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KBS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각시탈>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종로경찰서 내 고문실.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KBS드라마센터에서 열린 수목드라마 <각시탈>현장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종로경찰서 내 고문실. ⓒ 이정민


12일 KBS 2TV <각시탈>에서는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조단장(손병호)를 끔찍하게 고문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고문 방법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악랄했다. 촘촘히 못이 박힌 나무 틀 안에 조단장을 집어넣고, 이리저리 흔들어 못에 찔리게 하는 만행이었다.

옷이 피로 젖은 조단장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 고문을 견디다 못한 조단장의 절규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기무라 슌지는 이 고문 방법을 조 단장에 앞서, 담사리(전노민)에게도 사용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자고문을 할 경우 (담사리가) 죽는다'는 이강토(주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다행히 실행되지는 못했다.

이강토의 말처럼, 이 '상자 고문'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잔인했다. 극 속에서 끔직하게 묘사된 이 상자고문, 그런데 고문 기구는 그저 드라마 상의 허구가 아니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 순사가 우리 민족 투사들에게 자행하던 실제 고문 방법이었다. 

상자고문, 서대문 형무소에 가면 일제의 만행이 보인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남겨져 있는 상자고문(왼쪽) 도구와 손톱찌르기(오른쪽) 고문도구, 일제의 악랄함이 보이는 고문도구들이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남겨져 있는 상자고문(왼쪽) 도구와 손톱찌르기(오른쪽) 고문도구, 일제의 악랄함이 보이는 고문도구들이다 ⓒ 곽진성


지하철 독립문 역 근처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에서는 일제의 고문 만행을 엿볼수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독립 투사들을 잡아다 모진 고문과 투옥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유관순, 허위등의 독립 투사들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기자는 지난 5일, 시간을 내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찾았다. 평일임에도 서대문 형무소에는 꽤 많은 관람객이 있었다. 젊은 관람객이 많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어떤이는 외국인 친구들을 데려와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마음은 모두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최근 졸속으로 추진했던 한,일 정보보호협정(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추진 움직임에 대한  정서적 반감, 그리고 일제의 만행을 잊지 않겠다는 역사의식이 이들을 역사의 공간으로 불렀을 것이다.

 독립을 위해 목숨바친 의인들, 드라마 <각시탈>을 보며, 다시금 의로운 투사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독립을 위해 목숨바친 의인들, 드라마 <각시탈>을 보며, 다시금 의로운 투사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 곽진성


서대문 형무소 내에 전시된 일제의 고문 기구들은, 드라마 <각시탈> 속 일제의 고문보다 더 참담했다. 상자 속에 못을 촘촘히 박은 상자고문을 비롯해, 사람을 앉을 수도 설 수도 없게 하는 벽관고문, 그리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고문 기구들은 혀를 차게 했다.

특히 손톱찌르기 고문은 할 말을 잃게 했다. '가늘고 날카로운 꼬챙이를 손톱 밑으로 찌르고, 심지어 입 속까지 마구 찔러 고통을 준' 그 끔찍한 고문 방법은 분노를 일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리도 잔인할 만행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모진 고문에 타협하지 않고, 수많은 독립 투사들이 의롭게 산화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참담했을까. 그럼에도 견뎌냈던 순국선열, 한결 같이 꿈꿨던 '조국 독립'에 대한 위대한 열망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였다.

그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을 돌아본 후, 시청한 <각시탈>은 남다른 감회에 젖게 했다.  12일 방송된 <각시탈> 속 상자 고문은 독립투사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의 대형 태극기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의 대형 태극기 ⓒ 곽진성


하지만 우리 현실은 과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잘 이어받고 있을까? 식민역사의 가해자인 나라와, 그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도 없는 나라와, 민감한 (군사) 비밀보호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그 무지함에 혀를 차게 된다.

역사를 망각한 이들에게 과연 올바른 미래가 있을까. 작은 이득에 혹해 숭고한 역사 의식마저 희석시키는 위정자들의 행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TV에 방영되고 있는 <각시탈>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낀다.

시작 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지금 <각시탈>의 존재는 어떤 드라마의 의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드라마 상에서나마, 일제의 만행을 드러내줘서 고맙다. 제작진과 배우들, 큰 용기를 내줘서 정말 고맙다.

특히 '일본 눈치'를 본 한류 스타들의 캐스팅 거절 속, 당당히 주연을 맡았다는 주원, 그리고 신현준, 그리고 한명 한명의 배우들의 결정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 용기 덕분에 <각시탈>은 우리 역사의식을 되돌아보는 '바로미터'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 횡행하는 친일(親日)의 기류에도 따끔한 일침을 던졌다.

각시탈 서대문 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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