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지난 4월 잠정은퇴를 선언했던 김구라 ⓒ MBC


[기사보강 22일 10시 18분]
옛 중국의 정치가 풍도는 이런 문구를 남겼다. "입은 재앙의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할 것이다." 요즘처럼 툭하면 말 때문에 사단이 일어나는 시대에선 매우 시의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지난 4월엔 십 년 전 발언이 문제가 되어 잠정 은퇴를 선언한 연예인이 있었다. 독설가로 유명한 김구라다.

김구라는 십 년 전인 2002년 당시 딴지일보의 인터넷 방송인 <시사대담>에서 했던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아닙니까"라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하였다. 김구라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다"는 변을 남기면서 잠정 은퇴를 선언한다.

잠정 은퇴라는 선택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밥줄을 놓겠다'는 결단이다. 그는 밥줄을 놓는 결단에 그치지 않고 뒤이어 '위안부' 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도움은 못 드릴망정 그런 발언을 해서 죄송하다"고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무릎 꿇고 사과를 빌었다.

김구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위안부' 할머니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용서를 구한다. 첫 번째는 김구라 발언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에게 용서를 비는 일이었다. '나눔의 집'에 기거하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직접 용서를 비는 방식으로 말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 앞에서 책임을 지는 일이었다. 잠정 은퇴라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말이다.

막말에 '밥줄' 놓은 김구라...그러나 '이들'은 사죄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예인과 정치인의 막말 발언에 대한 향후 반응은 균일하지 않다. 김구라 뿐만 아니라 정치인 역시 과거 행적을 들여다보면 자유롭지 않은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2004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한나라당의 탄핵이 있었던 해다. 당시 한나라당은 전남 곡성에서, 위축된 당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환생경제>라는 타이틀의 퍼포먼스성 연극을 선보인다.

이 연극에는 연극배우가 아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한나라당 현역의원 24명이 등장인물로 참여한다. 한데 <환생경제>는 풍자를 넘어서는 '막말 연극'이 되고 만다. 당시 현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가리'라는 주인공을 향해 '육시럴', '불알'과 같은 온갖 비속어를 쏟아내는 퍼포먼스가 연극이라는 명분 아래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최근 인형으로만 등장하고 있는 김구라

그가 출연했던 방송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는 그의 인형으로 빈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 MBC


한데 당시 현직 대통령을 비하하는, 연극에 참여했던 국회위원 가운데에는 노 전 대통령 생전 사과 발언을 했던 이를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원수를 비하하는 발언의 향연장 한 가운데 서 있었으면서도, 문제의 발언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국회위원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연예인은 비난의 날선 잣대가 들어서자마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김구라는 자신이 한 말이 비록 십 년 전, 막말로 유명세를 타기 위해 한 자극적인 발언이라 할지라도 그 책임을 졌다. 발언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에게 직접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밥줄도 놓았다.

하나 정치인은 다르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막말에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가 몇 되지 않는다. 2004년 당시 좌초 위기에 빠진 당의 화합을 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해 당시 현직의 대통령을 제물 삼아 막말을 일삼아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깊이 참회하는 어느 연예인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행보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김구라를 받아들일 때가 왔다

김구라는 십 년 전 발언에 대한 속죄를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로부터 구했다. 또 대중에게는 잠정 은퇴라는 방식으로 용서를 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제는 대중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품어주는 심정으로 김구라를 받아들일 때가 다가왔다.

다만 아직도 김구라를 향해 따뜻한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비난의 돌팔매질을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막말의 엄격한 잣대를 정치인에게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연예인에게는 '분노 게이지'를 올려 가며 주시하지만, 유독 정치인에게만 관대하다면 이는 분명 이중 잣대가 아닌가. 김구라 역시, '위안부' 할머니에게 속죄의 눈물을 빌었던 눈물의 양 만큼이나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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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MC복귀]진심으로 잘못 뉘우친 김구라...이젠 용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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