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사이 3명의 감독이 영화촬영 현장에서 하차하거나 하차 압박을 받았습니다. 신인감독이 아닌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온 중견 감독들이었습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등 한국 영화의 위상은 나아지고 있지만, 제작 환경을 비롯한 기본적인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오마이스타>는 제작자 중심에서 이젠 자본 중심이 된 한국영화현장이 간과하고 있는 시스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감독, 제작사, 투자배급사가 함께 만족하는 합리적인 영화제작시스템 마련을 기원합니다. 현상 진단을 넘어 대안까지 기사로 함께합니다. - <편집자 말>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명세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협상종결자> 촬영 초반에 하차한 이명세 감독 ⓒ 한국영상자료원


탑 주연의 영화 <동창생>의 박신우 감독이 영화 전체 분량의 3분에 1정도 촬영을 한 채 영화에서 중도 하차했다. 올해 초 설경구·문소리 주연의 영화 <협상종결자>에서 초반에 중도 하차한 이명세 감독, 여기에 촬영을 90% 정도까지 마쳐놓고 막판에 제작사 대표와 갈등으로 촬영장을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까지 있다.

최근 충무로에서 갑자기 '감독교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일각에서는 "감독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다" "이제는 투자, 제작사들의 입김이 더 세다" "'갑'은 정작 주연배우들이다. 그들이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게 제작사과 감독 모두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등등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다.

우선 다년 간 충무로에서 다수의 상업영화를 제작했던 제작사 대표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들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감독 교체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라면서도 "그럼에도 감독 교체의 강수를 두는 것은 결국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상업적으로 어필 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을 지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제작사 대표, "제작사 입장에서도 감독 교체는 큰 손실이 있는 힘든 결정"

"촬영 중간에 제작자가 감독을 교체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다. 시간과 돈의 손실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교체를 하는 것은 당장 그런 시간과 돈의 손해를 보더라도 '바꾸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해서다.

결과적으로 개봉한 후에 더 큰 손실이 나는 것보다 당장의 리스크를 지고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영화는 개봉을 해봐야 알고, 그렇게 감독을 교체하는 게 좋은 결과로 꼭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다 책임지면서 감독 교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것으로 안다."

B 제작사 대표, "감독도 전체 상업영화의 한 구성원"

"한국영화 팬들,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는 아직은 감독을 향한 정서가 '감독의 아우라' '감독에 대한 예우와 존경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웬만하면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상업영화의 경우 크게 보면 감독도 전체 스태프 구성원 중 한 명이고, 전체 영화 제작의 한 부분이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데 있어서 제작사 입장에서 그 구성원과 문제가 있을 때 충분히 많은 소통을 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사실 할리우드의 경우 감독 교체가 비일비재하다. 감독이 영화를 찍고 있을 때, 후보 감독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감독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영화를 손실 없이 계속 진행시키기 위한 할리우드 식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영화가 점점 산업화되고 글로벌화 되면서 감독에 대한 예우보다는 수십 명, 수백 명이 참여한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 같다."

 전작<황해>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김윤석이 180도 다른 캐릭터로 팬들의 기대속에 영화<완득이>로 다시 돌아왔다.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오마이스타와의인터뷰에서 김윤석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얘기하고 있다.

임순례 감독이 중도 하차했다가 다시 돌아온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주연배우 김윤석. ⓒ 민원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감독이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순례 감독.

영화 <남쪽으로 튀어> 임순례 감독. ⓒ 유성호


C 제작사 대표, "프리 프로덕션 기간 충분히 갖고 서로 많은 의견 나눠야"

"한국영화의 장점은 감독의 연출력에 있어서 할리우드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있어서 (감독) 고유의 색깔이 나오는 것이다. 그게 한국영화의 힘이라고 본다. 감독과 제작사가 원하는 그림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크랭크인 전 충분히 프리 프로덕션(기자 주-본격적인 영화 제작 전 갖는 기획단계를 뜻함) 기간을 갖고 치밀하게 서로 협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영화의 색깔과 방향성에서부터 시작해서 행정적인 부분의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면 크랭크인 전에 허심탄회하게 다 이야기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영화를 찍을 것인지 명확하게 그림을 그린다면 서로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 짧은 편이다. 국외에서는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까지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짧게는 한달 반, 길게는 2~3달 안에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마치고 성급히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짧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소통하지 못했던 부분이 프로덕션 기간에 터져나 오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감독 교체 등 잡음이 들리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답은 감독님의 개성과 특성을 가지고 가되, 어떤 영화를 찍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작사와 명확히 사전에 합의되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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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대기업 투자사, 영화계 최대 '갑'인가
③ 저울 위에 놓인 감독, 불안한 임시직!
④ 시스템의 부재...이대로 가면 공멸
⑤ '과도기'인 충무로, 해법은 없나
⑥"배우들도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⑦자본의 노예 돼버린 한국영화계

동창생 박신우 임순례 이명세 남쪽으로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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