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 두타연



차태현, 성동일, 고창석 등 코믹 연기 대가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당연히 재미는 있을 줄 알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무더운 여름 부담 없이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웃기기만 한 영화로만 취급하면 섭섭하다.

'한국판 어벤져스'로 홍보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벤져스' 정도는 아니라도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놀아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총출동한 '꾼'들의 무용담을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 형식으로 다룬다.

극중 악당들과 직접 무술로 상대할 수 있는 이는 백동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판 어벤져스'라고 하기보다 '조선판 도둑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들이 얼음을 훔치고 난 이후 달라진 결과를 놓고 보자면 이들은 '도둑들'이 아닌 조선과 백성을 구한 '영웅'이 틀림없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틸사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틸사진 ⓒ 두타연


조선 정조 시대 실존 인물인 이덕무와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서자 출신인 덕무와 동수가 서빙고 얼음을 독점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고 난 이후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명수를 몰락시키기 위해 덕무와 동수가 꾸며낸 계략은 다름 아닌 서빙고 얼음을 훔쳐내는 것이다. 원래 서빙고는 국가가 직접 관리했으나 조명수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후, 얼음을 가지고 조선과 백성을 농락하는 조명수의 횡포는 극에 달한다. 그래서 사사로운 복수로 서빙고 얼음을 훔치는 '꾼'들은 국가 산업에 이어 세손의 목숨까지 노리는 조명수 부자의 탐욕과 맞물려 이들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협객'으로 탈바꿈한다.

서빙고 얼음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이덕무, 백동수와 조명수 간의 갈등 구도는 공공재가 민간에게 소유, 운영권이 넘어갈 경우 일개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악용될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 폐해를 비교적 쉽게 보여준다.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굳이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진행되고 있는 공공 산업 민영화에 대한 경각심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아도 크게 한 바탕 웃고 극장에서 나갈 수 있는 영화다. 유난히 더운 해 스크린 내 연신 비추는 얼음은 보기만 해도 묵은 더위를 날려버리며, 우려되었던 액션과 CG처리도 기대 이상이다.

다소 설득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스토리는 옥에 티로 지적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비교적 풍성한 볼거리를 효과적으로 앞세워 역사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민영화의 폐해와 권력층의 부패를 꼬집은 영리함은 풍자와 재미 모두 잡은 사극 블록버스터 진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영화 속 놓쳐서는 안 될 깨알 장면

1. 조선 시대 서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덕무는 어찌 우의정 대감을 대놓고 아버지라고 부르시는지.(우의정 대감이 참 인간적인 분이신듯)

2.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2천만 흥행배우 차태현. 이제는 2천5백만 흥행배우로 불릴 차례, 오케이?

3. 대현 아저씨 옆에서 폭탄 만들면서 눈썹 태운 정군. 참으로 근사하게 성장했구나. (엔딩 크레딧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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