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 한 장면
영희야 놀자
국내에도 꽤 알려진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여성이 남성 연기를 하는 공연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다카라즈카 가극단 못지않게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국극'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1950년대 여자들이 남자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창과 무용, 연극을 두루 소화하는 종합 예술 여성국극은 당시 온종일 줄을 서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었다.
여성국극 배우들을 향한 어린 여학생들의 애정 공세는 현재 아이돌 팬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선물은 기본이요, 공연을 보기 위해 가출도 하고, 혈서까지 마다치 않았던 팬들은 수십 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여성국극의 인기가 시들어 버린 지금도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왕자를 찾기보다 스스로 무대 위에서 '왕자'가 되었던 소녀들과 '소녀 왕자'를 사랑했던 또 다른 소녀들의 이야기다. 여성국극에 매료되어 학업을 팽개치고 결혼도 잊은 채 전국 무대를 누볐던 배우들은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무대에 올라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꾼다. 그리고 뼛속까지 멋진 남장 왕자들에게는 변함없이 그녀들을 사랑하는 소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