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

배우 유아인 ⓒ 이정민


"트윗에 연예인들이 정치 관련 발언 하면 무진장 두들겨 맞는데 때리는 사람의 글은 거의 어린아이 혼내는 투가 많다. 자신들은 별별 말 자유롭게 다 쓰면서…."

25일 인터넷 포털을 달군 '배슬기 논란'에 대한 방송인 남희석의 촌평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이슈가 뜨고 지는 SNS 상에서의 지상 토론장에서 유독 연예인의 사회·정치적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을 꼬집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대선이 코앞이란 사실은 SNS에서 더 빨리 감지된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배슬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아인은 지난 23일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바라보며 소신 있는 장문의 트윗글로 눈길을 끌었다. 4.11 총선은 물론 평소 사회 현안에 제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이번 안 후보의 사퇴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에 대해 다수의 트위터를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름다운 단일화 같은 소리하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글로 시작한 야권 지지자들에 대한 유아인의 쓴소리는 결국 '유아인 소신 발언'으로 큰 이목을 끌었고, 민주통합당은 24일 "영화배우 유아인 씨의 말을 무겁게 경청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의 심정을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한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의 마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받아 안고 민주당은 혁신 또 혁신하겠다."

유아인과 배슬기의 트위터 발언의 온도 차

"그나마 희망을 품고 선거일까지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말 많은 하루였네요. 저도 부대껴요, 참아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그 어떤 비난과 질타도 존중합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다른 가치가 존중받고 공존하며 함께 진보하길 바랍니다. 이상!"

허영일 부대변인의 논평에 화답한 유아인의 당부다. 유아인은 발 빠르게 "허영일 부대변님의 포용에 감사와 안도감을 느낍니다. 자극적인 표현들 끌어안아 주시니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짧은 논평에 대한 답은 그저 일개 국민이자 유권자의 입장에서 아랫글의 당부로 대신합니다"라며 위와 같이 답했다.

140자 안에서 자신의 견해와 논지를 펼쳐야 하는 트위터는 짧고 강력한 도구인 만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안성맞춤이다. 유아인 역시 표현이 다소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린애의 치기로 봐달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헌데 유아인에 뒤이어 배슬기의 '종북 무리' 발언이 논란이 됐다. 24일 선배 배우 임호의 "안철수님 후보 사퇴하셨네요"란 글에 "제대로 투표할 힘 빠지네요. 난 이래서 종북자 무리들이 싫어요"란 답을 게재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짧은 글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및 야당 지지자들 전체를 '종북'으로 지칭한 것으로 확대되며 인터넷 상에선 일대 전선이 그어졌다. 입장에 따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북'이란 표현의 화력은 꽤 강력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이어지자 배슬기는 25일 "'종북 드립'에 대한 사과를 표한다"면서 "나름 관심을 가지고 보며 개인적인 생각이 겹치고 겹쳐 실언한 것이라 생각하시고 불쾌하셨던 분들은 마음을 푸시길 바란다. 불편하실 글은 지우겠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그래도 무관심보단 관심이 좀 더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나라 사랑에는 귀천도 옳고 그름도 없으니까. 연예인이 아닌 국민 중 한 사람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관심 가져 보련다."

"개념 장착은 연예인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이죠?"

"배슬기 소신 있는 종북 비판발언에 격려를 보낸다. 김미화, 김제동, 유아인 같은 개념 없이  잘난 척하며 날뛰는 종북좌파들보단 훨 낫다." (@ta*****)

"당신은 같은 안철수 지지자로서, 단일화에 대해 유아인 발언에 공감했겠지만, 유아인이 '개념', 당신 발언이 '논란'으로 보도되는 이유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까내리는 극우층의 단어(종북)로 해당 사안에 코멘트 했기 때문입니다." (@oB****)

배슬기의 '종북무리' 언급에 대한 상반된 반응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에 따라, 그리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연예인'인 유아인과 배슬기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기본적인 정치적 표현 행위다.

'개념'이란 수사가 남발되며 더욱이 발언을 수용하는 이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리는 시대,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하나의 개인 매체로 자리 잡은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오히려 오히려 좀 더 적극적인 의견 피력과 같은 '액션'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중은, 아니 여론은 결코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해 '개념'을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파적 입장이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연예계에도 대중의 눈은 작용하기 마련이다. 정권 탄생에 기여한 연예인들이 꼭 주목을 받고 한 자리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정권 들어 피해입은 연예인들이 속출했지만 그들이 결국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예인의 정치적 견해 피력이나 활동 역시 결국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이 책임을 지고 가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논란이 가리키는 결론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로 귀결돼야 할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종식되지 않는 '연예인=공인' 논리가 아닌, 연예인 역시 자연스럽게 정치적 의사를 내비칠 수 있는 그 '표현의 자유' 말이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북한 계정 트위터 글을 농담으로 옮긴 사진가 박정근씨가 유죄를 받는, 외신으로부터 '농담만 해도 잡혀가는 나라'라는 비아냥을 듣는 국가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표현의 자유는 '공인'이 아닌 '연예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마땅하다. 

유아인은 한 트위터리안의 지적에 "개념장착은 연예인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이죠?"라고 답했다. 개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재단하느냐는 분명 자유다. 하지만 이 (정치적 표현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에 재갈을 물리려는 분위기만은 분명 작별할 때가 됐다.

유아인 배슬기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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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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