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창입니다. 오마이스타와 함께 대중문화를 비틀어도 보고, 정색해도 보려 합니다. '꼰대'는 되지 말자는 신념 하나로 넘어지면 또 '하악하악' 일어나서, 영화를 보고, 쓰며, TV도 보고, 음악도 듣고, 독립영화도 애호하고, 술도 애정하며, 사람도 사랑합니다. [편집자말]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는 지난 2011년 2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을 "소모품"에 비유한 바 있다.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을 트렌드가 지나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처럼 연예인도 트렌드가 있는 '소모품'이라는 의미다.

또 연예계 실력자가 아닌 권력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실력자이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권력자라고 한다" "아마 밀어붙이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답했다.

1990년대부터 수많은 스타를 키웠고,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몇 안 되는 매니지먼트사를 이끌고 있다. 또 현재 최고의 음반·영화 제작자로 평가받는 김광수 대표의 마인드다. 사회적 파장까지 불러온 티아라 사태의 본질은 연예계의 '성공의 아이콘' 혹은 '실력자'로 평가받는 김광수 대표의 마인드를 정확히 읽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티아라 사태가 수면으로 올라온 지 1주일을 넘긴 지난 4일, 급기야 자필 사과문까지 등장했다. 김광수 대표의 대응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언론에 배포한 자필 편지에는 "오해가 오해로 이어져 결국엔 '왕따설'까지 번지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쓰여 있다.

이 '오해'란 단어에서 퍼뜩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사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오히려 상대방을 머쓱하게 만들어 버리는 '오해 드립'의 달인인 현직 대통령의 화법과 꽤나 닮아있다. 국민은 빠르게 진화하는데 독불장군식으로 대처하는 '올드보이'식 소통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는 이 나라의 대통령 말이다.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가 4일 이번 티아라 사태와 관련해 자필로 사과했다.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가 4일 이번 티아라 사태와 관련해 자필로 사과했다. ⓒ 코어콘텐츠미디어


언론매체 고소에 자필 편지까지...코어콘텐츠의 적극적 언론플레이

'티아라 사태'가 불거진 지난 7월 28일 이후 코어콘텐츠의 대응 과정을 되짚어보자. 27일 <뮤직뱅크> 방송 이후 티아라 멤버들의 트위터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28일 오전 발 빠르게 기사화되며 논란이 되자 코어콘텐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대발표'를 예고했다. 중대발표 전 3일은 논란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건 티아라를 국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이즈 케팅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30일 코어콘텐츠는 '중대발표'를 통해 '불화설'과 '왕따설'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스태프들의 볼멘소리"와 "화영의 사람 됨됨이" "티아라의 미래와 화합" 등을 거론했다. 결과는 사실상 (화영의) 방출이었다.

화영은 "진실 없는 사실들"이란 반박하는 듯한 글을 트위터에 남겼고, 몇 시간 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코어 측은 화영이 <뮤직뱅크> 녹화장에서 '돌출행동'을 했다고 폭로(?)했다. '왕따설'의 피해자가 일순간 그룹의 화합을 막는 가해자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화영에 대한 동정론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31일부터 코어 측은 백댄서나 연습생의 폭로 등 쏟아지는 누리꾼의 증거 자료와 제보에 재빠른 반박 보도자료로 대응하며 여론의 반전을 꾀했다. 코어콘텐츠의 이런 대응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가능성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여론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도 봤다. 명쾌하고 분명하게 해명할 수 있는 소속사와 멤버들, 특히 화영이 참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기자회견은 비켜갔다. 안티 팬 사이에서 어떤 팩트가 분명한 사건이라기보다 티아라 내부에서 이미 곪아왔던 일이란 추측을 낳게 하기에 충분했다. 

31일 오후 화영은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리고 1일 오전 김광수 대표의 직격 인터뷰가 공개됐다. 김광수 대표는 31일 늦은 오후 화영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원만한 해결을 봤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는 '원만한' 해결과 함께 '눈물' 등의 수사가 난무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한 화영의 사과가 코어콘텐츠가 주도한 언론플레이의 일환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입장을 우호적으로 반영해주는 몇몇 매체를 골라, 본질에 대한 언급 대신 충분한 자기 해명만 반복함으로써 '티진요' 등 안티 팬의 화를 자처했다.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경마장식 보도들은 속속 '화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코어 측은 오는 10월 일본에서의 신곡발표와 15만 명 규모의 아레나 콘서트 계획을 2일 발표했다. 물론 "멤버들의 요청"에 부응, 국내 활동은 잠정 중단했다.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일단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처럼 보였다. 역시나 화영의 입장이 공개되면서 연일 포털 검색어를 장식했던 티아라 사태가 조금씩 잠잠해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후 김 대표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3일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게시물을 기사화한 7개 매체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티진요' 대표와도 만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형사고발과 언론플레이에 안티 팬들이 움츠러든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4일로 예정됐던 소속사 앞 시위는 김 대표가 '사회정의연합' 카페 관련자를 만나는 등 설왕설래 끝에 1인시위로 마무리됐다. 연이어 김 대표의 사과문이 공개됐다. 티아라 멤버들이 출연한 MBC <세바퀴>도 차질 없이 방영됐다. 외견만 보면, 김광수 대표는 1주일 만에 사태를 누구보다 빨리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7월 26일 오후 3시 일본 도쿄 부도칸 공연장에서 일본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티아라 멤버들과 한국 취재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화영, 효민, 큐리, 보람, 소연, 지연, 은정, 아름이 자리했다.

7월 26일 오후 3시 일본 도쿄 부도칸 공연장에서 일본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티아라 멤버들과 한국 취재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화영, 효민, 큐리, 보람, 소연, 지연, 은정, 아름이 자리했다. ⓒ 코어콘텐츠미디어


왕따 사건은 사실 피해자의 신고나 증언, 혹은 가해자의 고백 없이 입증하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명백한 물리적, 언어폭력이 행해졌다고 해도 과거사로 묻히거나 관련자들이 입을 닫는 순간, 진상은 쉽게 묻히기 마련이다. '화영 왕따'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멤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화영마저 사과와 함께 새 출발을 다짐했다. 증거라고는 인터넷상에서 제기된 과거 방송 출연과 공연 장면이 전부였다. 연습생이나 백댄서의 글도 허위로 드러나거나 공신력을 얻지 못했다. 공식적인 기사를 통한 대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표는 이를 잘 활용했다. '티진요' 등 누리꾼들이 김 대표의 언론플레이에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일단 코어콘텐츠 측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왕따 문제'를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해도, 티아라의 활동에 결정적인 결격 사유를 들이댈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왕따 논란'과 구체적인 사건, 사고로 인한 '자질 논란'은 차원이 다르다. 이미 예견됐지만, 게시판이 초토화되는 분위기에서도 티아라가 출연한 <세바퀴>는 차질 없이 전파를 탔고, 드라마 <해운대의 연인들>을 비롯해 티아라 멤버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측 역시 논란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확히 코어콘텐츠가 보여준 대응 방식, 그러니까 가해자와 피해자를 모호하게 뒤섞어 버리는 전략과 수박 겉핥기와 같은 해명, 이와는 반대로 적극적인 고소와 언론 플레이의 결과대로 '티아라 사태'가 봉합되고 있는 분위기랄까.

 이제 화영이 함께 선 티아라의 무대는 볼 수 없게 됐다.

이제 화영이 함께 선 티아라의 무대는 볼 수 없게 됐다. ⓒ 이정민


'티아라 사태' 그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어 측은 지난 2월 김광수 대표의 표현처럼 '소모품'인 티아라 멤버들 중 인기 있는 멤버는 밀어주고 문제가 불거진 이는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화영을 방출한 것이야말로 '왕따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증거이지만, 김 대표는 '티아라의 미래와 멤버들간의 화합'이란 집단 논리로 화영의 방출을 정당화했다. 더욱이 멤버간의 갈등과 불화를 생산적인 방식으로 봉합하지 못하고, (방출과 언론플레이란) 성급하고 나쁜 선택을 한 것 또한 애초부터 문제였다.

결국 이윤 추구가 목적인 매니지먼트사의 논리에 영향력을 미치고 변화를 꾀하는 방법은 팬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움직임이다. 이미 팬 카페는 폐쇄됐고, 티아라의 공연 티켓은 환불사태를 낳았으며, 팬들의 압박에 광고주들이 티아라의 지속적인 기용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직접적인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을 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제2의 화영'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연예계만 놓고 본다면, 그간 아이돌의 (지금도 반복되는) 가혹한 경쟁시스템을 K-POP의 성공이나 팬심에만 의지해 그저 당연히 밟아야만 하는 통과의례로 인정해오지 않았나 하는 자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갑'과 '을'의 논리에 맞춰진 우리 연예계의 인식,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 이런 논리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이들은 단연 갑이 아닌 을일 수밖에 없다. 연습생과 신인 연예인, 그리고 그룹 내 소외된 멤버들 말이다. 그러한 구조를 감시하고 개선시키는 것은 역시나 대중문화 소비자의 적극적 액션일 수밖에 없다.    

진실이 묻혀버릴 공산이 큰 '왕따 문제', 그리고 멤버 갈등의 기저에 깔린 티아라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두고, 사회적인 문제나 구조와 시스템 문제를 운운하는 일은 이제는 식상한 돌림노래처럼 되어버렸다. 이미 작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인권위가 나서 어린 아이돌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조사와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액션이 필요할 때다. 

하나 더, 이번 티아라 사태에 사회적인 공분을 퍼붓는 건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티아라 멤버들에게 한정해 분노를 표출하고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일은 근본 문제를 외면하고 임시방편 격으로 문제를 봉합하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돌아보면 '왕따 문제'는 지금도 만연해 있지 않나.

왕따는 가해자나 피해자 못지않게 방관자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행여 티아라 멤버들과 그 주변에 쏟아지는 질타가 방관자 입장에서 책임감 줄이기의 일환으로 이용돼서는 곤란하다. 대중이란, 언론이란 이름에 기대 연예계만의 문제로 치부하며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것 또한 안일한 대처이긴 마찬가지다. '왕따설'이 불거진 티아라와 이에 안일하게 김광수 대표의 과거를 캐내려는 관심들만큼이나 왕따를 둘러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둘러보고 자성할 때다. 이번 티아라 사태가 준 교훈이다.

화영 티아라 김광수 대표 코어콘텐츠미디어 티아라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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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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