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콘서트 당시 싸이의 모습

지난 4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콘서트 당시 싸이의 모습 ⓒ 유성호


"싸이가 훈장 받는다는데 왜 이렇게 가소롭냐, 그동안의 싸이 음악은 유해물취급을 하더니 돈 벌어오니까 기특하디? 이게 한국사회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NE********)

싸이가 문화 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싸이에게 훈장 수여를 검토 중"이란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싸이의 옥관문화훈장을 수상을 추진하고 있단다. 공적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하면 11월 19일 열리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4주 연속 빌보드차트 2위, 유튜브 조회 수 5억 회를 돌파하며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가는 싸이에 대한 국민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SNS 상 분위기는 더욱 그렇다. 

"빌보드차트 2위 하면 19금 노래도 갑자기 건전가요로 돌변하고 국가유공자로 훈장을 받는 나라. '배 아프면 너도 출세하라'는 천박한 성공주의." (@bi********)

"싸이의 문화훈장 수여 예정 소식이 있던데, 이야말로 잘못된 결과주의 아닐까 싶네요. 물론 강남스타일로 K팝을 세계에 알린 공로가 있다지만 그러한 훈장은 오랫동안의 공로가 인정되는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na********)

"정부는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싸이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는데... 싸이는 굳이 훈장 필요 없다. 정부가 싸이를 필요로 할 뿐이다. 정말 줘야 할 사람에게 줘라." (@mu*********)

 지난 9월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싸이

지난 9월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싸이 ⓒ 이정민


싸이에게 문화훈장, 국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강제진출'한 싸이는 말한다. "한국에선 데뷔 12년 차 가수지만 미국에선 신인"이라고. 지난 9월 귀국 기자회견에서 그는 그래서 "국제가수"라고만 불러달라며 쑥스러워했다.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신드롬에 가장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을 이는 분명 싸이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위해 '국가'가 나서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 누구나 예상했지만 우려스러웠던 제스추어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청 광장 무대를 열어준 것까지는 (하이서울페스티벌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는 별개로 치더라도) 국민적 성원에 부응했다고 치자.

'싸이 효과'는 최근 몇 년간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와 관련해 음악계를 압박했던 여성가족부도 무장 해제시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2일 '제2의 강제진출'곡으로 각광받는 싸이의 '라잇나우'를 포함한 300여 곡을 청소년유해매체물에서 제외했다. 그간 철통같이 지켜왔던 청소년유해매체물 기준은 국위선양을 위해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싸이의 문화훈장 수여는 아마도 국가가 줄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선물일 것이다. K팝 열풍을 타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류상품 개발에 공과 돈을 들여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인 싸이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국가가 나서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는 되지만, 분명 어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돼 보인다. 

강제진출한 국제가수 싸이, 그냥 놀게 놔두시라

싸이 개인만 놓고 본다면, 국가가 그에게 해 준 일이라고는 (대마초 관련 처벌은 제외하더라도) 국방의 의무를 2번이나 지운 일밖에는 없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싸이 스타일 세계는 춤춘다>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그 병역 사건 역시 신화 속 영웅의 성장담 속 고난의 일환으로 칭송되는 분위기지만 말이다.

대중가요 가수 중 문화훈장을 받은 이미자, 조용필, 하춘화 등의 경력은 최소 30년 이상이다. 그만큼 대중문화예술계에서 그간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작년 수상자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 음악인 신중현, 가수 하춘화, 배우 신영균씨 등이었다.

빌보드 4주 연속 2위와 유튜브 5억 건 돌파는 분명 기록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 결과만 놓고 "데뷔 12년 차 (미국) 신인 가수"에게 덥석 훈장을 수여하는 건 천박해 보인다. 성공과 수익만 거두면 그간의 기준이나 명성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정부의 인식은 "저 정도 했으니 딴따라에게 훈장 하나 주자"는 탁상공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론에 떠밀린 여가부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해금 조치와 엇비슷하게 참으로 발 빠른 결정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제발, 싸이가 'Dress Classy Dance Cheesy'하며 놀 수 있게 그냥 놔두시라. 그의 성공에 국가가 숟가락을 올려놔야 한다는, 그래서 '제2의 싸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착각과 환상을 거두시라. 그 시간에 음악인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쓰시라.

이제는 국제가수, 월드스타 싸이가 해외 방송에서 감격스럽게 외치는 그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정책도 그런 위상에 버금가야 하지 않겠는가.

싸이 강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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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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