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오케스트라>의 멘토인 팝페라 가수 카이

<안녕?!오케스트라>의 멘토인 팝페라 가수 카이 ⓒ MBC


MBC <안녕?! 오케스트라>의 이보영 PD가 '사심'으로 섭외했다던 팝페라 가수 카이. 그가 이 오케스트라에서 맡은 역할은 '멘토'다. 아이들의 연습에 함께하고, 속엣 말을 꺼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그가 하는 일이다. 22일 경기도 양주시 MBC 문화센터에서 만난 그는 쉬는 시간 내내 아이들을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특히 연말에 열리는 콘서트에서는 직접 '유 레이즈 미 업' 노래를 부를 예정. 전주 부분에서 솔로를 맡은 원태와는 이미 이 곡으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덕분에 이날 연습장 한편에서 독주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원태에게 다가가 연습해야 할 부분을 일러 주고, 용기를 불어넣는 카이의 모습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한참을 뛰어놀다가도 카이의 "얘들아, 준비하자"는 말 한 마디에 자세를 바로잡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아이들과 진심으로 함께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카이를 위해 첼로를 연주하는 헤라는 손으로 만든 상장을 건네 주며 고마움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방송 자체가 한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 역시 <안녕?! 오케스트라> 1·2부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카이는 "누군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연민을 느낄 수도 있고, 감동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고 기적 같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22일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선 <안녕?!오케스트라> 합숙현장에서 만난 멘토 카이와 바울

22일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선 <안녕?!오케스트라> 합숙현장에서 만난 멘토 카이와 바울 ⓒ MBC


그 역시 <안녕?! 오케스트라>를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이 있었다고. 카이는 "한 사람에게는 자아라고 해야 할지,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는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깔이 중요해서, 아이들을 대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삶의 결들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슬픔도, 기쁨도 다를 거고요. 자기가 갖고 있는 기억도 모두 다 다르겠죠. 그런 것들을 인정해줘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을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게 '다문화'라는 이름의 기본적인 의미인 것 같아요. '한국사람'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모두 각자의 세계가 있을 테니까요. 내가 존중받는 만큼 상대도 나만큼 존중해줘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 9월, 프로그램 제작발표회가 열렸을 당시 카이는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프로젝트는 시작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미 많은 것이 변한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시선에 놓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그의 소신이 담긴 말이었다. 이날 역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눈빛을 빛내는 모습으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아빠가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인데 엄마가 한국 사람인 아이들은 쉽게 '다문화 가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에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아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지금 <안녕?! 오케스트라>에 '다문화 가정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에만 가도 오케스트라 속 단원들은 다 다문화 아닌가요? 이 방송 자체가 한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안녕?! 오케스트라>, 끝나지 않고 더 발전했으면"

 <안녕?!오케스트라>의 멘토인 팝페라 가수 카이

<안녕?!오케스트라>의 멘토인 팝페라 가수 카이 ⓒ MBC


오케스트라에서 멘토를 하면서 카이는 "아이들을 볼수록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무언가를 주입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한 동시에 어려운 과정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음악의) 방향이나 내가 느꼈던 기쁨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그 이유다.

그래서 <안녕?! 오케스트라>는 더더욱 카이에게는 소중한 한 걸음이 되었다. 단순히 공연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음악에서 받았던 위로를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게 가르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그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오케스트라는 그가 사랑하는 음악이 얼마나 커다란 힘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고.

"이루어져선 안 되는 시작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를 음악을 통해 할 수 있어서 더 쉽고 빨리,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고요. 계속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이 오케스트라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고만 좋은 게 아니라, 더 발전되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이 1기라면 2기가 생기고, 1기가 2기를 이끌어주고, 또 3기가 생기고…그렇게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생각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MBC <안녕?! 오케스트라> 현장취재 관련 기사====
[①현장]왜, 우리는 이 서투른 오케스트라에 이토록 감동받았나
[②인터뷰]'클래식계 아이돌' 용재오닐 진한 사랑에 빠지다
[③인터뷰]카이 "<안녕?! 오케스트라>로 '다문화' 진짜 의미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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