의 실종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 5월 19일 방송분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 5월 19일 방송분 ⓒ KBS


얼마 전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700회를 보며 어느 순간 <개콘>이 재미없어졌다. 또 예전만큼의 '생생함'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코너의 생명력은 그 지속 가능성으로 증명된다. 한편 시청자 이전에 현장 관객들의 반응에서 그 코너의 파급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개콘>이 TV 프로그램의 다수를 차지하는 예능과의 변별점이 있다면 바로 '현장의 무대'른 점이다. 그리고 이는 어떤 '몸'이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개콘>은 '패러디'의 비중이 꽤나 높다.

새로운 코너를 짜는 대신, 이미 있었던 여러 미디어에서 포맷을 빌려온 경우가 많다. 이는 익숙함과 그에 대한 반사 이익을 전제한다. 어느 시점에서나 그런 패러디는 늘 존재해 왔다. 다만 현재는 그 코너의 수가 많을 뿐더러 그 패러디의 시점이 꽤 늦다는 점이다.

<시청률의 제왕>은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2012)을 패러디한 것인데, 이 드라마가 끝난 지 물론 한참 됐다.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황해> 역시 동명의 영화는 현재 개봉되었거나 막을 내렸다.  <살아있네> 역시 <범죄와의 전쟁>(2011)의 패러디다. 이러한, 익숙한 것들의 재편은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실현의 과감함이 모두 축소된 결과로 보인다.

 <개그콘서트>의 <버티고>, 5월 19일 방송분

<개그콘서트>의 <버티고>, 5월 19일 방송분 ⓒ KBS


그렇다면 <개콘>이 어떤 기시감으로부터의 유머가 아닌 앞서 언급한 '생생함'을 되찾을 수는 없을까. 그 '생생함'이란 키워드는 아마도 말의 중심이 아닌 몸에 중심을 둬 살펴봄이 가능할 것이다.

항상 <개콘>에는 대미를 장식하는 소위 메인 코너가 자리하고, 그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큰 관객의 반응을 얻는 코너들이 있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개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생생함'을 가장 크게 심어줬던 코너들의 주축이 됐던 인물로, '갈갈이 박준형'과 '달인 김병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최근 <버티고>라는 코너에서의 몸 자체를 주요한 매체로 활용한 예로 현재 <개콘>과 비교 지점을 형성한다.

'노동으로서 몸'

 <개그콘서트>의 <마빡이>, 지난 6월 9일 700회 방송분

<개그콘서트>의 <마빡이>, 지난 6월 9일 700회 방송분 ⓒ KBS


박준형은 <개콘>의 초반 이후 꽤 많은 시간, <개콘>에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는 데 주축이 되어 왔다. 박준형이 주축이 된 일명 '박준형 사단'에서 만든 <갈갈이 삼형제>(2001-2003)에서 박준형은 "무를 주세요~!"라는 유행어와 함께 무를 실제 가는 '리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후 <마빡이>(2006-2007)라는 코너에서는 정종철이 부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마빡이>에서 각 출연자들은 한명씩 등장하고, 등장과 함께 자기만의 반복된 행동들을 끝날 때까지 무조건 반복해야 하는 단순한 규칙으로 진행되는 게 콘셉트인데, 사실상 박준형이 제일 뒤에 나와 중심을 잡지만, 가장 먼저 나온 정종철이 고생을 하므로 가장 부각이 되는 게 정종철인 것이다.

이 코너가 재미를 얻은 것은 그 단순한 포맷에 있다. 실제 계속 반복된 행동을 하며 진짜 힘들어지고 코미디언들은 포기하고 싶어지고, 그 힘듦이 관객에게 전이되며 그 치열한 노동의 수행적 행위에 박수와 웃음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개그를 뛰어넘는 몸'

 <개그콘서트>의 <달인>, 지난 6월 9일 700회 방송분

<개그콘서트>의 <달인>, 지난 6월 9일 700회 방송분 ⓒ KBS


<달인>에서 김병만의 '달인'이라는 호칭은 실은 달인으로 불리지만, '허세'로 드러나며 재미를 주는 콘셉트다. 하지만 정작 그가 위대했던 것은 그리고 시청자가 감탄했던 것은 일주일 안에 김병만이 다양한 미션을 연습해, 그 재주들이 별 게 아니었음으로 밝혀지기 전에 실제 그 미션을 실행하는 모습, 곧 진정한 '달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있었다.

'달인'은 실제로는 시청자를 속이지 않았다(진짜 허세는 그의 수제자로 출현한, 늘 노우진의 몫이었다). 그는 몸으로 늘 증명했던 것이다. 그가 거짓 달인으로 증명되어 류담에게 머리를 맞고 떠날 때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충분한 묘기들을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처리되는, 그 마지막에 류담이 큐시트를 말아 팍 때리는 모습의 결말은 그가 달인이기 이전에 코미디언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지에 불과했다.

'가학의 몸'

 <개그콘서트>의 <버티고>, 5월 19일 방송분

<개그콘서트>의 <버티고>, 5월 19일 방송분 ⓒ KBS


현재 가장 몸을 혹사하는, 소위 '몸 개그'를 선보이는 코너는 <버티고>이다. 하지만 이 때림의 행위가 개연성이 없음을 떠나, 가학과 피학의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 코너를 굳이 매도하지 않더라도, 때림의 반복이 아무런 의미도 형성하지 않는 데 이 코너의 식상함해 보인다.

이는 생생함이 아닌 그저 인위적인 때림 자체에서 생생함이 주어질 것이라 본다는 점에서 관객으로부터 전적으로 발생하는 그 생생함의 가치를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버티고>는 촬영 현장에서 허안나와 그녀에게 뺨을 맞아야만 하는 출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게 기본 설정이다.

대기자들은 권재관에 의해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으로 표상되어 있고, 신체에 고통의 기억이 각인된 채, '허안나'의 '뺨 신공'의 다가올 고통에 두려움을 갖고 피하고자 하며 다시 그 고통을 겪고 현장을 떠나는 데서 재미를 주고자 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때림과 맞음의 이미 정해진 행동과 결과밖에는 없다.

이미 땀과 포기할 수 없음의 결연한 의지로 몸, 다시 말해 '리얼'을 증명했던 <마빡이>나 이미 노력의 결과로 달인의 면모를 보여주며 리얼을 증명했던 <달인>보다 얄팍하고 매우 순간적이다. 사실상 몸보다는 여러 다른 상황의 전제를 만드는 데 초점이 주어졌지만, 그 아이디어는 이 때림과 맞음의 단순한 포맷 아래 그다지 크게 요구되는 요소가 아니다.

'<개콘>, 밀도 높은 현장의 체험이 필요하다'

<개콘>은 아마도 이 '생생함'의 가치를 다시 획득하기 위해 관객에게 오히려 기존의 포맷을 가져가기보다 단순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포맷을 찾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공교롭게도 달인은 정글에 가서 리얼을 체험 중이고 박준형은 타 방송국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에서 아날로그 게임들을 관객과 체험해 보는 과감한 시도를 <동네놀이 전파단>에서 펼치고 있는 중이다.

<개콘>의 최후의 그리고 유일한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무대가 그리고 관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달인>이나 <마빡이> 같이 함께 하는 높은 밀도의 체험이 담긴 코너가 요구된다고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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