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이수연 역으로 호연을 펼친 배우 윤은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이수연 역으로 호연을 펼친 배우 윤은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더하우스컴퍼니


드라마 <보고싶다>는 끝났고, 시청자들의 열띤 토론도 이젠 시들해졌다.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하나 성폭력, 엇나간 증오와 용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분명 <보고싶다>는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가장 뜨거웠던 작품임엔 틀림없었다.

배우들은 저마다 중심축을 잘 잡아냈다. 드라마 전개와 내용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있을지언정 윤은혜·유승호·박유천 등 주연 3인방의 연기에 있어선 호평이 강했다. 이 배우들 모두 <보고싶다>를 통한 큰 수확이었다는 점에선 분명 이견이 없을 것이다.

<보고싶다> 이수연 역할?...윤은혜가 담겨있었다

윤은혜를 만났다. 드라마 종영 직전 살인적인 스케줄로 병원 신세까지 졌다지만 한층 편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이수연을 연기한 그녀를 두고 주변에선 '힘들었지', '괜찮았니' 등 심리상태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드라마 종영 이후 여러 배우들이 맡았던 캐릭터에 대한 후유증을 겪는다 하지만 윤은혜는 자연스럽게 이수연에서 본인으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처음엔 마음은 힘들었죠. 하지만 마무리는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 가장 편했어요. 이수연이란 인물이 어떻게 살았을까 고민을 했지만 해답은 없잖아요. 헤쳐 가는 모습이 상황마다 다를 거고, 그 캐릭터가 꼭 특정한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고요. 작가님과 얘기를 하면서 아역이랑 똑같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역의 느낌을 이어가기 보단 오히려 전혀 다른 인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14년 이후 모든 게 바뀌었고 이수연은 과거를 그만큼 지우려고 노력했을 거예요.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엄마와의 오해가 풀리면서 점차 치유되는 쪽으로 갔죠. 나중엔 역할이 쉬워졌어요. 마지막 부분에 왔을 때 어느새 그 역할에서 빠져나와 윤은혜가 돼 있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저를 담을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신기하게도 이수연을 버려야겠다는 느낌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일상의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는 수연(윤은혜 분)과 정우(박유천 분).

일상의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는 수연(윤은혜 분)과 정우(박유천 분). ⓒ MBC


<커피프린스 1호점> <포도밭 그 사나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을 거치며 윤은혜에겐 '로코퀸'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뭐든 게 상대적 비교인만큼 이수연 역을 두고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녀가 <보고싶다>를 선택한 건 어떤 변신 욕심이나, 특정 장르에 대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할 때 그 캐릭터를 갖고 가는 게 더 어려워요. 대중은 제게 변화를 기대할 테고, 저는 그 안에서 변해야 하고 그 기대치에 어긋나면 혹평은 더 나오게 되잖아요. 장르를 떠나 사실 모든 드라마엔 멜로가 있어요. 개인적으론 마지막 멜로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도 요즘 여러 장르가 섞여있듯 <보고싶다>도 그렇게 여러 성격이 담겨있었죠.

이수연이 갖고 있는 아픔이 힘들었던 거지. 사람 자체가 무거워서 힘든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녀가 무겁고 우울하게만 보일까봐 걱정했죠. 그렇게 되면 드라마 자체가 무거워지기만 하니까요. 안 해봤던 감정 표현에 대한 도전이 많았어요. 스스로 여러 갈래로 고민하는 시간들이 재미있었죠. 내가 죽이진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던 친구가 사람을 죽였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그렇게 고민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배역 논란 알고 있었다...시청자들의 열린 마음에 감사했다

분명 드라마 시작 전 논란은 있었다. 윤은혜가 이수연을 맡기 직전까지 여러 여배우들이 하마평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그녀가 선택됐음에도 대중들의 시선은 다소 차가웠다. 그럴수록 윤은혜는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고 끌어안으려 노력했다.

"이수연을 두고 상식과 의외성을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이 죽었어요. 상식적으론 슬피 울고 밥도 안 넘어가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눈물이 안 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수연을 제 상식으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의외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딱 한 가지만 갖고 갔어요. 이수연은 너무 밝고 예쁜 아이였는데 상처를 입었어요. 정우를 만나서 한 번에 밝아지는 아이였죠. 그런 상처가 있다고 계속 우울하게 지낼 필요는 없었어요. 우울해도 우울한 느낌이 안 드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작가님도 말했죠. 되게 예민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의외성을 생각하니 보다 이해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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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여러 대사를 언급하며 윤은혜는 이수연을 설명했다. 대중들의 논란이 어느새 호평으로 바뀌었던 현상은 어쩌면 당연했다. 물론 윤은혜 스스로 걱정이 컸다. 여전히 그녀는 베테랑이기 전에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제가 나오기 전까지 논란은 많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서 좋게 봐주셔서 걱정은 덜었었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이전 작품까지 제 연기에 대한 논란은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라 생각하고 했어요. 그만큼 전 부족한 게 많고 더 잘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여도 나중에 부족하면 논란은 또 일어날 거예요. 제가 부족한 와중에 이수연을 만났고, 분명 대중들도 의구심이 들었을 거예요. 당연히 섭섭하죠. 한 두 마디의 말이 저에 대한 대중들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아직 무섭거든요. 그래서 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쟤 뭐하나 보자, 어디 해봐라'하는 분 앞에선 겁먹고 그러지만 저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라봐 주시면 저도 용기내서 더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다양한 관심에 감사하지만 아직은 겁을 먹게 만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윤은혜는 일단 작품을 시작하면 기사를 많이 찾아보진 않는 편이란다. 시청자 게시판도 아직은 부담스럽다. 작품을 위해 모인 감독과 작가, 그리고 배우들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정한 부분만 갖고 판단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 대한 제의는 감사하지만 악의가 있다면 결국 스태프든 누군간 상처를 받기 마련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보고싶다>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촬영 당시 배우들 사이에선 지금과는 다른 여러 가지의 결말이 있었단다. 윤은혜의 <보고싶다>는 해피엔딩이었다. "비극이면 과거 14년의 시간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라며 되묻는 모습에서 윤은혜의 진가가 담겨있었다. "힘든 사람들이 저를 통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윤은혜가 앞으로 보일 모습, 충분히 궁금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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