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평강공주보호소에서 제작한 2013년 자선달력에 등장한 가수 간미연. 이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유기견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평강공주보호소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안락사 없이 돌보는 곳이지만, 사설 시설이라 늘 돈과 인력이 부족하다.

안성 평강공주보호소에서 제작한 2013년 자선달력에 등장한 가수 간미연. 이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유기견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평강공주보호소는 유기견과 유기묘를 안락사 없이 돌보는 곳이지만, 사설 시설이라 늘 돈과 인력이 부족하다. ⓒ 안성평강공주보호소


유기견을 돕기 위한 자선달력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가수 간미연이다. 이 달력은 지난 9월 경기도 안성의 평강공주보호소에서 제작한 것으로, 반려견과 그들을 입양한 사람들을 촬영할 때 간미연도 협조했다. 7일부터 보호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문을 받기 시작한 달력의 판매 수익금은 유기견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고백컨대, 가녀린 여자 연예인들이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난 6월부터 유기동물 4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이곳에서 6차례 자원봉사를 하며, 만만찮은 일이라는 걸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동물애호가의 사랑과 희생정신도 압도하는 냄새, 견사를 치우고 돌아서도 말짱 도루묵이 되는 활발한 배변활동, 날아다니는 먼지와 털 등은 초보 봉사자가 가장 먼저 감내해야 하는 난관이다.  

가장 최근에 이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한 연예인인 간미연에 대해 김자영 소장에게 물었다. 김 소장은 두 사람에 대해 "연약해 보이는데 힘도 세고 일도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하며 "특히 간미연 씨는 미용도 수준급이라 유기견들 털도 직접 깎았다"고 덧붙였다. 간미연은 같은 베이비복스 멤버였던 심은진과 함께 지난해 여름 이 보호소를 찾은 뒤로 인연을 이어왔단다.

 작년 8월, 이효리는 자신의 SNS에 함깨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갔던 심은진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심은진은 견사의 바닥을 새 벽돌로 까는 작업을 도왔다.

작년 8월, 이효리는 자신의 SNS에 함깨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갔던 심은진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심은진은 견사의 바닥을 새 벽돌로 까는 작업을 도왔다. ⓒ 이효리 트위터


두 사람을 봉사로 이끈 것은 유기견 돕기에 앞장서고 있는 가수 이효리다. 이 보호소 견사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벽돌 바닥은 작년 여름 뙤약볕 아래서 이효리가 심은진, 김제동 등과 같이 작업한 결과물이다. 민낯에 작업복이 다 젖을 때까지 땀을 흘리며 벽돌을 나르고 있는 사진을 커뮤니티에서 찾아본 후, 이들을 '봉사 선배'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효리는 같은 해 1월, 이곳에서 반려견인 순심이를 만나 입양하기도 했다. 이곳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는 그는 올해 초 순심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달력의 판매 수익금 1억여 원을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

지난 10월에는 연인 이상순과 경기도 포천의 애신동산 보호소를 찾아 겨울 대비 견사 비닐막 작업을 도왔다. 꽤 바람직한 데이트가 아닐 수 없다. 이효리 덕분에 '절친' 안혜경도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때는 '친구 따라 강남 가기'도 괜찮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지난 10월 홈페이지에 이효리와 이상순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지난 10월 홈페이지에 이효리와 이상순의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 KARA 홈페이지


유기견 돕는 스타들, '동물사랑'보다는 '책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주목을 받은 배우 조윤희의 애견사랑도 꾸준하다. 조윤희는 유기견 분양을 위한 화보 촬영부터 보호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입의 많은 부분을 유기견 병원비로 지출하고 있다"며 "치료를 받지 못해 안락사되는 유기견들이 많기 때문에 그 아이들의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큰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중화권에서 활동 중인 배우 장서희도 심장병을 앓고 있던 유기견을 입양해 3년째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중국 SNS에 반려견이 된 테리의 사진을 공개했다. 가수 다나도 지난 9월 유기견에서 한 식구가 된 애견 레이크의 사진을 SNS에 선보였다. 배우 유지태 역시 7월 SNS에 애견 효심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돈 주고 사지 마시고 입양하세요"라고 독려했다.

누군가는 동물에게 닿는 도움의 손길을 사람에게도 전하라며 못마땅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봉사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유기견을 돕는 일은 유난한 동물사랑이라기보다, 사람의 욕심으로 생겨나고 버려지는 생명을 거두는 책임을 대신하는 일에 가깝다.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위치가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선행과 사랑은 전염될수록 좋다. 조만간 보호소에서 또 낯익은 얼굴들과 봉사자로 마주치기를 고대한다.

유기견 이효리 간미연 조윤희 평강공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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