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티아라의 공식 팬클럽 QUEEN'S 창단식에서 지연, 화영, 효민, 아름, 소연, 은정, 큐리, 보람이 사랑한다는 수화표시를 하며 마무리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팬클럽 창단식 당시의 티아라. 이는 '대중이 상상하는 티아라'의 차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 이정민


코어콘텐츠미디어의 화영 퇴출 사태 이후 걸그룹 티아라에게 닥친 역풍이 상당하다. '팬심'이 '분노'로 바뀐 이후, 팬심을 되돌리기가 매우 힘겨워 보이는 것이다.

이를 두 가지의 차원이 공존한다는 개념으로 살펴보자. 먼저 '대중이 티아라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 이런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설사 멤버 사이에 얼굴을 붉힐 만한 내홍이 있다 하더라도 이 모습을 결코 대중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왜일까. 대중은 멤버 사이의 불화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불편한 모습보다는 멤버들의 우정과 단합을 강조하는 '드라마 같은 판타지'를 바라기 때문이다. 설사 이것이 가식적인 모습이라 하더라도, 숙소 와서 대판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멤버 사이의 균열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데 '대중이 바라는 모습'은 무참하게 박살나고, '상상 뒤에 숨겨졌던 티아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몇몇 멤버들이 화영을 도외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SNS를 통해 노출했기에 그렇다. 이는 팬들에게 불화를 보여서는 안 될 멤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불화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심지어 한 멤버는 SNS상에서 화영을 언팔(친구 끊기)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까지 대중에게 노출하고 말았다. '감춰야 할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대중이 바라는 판타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 이들의 현실로 나타난다. 이로써 '대중이 티아라에게 바라는 모습'과 '상상 뒤에 숨겨졌던 티아라의 모습'이라는 두 개의 차원은 정반대의 위치, 대척 관계에 놓인다.

 14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티아라의 공식 팬클럽 QUEEN'S 창단식 & DAY BY DAY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지연이 질문에 답하는 소연의 말을 들으며 웃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티아라의 공식 팬클럽 QUEEN'S 창단식 & DAY BY DAY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지연이 질문에 답하는 소연의 말을 들으며 웃고 있다. (자료사진) ⓒ 이정민


 14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티아라의 공식 팬클럽 QUEEN'S 창단식 & DAY BY DAY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지연과 은정이 질문한 기자를 찾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티아라의 공식 팬클럽 QUEEN'S 창단식 & DAY BY DAY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지연과 은정이 질문한 기자를 찾고 있다. (자료사진) ⓒ 이정민


'두 개의 차원'이 한 눈에 들어오니...'팬심'은 '적대감'으로

이 두 개의 차원을 매개할 수 있느냐는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주 좋지 않은 수를 택하고 만다. 티아라를 구성한 두 개의 차원을 하나로 맺어주기보단, 멤버 화영을 버리는 자충수를 선택하고 만 것이다.

대중의 판타지와 걸그룹 멤버 사이의 불화라는 실제를 봉합해야 할 김 대표는, 멤버 한 명에게 철퇴를 가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으로 오판하고 화영을 버린다. 이것이 티아라가 대중에게 뭇매를 맞는 커다란 이유로 작용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는 커녕 그 아이를 고아원에 내버린 셈이기에 말이다.

대중은 당연히 분노한다. 자신들의 바라던 티아라의 판타지가 '쫑'났다는 건 대중의 상상을 무너뜨리는 처사다. 한 술 더 떠 이를 매개하기를 포기하고 멤버를 버리기까지 하니, 티아라를 둘러싼 두 개의 차원을 한 번에 바라보게 된 대중은 팬심을 적대감으로 바꾸어 낸다.

그런데 아직도 오판을 하는 듯하다. '버티기'로 일관하면 대중의 냄비 근성이 언젠가는 식을 줄로 말이다. 연예인이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면 이들의 행보는 대개 자숙 모드로 바뀐다. 일체의 연예 활동을 접고 대중의 분노가 수그러들 때까지 근신하는 것이다.

한데 티아라는 이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 11일로 예정되어 있던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음악 프로그램을 출연하는 등의 걸그룹 활동은 일시적으로 중지했지만, 멤버 개개인의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대중에게 버티기 공세로 일관하는 것으로 비춰지게 된다.

 16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SBS 특별기회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에서 타고난 감성의 피아니스트 홍다미 역의 배우 함은정이 포토타임을 마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SBS 특별기회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에서 타고난 감성의 피아니스트 홍다미 역의 배우 함은정이 포토타임을 마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 이정민


무리한 '버티기 전략',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작전이 유효해서 대중의 공분이 소강상태를 맞았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소연이 출연 중인 KBS 2TV <해운대 연인들>은 월화드라마 방송 삼사 시청률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매회 방영을 통해 문제로 지적되는 막장 연출도 문제지만, 소연이 출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호감 드라마로 전락해 버렸기에 말이다.

MBC 금요드라마 <천번째 남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소재와 연출로 호평은 받았을지언정, 받아든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대중이 효민이 출연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버티기 작전은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소속사는 대중의 분노 수위를 아직은 뼈저리게 체감하지 못한 듯하다. 혹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브라운관에 자꾸 얼굴을 내밀면 대중의 분노도 언젠가는 팬심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패착을 저지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성난 팬심을 어떻게든 달래보려 애써야 할 때다. '버티기' 전략은 정말로 루비콘 강을 건너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버티기가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을 달래지 못하는 지도자는 100% 실패했다. 하물며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걸그룹이야, 더 말 하면 입만 아프다.

티아라 효민 화영 함은정 소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