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살, 동갑내기 여배우 손예진과 송혜교가 각각 영화 <타워>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착실한 경력을 쌓아왔던 이 두 여배우는 자타공인 연예계 대표 라이벌 중 하나다. 절정의 인기를 누린 20대를 지나 관록의 30대에 접어든 송혜교와 손예진, 두 라이벌은 과연 어떤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20대 초반, 송혜교는 <풀하우스> 등의 트렌디 드라마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20대 초반, 송혜교는 <풀하우스> 등의 트렌디 드라마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 KBS


31살 송혜교, 배우를 꿈꾸다

<순풍 산부인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오랜 시간 당대의 톱스타로 군림해 온 송혜교는 동시대 여배우 중 가장 도드라진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전지현, 김태희 등과 함께 흔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쁜 여배우로 손꼽히는 그녀는 <가을동화><수호천사><호텔리어><올인><풀하우스> 등 다수 작품을 흥행시키며 누구보다 탄탄한 성공 가도를 달렸다. 2000년대 초중반 송혜교만큼 빨리, 그리고 많이 사랑받은 여배우는 그리 흔치 않다.

20대의 송혜교는 대중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가을동화>의 비극적 멜로부터 <풀하우스>의 로맨틱 코미디까지, 그녀의 TV 출연작 대부분은 트렌디 한 멜로물에 한정돼 있다. 그녀는 최진실, 김희선 이후 계보가 끊기다시피 한 트렌디 드라마의 여배우 대열에 극적으로 합류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고, 청춘스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하나 놀라운 것은 송혜교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로서 모든 것을 이뤘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에 목말라 했던 그녀는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배우 송혜교'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안쓰러울 만큼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다. 흥행은 상관없어 보였다. 특기였던 청춘물에서 손을 뗐고, 끊임없이 충무로의 문을 두드렸으며, 대가로 불리는 작가와 감독들을 만나 연이어 호흡을 맞췄다. 이건 보통 용기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송혜교는 2011년 영화 <오늘>을 통해 절정의 감성 연기를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송혜교는 2011년 영화 <오늘>을 통해 절정의 감성 연기를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 롯데ENT


그 결과 송혜교는 영화 <황진이>를 통해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줬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노희경을 마주해 훨씬 깊이 있는 배우로 성장했으며, 이정향의 영화 <오늘>을 통해 절정의 감성을 자랑했다. 점점 더 완숙해지는 여배우의 연기와 그만큼 깊어가는 눈빛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굉장한 행운이다.

적어도 송혜교는 누구처럼 빵빵한 기획사를 통해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만 고집하는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겸손하고, 성실했으며, 맡은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캐릭터와 작품에 골몰했다. 스타 송혜교를 뛰어넘어 배우 송혜교로 진화하고자 했던 그녀의 용기와 현명함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2011년 영화 <오늘>을 통해 '올해의 여성영화인 연기상'을 수상했던 송혜교는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그녀에게서 성장하는 배우의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13년 이 여배우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손예진는 동년배 여배우 중 가장 성실한 배우다.

손예진는 동년배 여배우 중 가장 성실한 배우다. ⓒ MBC


31살 손예진, 도전을 꿈꾸다

2008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손예진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들어 27살의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다.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생각하겠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고 1년 뒤, 영화 <취화선>으로 충무로에 진출한 이래 지금껏 멈추지 않고 작품 활동을 지속한 손예진은 동년배 연기자 중 가장 성실한 여배우다.

송혜교와 달리 손예진은 배우 이미지가 아주 센 스타다.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처음부터 배우로서의 성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드라마와 영화 속 여러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창출했다. 고뇌와 외로움에 가득하면서도 한편으론 한없이 가볍고 재밌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배우 손예진'의 본질은 바로 여기서 파생된 것이다. 

과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당시 손예진은 "들어오는 좋은 작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젊은 여배우 중 손예진만큼 다작하는 여배우도 없을뿐더러,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는 여배우도 없다. <클래식><연애소설><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손예진이 <연애의 정석><무방비 도시><아내가 결혼했다>에도 출연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비극과 희극, 순수와 치정의 양극단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손예진의 2012년 컴백작, 영화 <타워>

손예진의 2012년 컴백작, 영화 <타워> ⓒ CJ


아쉽게도 손예진은 송헤교만큼 청춘스타로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연기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여배우로서 '모범 답안'에 가까운 정답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흥행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덕분에 나이답지 않은 여유와 관록을 갖춰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손예진은 영화 <타워>를 통해 개봉 3일 만에 100만 가까운 관객을 극장에 끌어모으며 엄청난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중의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겁 없이 변신하고, 겁 없이 모험하는 이 여배우는 진정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30대가 되니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내 길을 갈 뿐이다."라는 손예진의 도전은 2013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화려한 스타에서 배우로의 변신을 꿈꾸는 송혜교와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로 평생 살고 싶다는 손예진.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진정한 배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선의의 라이벌이다. 앞으로도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그녀들의 모습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혜교와 손예진이 그려나갈 30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송혜교 손예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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