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김대오,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참 반듯해 보이는 아나운서 오상진이지만, 사실 참 삐뚤어진 사내다. 모난 구석이 없는 그의 성정과 바른 말투를 꼬아서 얘기하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사회적 위치가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 선언을 한 그 당돌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후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울산에서 자랐던 이 청년이 한 방송사의 간판급 아나운서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래 평범한 직장생활을 준비하던 대학시절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선택한 길이었지만, 아나운서란 옷은 '의외로' 그에게 잘 맞았다. 햇수론 8년 차다. 2005년 MBC에 입사해 2006년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소속은 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 앞에 서 있었다.

사실 그와 마주 앉기까지 다소의 기다림이 있었다. 막 프리랜서 선언을 한 시기와 여러 상황적 문제로 오상진 스스로도 인터뷰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인간적 면모에 주목하고 있었다. 즉, 오상진이라는 존재를 왜곡시킬만한 낙인은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는 말이다. 그 내용이 가벼워 보일 수 있더라도 우린 파업과 투쟁의 오상진보단 자연인 오상진을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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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선언 이후에 대한 두려움? 당연했다"

김대오(이하 김) :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그간 잘 지냈는지. 주변에서 반응이 좀 어때요?" (오상진은 프리 선언 이후 현재 케이블채널 XTM <절대남자>의 진행을 맡고 있다. 이후 두 세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더 맡게 돼 곧 방송 예정이다.)

오상진(이하 오) : "늦게나마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네요, 선배님. (김대오 팀장과 오상진 아나운서는 과거 같은 프로그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오상진 아나운서는 호칭을 선배라고 부르고 있었다) 새롭다 할 반응은 없지만, 일을 못하다가 1년 4개월 만에 나간 건데 주변 분들은 반갑다는 분도 계시고, 목소리를 듣게 돼서 좋다고들 하세요." 

김 : (프리 선언을 해서 나왔지만) "라디오에 대한 미련도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오 : "입사 직후 제가 운이 좋아서 여러 방송을 했잖아요. 근데 '이게 방송이구나', '더 나은 방송이 이런 거구나'를 배운 건 라디오였어요. 의미도, 재미도 있었죠. TV 프로를 하면 어찌 보면 대기업 직원의 느낌이 들곤 했는데, 라디오 프로는 정말 내 것을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이를테면 좋아하는 노래도 틀고,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그런 걸로 채워지는 방송이니까요. 청취자와 시청자의 양태도 다르고요. DJ 하시는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겁니다."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과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 김대오 국장과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김 : "이젠 정말 자유인이 됐네요. 좀 많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직접 비교가 어렵겠지만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오 : "날 전담해주는 팀이 생겼으니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이 좋더라고요. 예전엔 회사 조직원이라 조직원의 의무를 성실하게 임했어야 했는데, 물론 그것도 좋지만 지금은 플레이어로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됐죠. 생활의 규칙성이나 안정성은 물론 줄었어요.

지금도 적응해가는 부분인데 휴가를 안 내고 지금처럼 평일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최근에 초파일 연휴였잖아요. 참 낯설더라고요. 이제 놀자고 마음만 먹으면 1년도 놀 수 있잖아요(웃음). 가끔 회사에서 숙직했던 기억도 나곤 해요. 동료 아나운서도 자주 보고요. 당장 오늘 인터뷰가 끝나고도 약속이 있어요.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 두세 달 전엔 나도 그곳에서 일했는데'하는 생각도 들어요."

김 : "사직할 당시 주위 동료나 선후배들이 붙잡았겠죠? 새로운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거고." 

오 : "동기들이 가장 붙잡았죠. 전종환·이하정 최현정 아나운서 등이 동기였거든요. 또 1년 후배인 허일후 아나운서도 많이 서운해했고요. (퇴사 고민에 대해) 상담을 많이 안 했어요. 두 어 분에게만 여쭤보고 얘길 들었는데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놀랐죠. 많이 아쉬워했지만 한 달 뒤 그분들을 다시 만나니 잘하라는 응원도 받았어요. 그들 사이에서 전 참 행복했더라고요.

두려움이 당연히 있죠. 다들 그런 말을 하지만 방송이 안정적인 직장이잖아요. 제가 성장한 가정 분위기도 그랬어요. 아버지도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일하고 계시는데, 제가 프리랜서라는 건 집에서도 생경한 일이라 두려움이 컸죠. 이 두려움은 앞으로도 계속 갈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두근거리기도 했어요. 직장을 떠나 아나운서 일을 하는 거라 못하면 고꾸라지겠지만 잘하면 더 뻗어 나가겠다는 생각이었죠. MBC 아나운서였을 땐 편성표 내에 있는 프로만 할 수 있지만 이젠 대한민국 전 프로를 도전해볼 수 있잖아요. 그런 가능성이 열린다는 거죠."

배우가 있는 소속사? 오상진다운 선택이었다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질문을 듣고 있다.

오상진 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아나운서로서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정민


프리랜서 선언을 한 이후 오상진은 류승룡·김무열·박지영·조은지 등이 포함된 PR 마케팅 전문 회사인 프레인에 들어갔다. 아나운서와 배우의 조합이라니. 일단 쉽사리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 : "지금 소속된 회사를 보니 나름 오상진다운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마케터와 홍보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원하는 회사기도 하고, 반듯한 이미지와도 어울리는 것 같고."

오 : "소속사 대표(여준영 대표)가 대학교(연세대학교 경영) 선배인데 처음에는 그런 일을 하는지 몰랐어요. 학교 동문회를 하면 진행을 맡곤 했는데 총동창회 회장이 모기업 회장이고, 다들 명함을 보면 오너(owner)더라고요. 근데 그중에서도 이 사람은 회장들 커피 심부름하는 회장이었어요. 가장 어리니까(웃음).

연배가 비슷해서 친해졌고, 이후에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만나서 얘기하는데 배우 누구누구가 있는데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처음엔 저와 방향이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 간 믿음을 갖고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합류했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약금도 안 준다더라고요. 진짜 없냐고 물었는데 없다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많은 제안이 있었는데! (웃음) 이곳에서 배우들과 인간적 관계 맺는 건 처음인데 너무 재밌어요. 배우들도 이젠 예능을 많이 하니까 제게 물어보기도 하고, 저 역시 새로운 걸 알아가고 있어요. 류승룡 선배가 요즘 매력 덩어리세요. 너무 좋아요(웃음)."

김 : "한선교, 정은아 아나운서가 프리 1세대들이에요. 그들이 나올 때는 나름의 비책들이 있었죠. 일종의 안전장치로, 외주 제작사 관계자 등과 우선 확신을 받아두고 회사를 그만두곤 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오 : "그런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때 처했던 입장이란 게 있잖아요. 같이 일했던 동료가 (파업의 여파로) 타부서에 가있는 상황인데, 내 살길을 마련해놓고 선택을 하면 후회될 거 같더라고요. 처음부터 내려놓고 시작하자는 마음이었어요. 다행히 제가 회사를 나가고 지금 동료들이 복귀가 돼서 마음은 좀 가벼워요.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었지만,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오상진 MBC TVN 절대남자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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