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미국에서 타전된 2012년 12월 31일 '국제가수' 싸이의 뉴스.

2013년 새해 가장 유쾌한 뉴스는 역시나 '싸이'의 차지였다. 싸이가 지난 12월 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진행된 ABC의 'Dick Clark's Rockin New Year's Eve 2013' 방송 무대에 오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이 '해피뉴이어'를 외치는 광경을 전하는 이 생방송 공개쇼 무대에 오른 싸이는 마침 생일을 맞아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유'라는 축하를 받는 훈훈함을 연출했다. 더욱이 '월드스타' 싸이와 함께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노홍철, 하하가 무대에 오른 것은 말 그대로 진풍경이었다.

뮤직비디오 속 노란색 정장과 '엘리베이터 가이'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유재석과 노홍철을 1일자 빌보드지는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싸이가 뮤직비디오 속 기억할 만한 캐릭터를 급파했다. '엘리베이터 가이'와 노란색 슈트 댄서를 연기한 한국의 엔터테이너 노홍철과 유재석이 그들이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무대엔 지난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공동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던 MC해머가 함께 하기도 했다.

흥겨운 이 무대를 두고, <무한도전> 촬영을 위해 함께 뉴욕으로 날아간 김태호 PD는 "우리의 스쿠터브라운으로 같이 오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ㅎㅎ MC해머님이 참 친절하고 재밌으시더라고요! 홍철이 미국 진출 심각히 고민중이에요!"라고 멤버 정준하에게 전하기도 했다.

자, 여기까지는 훈훈한 뉴스다. 헌데 사건은 한국의 12월 31일과 1월 1일로 넘어가던 새벽 MBC <가요대제전>에서 발생했다. 역시나 '국제가수' 싸이가 그 시발이었다.

 2012년 12월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강남스타일' 공연을 펼친 싸이와 유재석, 노홍철

2012년 12월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강남스타일' 공연을 펼친 싸이와 유재석, 노홍철 ⓒ abc뉴스


새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한도전>과 <가요대제전>의 명과 암 

"<무한도전>의 유재석, 노홍철, 하하는 31일 아침에 뉴욕에 도착한 후, 오후 4시 하하를 빼고 유재석과 노홍철 둘만 리허설을 한 후 저녁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국 ABC 방송국 프로그램 '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에서 싸이와 함께 출연해 뉴욕 타임스퀘어를 가득 메운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강남스타일'의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MBC가 전한 <무한도전> 멤버의 싸이 공연 참석 소식이다. 하지만 MBC는 전날 열린 <가요대제전>을 홍보하며 '싸이'의 출연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MBC는 "싸이는 바쁜 해외 일정 중에도 2012년 마지막 밤을 'MBC가요대제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국내 시청자들이 보여 준 애정과 사랑에 보답하는 화려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쩌면 홍보만이었으면 다행이었을 터.

<가요대제전>의 MC 이휘재, 붐 등은 생방송 내내 '싸이의 출연'을 예고하며, "채널고정"을 연발했다. 자막과 예고 화면은 덤이었다. 무려 4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생방송에서 이른바 '싸이 낚시질'은 쉴 줄 몰랐다. 시청자들이 미국과의 이원 연결로 싸이의 새해 인사를 들을 수 있으리라 짐작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싸이의 출연은 단 6여 분. 그것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짧은 인터뷰와 싸이 측이 직접 촬영했다는 그간의 활동 모음 영상을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거의 4시간여 동안 싸이의 출연을 대놓고 홍보한 뒤 영상 출연 6분으로 때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연말 시상식의 최고의 장면은 <추적자> 손현주의 대상도, '유느님' 유재석의 대상 수상도 아닌 싸이를 활용(?)한 MBC <가요대제전>의 일대 '쇼'가 아니었을까.

 <가요대제전>에 영상을 통해 인사한 싸이.

<가요대제전>에 영상을 통해 인사한 싸이. ⓒ mbc


싸이를 기다리던 시청자는 왜 리모콘을 던져야 했나

방송이 끝나고 실시간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SNS에 MBC와 <가요대제전>에 대한 성토가 극에 달했던 건 불을 보듯 훤한 일이었다. 만약 홍보에만 그쳤더라면, 아니 MC들이 대놓고 '낚시질'만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아빠 싸이 기다린다고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잠깨고 있다가 그 영상보고 육성으로 욕하고 리모콘 던져 써. 나도 마지막 날은 한국 오려나보다 해서 기다렸더니만 홍보를 그 따구로 하지 말던가."

한 트위터 사용자의 성토다. 자, 홍보야 방송사 각자의 몫이다. 티저 영상과 같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전략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 또한 하나의 전통적인 전략일 수 있다. 연말 시상식 시청률 경쟁에서 상대 방송사의 연기대상과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단 얘기다.

하지만 이날 <가요대제전>의 행태는 거의 시청자를 기만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무한도전> '달력특집'의 인터뷰와 유투브에서 이미 볼 만한 사람들은 다 본 동영상 짜깁기로 '독점 출연'을 생방송 내내 홍보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문제는 이러한 MBC의 기만에 대한 불만이 <가요대제전>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채널 이미지가 괜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방송사다. 전통적으로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탐사보도의 맏형'으로 불렸던 기억을 역사 속으로 묻어 버리는 것이야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가요대제전>을 통해 아이돌 가수들을 응원하며 채널을 고수했던 10대 20대 시청자들에게까지 엄청난 비판을 받은 MBC는 <무한도전>의 존폐를 위협하는 '망가진 방송사'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그것도 새로운 한 해를 맞는 1월 1일 모두가 '해피 뉴 이어'를 외친 바로 직후에. 이렇게 MBC의 이미지는 파업에 우호적인 층뿐만 아니라 그저 연예인을 좋아하고, 아이돌을 응원하는 '어린' 시청자들에게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한도전>은 싸이와의 타임스퀘어 공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던져 줄 것이다. 급히 뉴욕으로 날아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무한도전>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MBC의 행보가 심히 유감스럽다.

싸이 가요대제전 무한도전 김태환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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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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