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열린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공연 모습

2010년 열린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공연 모습 ⓒ 이정민


인천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펜타포트록페스티벌(펜타록페)이 인천 록(Rock) 문화를 쇠퇴시켰다는 주장이 일어 향후 인천시 문화 정책변화의 향배가 주목된다.

록문화, 인디신, 인디레이블 등의 단어조차 생소했던 90년대 초, 정유천 인천밴드연합회장은 부평 백운역 근처 지하에 작은 록캠프를 열어 루키밴드들을 양성했다.

당시 인천 등지에서는 동인천을 중심으로 '심지' 같은 헤비메탈 전용 음악실 등이 들어섰다. 이런 탓에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슬래시메탈, 메탈발라드, 펑키메탈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생겨났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하 록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룹 시나위, 백두산 등이 이때 유명했고,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로 무대 중심이 옮겨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당시 상황을 두고 인천의 록문화가 중흥할 거라고 예상했다. 90년대 말 인천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클럽이 생겼고, 당시 50여개의 인디밴드들이 서로의 자웅을 겨루며 엄청난 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무대 중심이 인천에서 홍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정유천 인천밴드연합회장 공연 모습

정유천 인천밴드연합회장 공연 모습 ⓒ 이정민


이후 급격히 록문화가 쇠퇴하며 현재 인천은 10여 팀 내외의 전문 밴드들이 인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활성화 된 루비살롱레코드(리규영 대표)나 G7 등이 주요 밴드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라이브클럽 운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은 전문 인디밴드를 기획하고 발굴하는 인디레이블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펜타록페가 창궐하면서 새로운 록 중흥기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천의 대표 록페스티벌이 오히려 인천밴드들을 무시하고 라인업에 조차 참여시키기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기업 기획사와 손잡고 철저히 흥행위주, 상업위주로 펜타록페 문화를 변질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유천 회장은 지금의 이런 록문화 쇠퇴 현상을 시가 바로잡지 않으면 더 이상의 펜타록페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펜타록페로 인해 인천의 밴드들은 인천에서 떠나야 할 판이라고 칼날을 세웠다.

정 회장은 오는 28일 오후 7시, 강화 동막해수욕장에서 진행하는 '서머록페스티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행사를 따로 주최하는 그의 숨은 노력이 엿보인다. 2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 회장의 솔직한 심경을 들어봤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지역 밴드에게 가져다준 자괴감"

 2010 펜타록페 공연 당시 참가자들의 코스프레 모습

2010 펜타록페 공연 당시 참가자들의 코스프레 모습 ⓒ 이정민


- 7회째 맞는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을 바라보는 소감은?
"올해로써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 벌써 일곱 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1999년 열린 트라이포트가 폭우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 열린 록페스티벌이라 많은 기대도 가졌다. 90년대 초 인천이 한국 록문화 메카라 불리던 명성을 90년대 말 이후 홍대신으로 빼앗겼지만 펜타록페를 계기로 다시 인천의 록문화가 중흥 할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러니 하게도 펜타록페가 시작하는 시기와 비슷하게 오히려 인천의 록문화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

-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90년대 말 인천에서 처음으로 라이브클럽인 '록캠프'가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대략 50여 팀 이상의 인디밴드들이 서로의 자웅을 겨루며 엄청난 인프라를 형성했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은 불과 10여 팀 내외의 전문 밴드들만이 활동하고 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생긴 루비살롱이나 G7등 대부분의 라이브클럽들도 문을 닫았다. 물론 직장인밴드의 개념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은 늘기는 했지만...(침묵)

그럼, 왜 인천의 인디신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나.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지역 밴드들에겐 가져다준 자괴감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지역에서 열심히 해서 실력을 키우면 언젠가는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오히려 박탈감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펜타록페는 지역참여를 전혀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몇 번 인천밴드연합 차원에서 인천지역 밴드 참여를 요구했지만 기획사는 흥행에 저해된다거나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했다.

물론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와 흥행을 위해 인지도 있는 밴드들을 세우는 것은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국내 출연밴드들을 모두 홍대신에서 불러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0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공연 모습

2010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공연 모습 ⓒ 이정민


- 향후 펜타록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인천출신 밴드라는 명칭은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인천출신 밴드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갖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 밴드들은 해체되고 각자 홍대신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의 멤버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음악활동을 바꾸며 인천을 떠나고 있다.

펜타록페의 체질 개선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관과 기획사 주도의 전시성 페스티벌에서 벋어나 전문 지역인들을 참여 시켜야한다. 그리고 인천 밴드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오랫동안 지역의 밴드문화를 지켜오고, 또 지켜가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에 대한 존중과 그들과 함께 하려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밴드음악인들의 위화감을 없애고 지역이 함께하는 인천 특유의 또 다른 록페스티벌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이상 지역의 밴드들이 함께하지 않는 록페스티벌은 공허하며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천의 진정한 밴드문화의 꽃을 피우고 다시 옛 명성을 찾기 위해서 펜타록페가 진정 누구를 위해서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정유천 인천밴드연합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인디신 록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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