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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민 황혜민

▲ 황혜민 황혜민 ⓒ 우니버설발레단


발레는 혹독한 연습이라는 담금질을 통해야 무대에서 빛이 나는 장르다. 이틀, 아니 하루만 연습을 빼먹어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몸이 달라지는 혹독한 세계가 발레리나의 세계다. 이번에 소개하는 발레리나 황혜민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다. 끊임없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모자라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무용수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줄곧 느낀 점이지만 황혜민은 드라마 발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는 테크닉, 기교만 가지고는 되는 게 아니다.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고 연기까지 겸해야 하는 게 드라마 발레다. 감수성이 녹슬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까지 곁들이니, 영화 감상과 독서는 기본이다. 이를 통해 감수성이라는 자신만의 나무에 끊임없이 물을 주고 있는 황혜민을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나 보았다.

"발레 <심청>,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창작 발레"

- <심청>은 어떤 작품인가.

"발레 <심청>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창작 발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이후  3년 만에 재공연이 이루어지는 작품이지만 그간 해외 투어를 통해 해외 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처음 연기할 때에는 기교적인 면에 주력했지만 연기를 할수록 드라마에 역점을 두고, 나중에는 테크닉과 드라마를 하나로 아울러 관객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드라마와 테크닉이 하나 되는 걸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섬세한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성격이 내성적인지라 내면의 연기를 무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인생이 쌓이다보면 연륜이라는 게 생기지 않는가. 인생의 연륜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어린 시절에는 몰랐다가 그 방법을 찾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 <심청>을 관람할 때 관람 포인트를 소개해 달라.

"1막 2장에서 선원에게 팔려간 심청이 인당수에서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다. 선원을 연기하는 남자 무용수의 군무와 역동적인 음악, 폭풍우 치는 역동적인 장면이 하나로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아름다운 장면을 손꼽으라 하면 2막에서 왕과 심청이 달빛 아래에서 만나 춤추는 파드되 장면이다."

황혜민 <심청>을 연기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 황혜민 <심청>을 연기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 ⓒ 유니버설발레단


- 연습실의 에너지를 무대로 고스란히 끌어올린다는 건 어려운 일 아닌가.

"연습실에서 120%의 기량을 발휘해야 무대에서 100% 기량을 펼칠 수 있다. 그런데 연습실의 기량을 100% 무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가능하다. 아무리 연습실에서 기량이 뛰어나도 막상 무대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용수가 있다. 연습실에서 120, 심지어는 150%의 기량을 가지고 연습해야만 무대 위에서 100% 기량을 펼칠 수 있다."

- 무용으로 표현하기 난해한 동작에 맞닥뜨릴 때에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드라마 발레를 준비할 때에는 연습만 갖고 되지 않는다. 정서적인 측면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거울을 보며 일부러 연습하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서 '만일 내가 책 속의 등장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연구하고 고심한다.

문훈숙 단장님은 드라마를 볼 때 '연기자가 우는 장면이 있을 때, 울기 전에 얼굴 표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를 본다'고 한다. 배우의 얼굴 표정은 기본이고 얼굴의 떨림까지 보는 분이다.

제가 드라마를 볼 때 그런 부분까지는 살펴보지 못했다. 반면에 단장님은 세세한 얼굴의 변화까지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는 분이다. 단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드라마를 볼 때 미묘한 부분까지도 관찰하게 되었다. 그 후 드라마를 보니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더라. 가령 기쁠 때에는 갑자기 연기자가 기뻐하지 않는다. 기뻐하기 전에 연기자의 얼굴에 전조가 보인다."

"여러가지 색깔로 기억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황혜민 황혜민

▲ 황혜민 황혜민 ⓒ 유니버설발레단


- 발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들려 달라.

"초등학생 당시에는 리듬체조를 했었다. 리듬체조를 하다가 전학을 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발레를 배운다고 해서 같이 발레 학원을 따라갔다가 발레를 배우게 된 것이 발레의 시작이다. 발레 학원에 처음 갔을 때 학원 선생님의 격려가 컸다

발도 예쁘고, 다리도 발레 체형에 맞으니 발레를 시켜야 한다고 발레 학원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 어머니는 '발레를 시켜야 하는구나' 하고 발레를 시켜주셨다. 발레하는 새 친구를 따라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았다. 왕관을 쓰고 예븐 옷 입고 춤추는 발레리나를 보면서 발레리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 그동안 맡았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인상적인 작품이 있다면.

"<오네긴>을 맡기 전에는 <지젤>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작품이 <오네긴>으로 바뀌었다. 드라마 발레 중에서 새롭고 강렬한 작품이 등장하기 전에는 당분간 <오네긴>을 제일 좋아할 것 같다.(웃음)"

- 기억나는 관객이 있다면.

" 2009년 <오네긴>을 공연할 당시 꽃바구니와 카드를 받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귀국한 팬인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무용수가 있어서 감격스럽습니다'라는 편지를 적어 주셨다. 한데 그 꽃바구니 선물은 일회성 선물이 아니었다. 제 공연이 있을 때마다 꽃바구니와 카드를 주셨다. 외국에 출장 나가서 못 오실 때를 빼고는 군포에서 열리는 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군포까지 찾아오실 정도였다."

- 남편 엄재용(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에 대해 듣고 싶다.

"최고의 파트너이자 최고의 남편이다. 여자무용수를 배려할 줄 아는 남자무용수가 여자무용수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무용수다. 만일 남자무용수가 자신의 테크닉에만 신경 쓰고 여자 파트너에게 배려를 해주지 못하면 여자무용수는 함께 춤을 추거나 들 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넘어질 수 있다.

남편은 여자무용수를 위한 센스가 있다. 가령 '여기에서 몇 바퀴 돌자'는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사인이 척척 맞는다. 여자 무용수와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하고 손은 어디를 짚어야 하는가에 관한 센스가 타고났다."

- 남편 엄재용이 남자로 느껴진 순간은.

"처음 사귈 당시에는 함께 춤을 춘 적이 없었다. 다른 남녀 무용수와 발레를 하다가 사귄지 1년이 지나서야 함께 춤출 수 있었다. '내 남자구나' 하는 필 꽂힌 순간이 따로 있기 보다는 항상 내 남자였다.(웃음)"

-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해외 발레 중 어떤 작품이 눈에 들어오는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지젤>은 유니버설이 라이선스를 취득한 드라마 발레다. <오네긴>처럼 드라마 발레에 눈길이 많이 가는데 <까켈리아 레이디>나 <춘희>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 발레리나 황혜민 하면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하나의 색깔보다는 여러 가지의 색깔로 기억되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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