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의 모습. 최근 KBS <시사기획 창>이 재벌들과 강호동 등의 평창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강호동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작년 9월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의 모습 ⓒ 유성호


1년가까이 오매불망 이 묵직한 국민 MC를 기다렸던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 방송인 강호동의 복귀는 예능이 아닌, 교양에서 시작됐으면 좋겠다. 배우 안성기와 윤은혜, 송일국, 가수 보아가 앞서 다녀온 KBS 1TV <희망로드 대장정>이나 < MBC 스페셜 > < SBS 스페셜 > 등을 통해 '방송인'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은 '인간 강호동'이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담백하게 보여주거나 봉사활동에 구슬땀 흘리는 모습을 본다면 그를 밀어냈던 대중 또한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테니까.

이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김제동, 이경규의 예리한 질문을 통해 속내를 털어놓거나 KBS 2TV <승승장구>에서 '몰래 온 손님'으로 <1박2일> 전 연출자 나영석 PD와 마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제동과 이경규, 나영석 PD는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대표적인 인물 아닌가. 스스로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도 물론 소구력이 있겠지만, 가까운 이들이 생각하는 강호동이라는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나영석 PD의 등장은 과거 강호동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을 떠올릴 수 있기에 금상첨화다. 시청자 투어나 명사 초청을 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부재로 <1박2일>은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멤버를 교체하고 다시 태어나야 했다. 맏형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엔 <승승장구>의 '몰래 온 손님' 코너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개그맨 정준하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4년 동안 교제한 10살 연하 재일교포 신부 '니모'와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으로 참석한 방송인 강호동이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정준하의 결혼식에 모습을 드러낸 강호동 ⓒ 이정민


복귀의 수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정도면 털어버릴 것은 모두 털었으니, 이제 웃음을 전할 시간이다. MC였던 이승기와 SBS <강심장>에서 'MC로서 아직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거나, 매일 <무릎팍도사>에 밀리다 그의 부재로 MBC <황금어장>을 점령해 버린 <라디오 스타>에서 유세윤의 깐족거림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는 예능 샛별로 거듭난 슈퍼주니어 규현 또한 한몫을 할 것이다.

자. 이제 각 프로그램을 두루 거쳤으면 진정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시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호동에게는 외롭게 홀로 빛나기보다 상대를 빛나게 하는, <무릎팍도사> 같은 토크쇼가 가장 잘 어울린다. 단, 색동 저고리를 입고 볼에 연지곤지를 찍은 '무릎팍도사'와는 다른 캐릭터를 권한다. '무릎팍도사'를 떠올리면 강호동이 생각나듯, 또 하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이 모든 것은 그가 잠정 은퇴를 선언한 지난 2011년 9월 이후 1년 만에 복귀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을 때 가능한 가정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그가 돌아와야 할 곳은, 그리고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이곳. 연예계다.

강호동 복귀 1박2일 힐링캠프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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