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문방구> 영화 포스터

▲ <미나문방구>영화 포스터ⓒ 별의별,롯데엔터테인먼트


도시의 구청 공무원으로 취직하여 고향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강미나(최강희 분). 그러나 남들의 시선과 달리 그녀의 일상은 어렵기만 하다. 남자친구는 양다리를 걸쳤고, 설상가상으로 체납된 세금을 받으러 갔다가 납세자와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2개월 정직 처분을 받는다. 미나는 그 기간에 고향에 내려가 병석에 누운 아버지 강봉근(주진모 분)을 대신하여 문방구를 팔아버리려고 마음먹는다.

아버지는 문방구 처분을 반대하지만,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방구'라 놀림 받고 자기보다 다른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은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았던 미나에게 문방구는 꼴도 보기 싫은 존재다. 문방구를 빨리 팔아버리기 위해선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미나는 문방구의 운영을 맡게 된다. 다시 문을 연 미나문방구. 그곳으로 초등학교 선생이 된 어린 시절 친구 최강호(봉태규 분)와 초등학교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미나의 좌충우돌 문방구 운영이 시작된다.

<미나문방구> 영화 스틸

▲ <미나문방구>영화 스틸ⓒ 별의별,롯데엔터테인먼트


문방구라는 공간에서 찾은 복고의 정서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 '초등학교'보다는 '국민학교'의 명칭이 익숙한 세대에게 놀 거리 문화는 단순했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컴퓨터를 가진 친구조차 희귀하던 시절이기에 애들끼리 모여서 하는 거라곤 축구공이나 테니스공을 가지고 놀거나, 구슬치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팽이치기, 고무줄놀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닌텐도와 '재믹스 게임기'가 존재했으나 당시로써는 고가의 제품이기에 그것을 가진 친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시절의 문방구는 단순히 학습도구만을 팔던 장소가 아니었다. 공기, 구슬, 딱지, 팽이 등의 물건을 제공했으며, <쿤타맨>이나 <권법소년> 같은 만화책과 부루마블 등의 최신 보드게임이 있었고, 마징가제트와 건담 프라모델을 판매했다.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걸려 있고, 복사와 팩스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곳. 어떤 정보도 접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문방구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보물창고이자 최신 유행의 트렌드를 알 수 있던 공간이었다. 그땐 그랬다.

<응답하라 1997> 같은 드라마, 가왕 조용필의 귀환, 7080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 등에서 알 수 있듯 지금 대중문화의 핵심 코드 중의 하나는 '복고'다. 영화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감지되었다. 추억을 환기했던 <써니>, <건축학개론>, <댄싱퀸> 등의 영화는 대중이 향유하는 복고풍의 유행에 기폭제로 작용했다. <미나문방구>는 이런 현상에 기반을 둔다. 다만 앞선 영화들이 특정한 시간대로 여행을 떠난 것에 반해, <미나문방구>는 '문방구'라는 특정한 공간의 정서를 추출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세대의 갈등과 순수성의 회복, 아이들의 문화에서 본 소통의 중요성

문방구를 지키려는 아버지와 문방구를 팔아버리려는 딸. 미나는 아버지에게 "도대체 그놈의 문방구가 뭔데 그러냐?"라며 화를 낸다. 두 사람을 대립하는 항으로 설정한 <미나문방구>에선 옛것과 새것이 충돌한다. 시골에서 문방구를 지키는 아버지와 도시로 떠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딸은 살아왔던 터전을 지키려는 세대와 현대화된 도시를 추구한 세대를 상징한다. <미나문방구>는 아버지와 딸, 그리고 문방구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이 극심한 요즘에 어떻게 하면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미나는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미나문방구>는 미나가 아버지 세대의 가치관을 납득하는 과정이자,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이것은 <유브 갓 메일>에서 오로지 경제성에 의한 가치만을 치중하던 조 폭스(톰 행크스 분)가 케슬린 켈리(멕 라이언 분)의 작은 서점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또한, <귀여운 여인> 냉혹한 기업 사냥꾼이던 에드워드 루이스(리처드 기어 분)가 길거리 창녀 비비안 워드(줄리아 로버츠 분)을 통해 잃어버렸던 순수성을 되찾는 여정과도 흡사하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기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선생 김봉두>의 김봉두(차승원 분)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미나문방구>는 문방구를 찾은 아이들이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책받침 싸움, 지우개 따먹기, 팽이치기 등을 하는 장면을 통해 직접적인 대면을 하는 놀이가 주는 '소통'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내몰리며, 남는 시간엔 컴퓨터 게임을 몰두하거나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소홀해지는 세대는 소통에 서툴 수밖에 없다. <미나문방구>는 영화 속 놀이 문화를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놀았으면 좋은지를 희망한다.

<미나문방구> 영화 스틸

▲ <미나문방구>영화 스틸ⓒ 별의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야기가 지닌 온도에 더해진 최강희의 매력

<미나문방구>는 아버지와 딸을 통해 세대 문제도 언급하고, 문방구 주위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통해 성장도 거론한다. 그리고 왕따 문제에도 욕심을 낸다. 여기에 첫사랑이란 양념도 슬쩍 쳐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매끄럽게 연결되기보단, 각각이 파편처럼 흩어져있기에 <미나문방구>는 산만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미나문방구>가 지닌 온도는 우리가 망각하는 소통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기에 충분한 따뜻함을 유지한다. 이것은 영화의 따스한 시각이 지닌 열기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엉뚱한 배우인 최강희가 뿜어낸 매력이 더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최강희는 4차원적인 매력을 <달콤, 살벌한 연인>과 <쩨쩨한 로맨스>에서 발산했지만, <애자>에선 어머니를 이해하는 인물로 분한 적도 있다. <애자>에 이은 부모를 이해하는 두 번째 이야기인 <미나문방구>. 다음에는 그녀가 어떤 가족 영화를 찍을지 살짝 기대된다.

<미나문방구> 영화 스틸

▲ <미나문방구>영화 스틸ⓒ 별의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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