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그는 진정한 월드스타가 되었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그는 진정한 월드스타가 되었다. ⓒ YG 엔터테인먼트


처음에는 다른 평범한 한류 스타의 소식처럼 바람 타기 마케팅 정도이겠거니 했다. 유튜브 조회 수 1억 회를 넘기고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며 관객들이 그를 보고 열광하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와중에도 '이거 보통이 아니긴 하지만 이 정도가 다겠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싸이는 결국 해냈다. 그 어떤 한국 가수도 해내지 못한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64위로 진입했으며 미국 내 아이튠스 차트 1위를 비롯하여 10여 개가 넘는 서양권 차트에서 '강남스타일'로 정상에 올랐다. 이 추세라면 빌보드 싱글차트 Top 10 진입도 꿈은 아닐 것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이티 페리, 존 메이어, 어셔 같은 팝스타들이 그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은 물론 하이틴 스타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와 힘을 합쳐 월드와이드 영어 앨범을 준비하여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싸이의 성공에 많은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음악평론가들은 그의 음악이 지난해 LMFAO가 일으킨 셔플댄스 열풍에 이은 결과이며, 후렴구 비트와 멜로디가 미국에도 먹힐 만큼 세련되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어떤 이들은 그저 단순히 싸이가 세계인을 웃겼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싸이의 성공에는 또 어떤 이유가 숨어 있을까?

싸이의 등장은 한국 대중문화계에도 충격이었다

잘 생기고 예쁜 가수들이 무대를 주름 잡던 2001년,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머리에 무스를 과하게 발라 느끼하면서도 뭔가 '양' 스러워 보이는 통통한 청년이 등장했다. 그리고 펼쳐진 그의 무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코믹한 춤과 직설적인 가사가 함께 한 '새'라는 노래는 그때까지 대한민국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퍼포먼스였다.

농담삼아 흔히 말하는 '방송 부적격'스러운 그의 외모와 춤, 노래는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가 데뷔 당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어떤 이도 제대로 시도한 적이 없었던 '19금 성인코드'의 장착이었다. DJ DOC가 시도하긴 했지만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과는 별개로 여러 가지 벽에 가로막혔던 반면, 싸이는 안정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중들에게 막혀있던 그 무엇인가를 열리게 하며 미치게 한 것이다.

연이은 사건과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원동력, 그것은 바로 '미치게 만들기'

하지만 브레이크 없이 앞만 보고 달린 결과였을까? 그는 대마초 흡입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02년 초 19금을 표방하고 발매된 2집 앨범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싸이는 이대로 죽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만들었다는 노래 '챔피언'은 다시 한 번 대중을 미치게 하였다.

'선동가'로서 탁월한 멜로디와 비트를 자랑하는 '챔피언'은 월드컵을 통해 하나로 뭉쳐진 대중에게 애국가와도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싸이가 무대 위에 등장하면 관객들은 언제나 '챔피언'을 외쳤고 전주만 나와도 사람들은 하늘 높이 점프하며 열광했다. 이성의 끈을 뚝 끊어 놓는다고 해야 할까? 그 정도만큼 말이다.

2006년 4집 <싸집>에 수록된 '연예인'으로 다시 한 번 정상에 등극한 그는 또 한 번의 시련을 겪는다. 바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군 문제로 말이다. 병역 특례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활동하던 싸이는 부실 근무의혹으로 현역으로 다시 입대하게 된다. 워낙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아무리 싸이라고 해도 다시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예측이었다. 싸이는 전역 후 김장훈과 함께 전국 단위의 콘서트를 펼치며 관객들을 다시 한 번 미치게 했다. 이어서 공개된 5집 수록곡 'Right Now'는 그의 노래가 아직 대중에게 잘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게 그는 한국 대중문화계에 안착했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싸이의 인생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다. 언제나 예측 못했던 사건이 터지던 그답게 이번에도 예측 못했던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강남스타일' 열풍. 싸이가 세계를 미치게 만들다.

 미국 방송 토크쇼에 출연하여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직접 말춤을 가르쳐 주는 싸이의 모습

미국 방송 토크쇼에 출연하여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직접 말춤을 가르쳐 주는 싸이의 모습 ⓒ billboard.com


시작은 유튜브에 올려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였다. 웃음코드가 가득한 뮤직비디오이긴 했지만 사실 한국 대중에게는 낯익은 형식이었기 때문에 생각만큼 커다란 이슈로 자리잡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바로 해외에서다. 그것도 세계 최대의 대중문화 시장인 미국에서 말이다.

힙합 아티스트 티페인과 영국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로비 윌리엄스가 트위터를 통해 '강남스타일'을 극찬한 사실이 알려질 때만 해도 그저 관심 정도에 그칠 줄 알았지만 폭발적인 유튜브 동영상 시청이 이루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싸이가 미국 대형 메이저 음반사에 의해 정식초청되고 각종 유력 매체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세계 최고의 음악시상식 중 하나인 MTV < 2012 MTV Video Music Awards >에 공식 초청되어 무대 위에서 말춤을 추는가 하면 미국 내 3대 네트워크 방송사 중 하나인 NBC의 토크쇼와 아침 생방송에도 출연하여 '강남스타일'을 라이브로 열창하기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신드롬에 그치지 않고 미국 내 아이튠스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인들을 향한 '싸이월드'로의 초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말춤을 따라 하며 노래 부르다가도 의외로 젠틀하면서도 스마트한 그의 실제 모습에 감탄하는 전 세계의 대중. 최근엔 그가 잠시 버클리 음대를 다녔던 학력까지 관심을 끄는 모습이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 대한민국 대중들이 처음 싸이를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면에 대한 반전이랄까? 처음엔 단순히 웃겨서 관심을 가졌다면 점점 아티스트로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 그것은 그들도 우리처럼 싸이에 미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새'를 발표했을 때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춤을 따라 했던 것처럼 전 세계의 대중이 그의 춤을 따라 한다. 그가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이 멈추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한국어 노래에는 상관없이 그의 노래를 다운받아 저장하여 거리를 걸을 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중을 제외한 사람들이 겪지 못한 싸이가 아직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무대 위, 수많은 관중 앞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모습의 싸이다. 진정 즐길 줄 아는 당신들에게 챔피언을 외치며 온 땀과 눈물을 다해 노래 부르고 춤추는 바로 그 싸이 말이다. 싸이가 본격적으로 미국 땅에서 공연을 펼치는 그날, 역사는 또 한 번 바뀔 것이다. 장르, 인종, 외모, 언어 다 필요없이 그저 미치게 하는 싸이의 진정한 열정에 말이다.

싸이 미국 강남스타일 아이튠스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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