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솔직히 배우 윤제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의 연기력이야 충분히 검증된 사실. 그러니까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였고 많이들 다뤘기에 인터뷰 자리에서까지 되짚는 건 좀 불필요해 보였죠. 

배우의 인간적인 매력을 재발견 하자는 게 인터뷰의 진짜 목적이라 평소에 생각하는 한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직접 마주한 윤제문은 인터뷰이로선 확실히 재미없는 사람이었음을 밝힙니다. 물론 인터뷰어 역량의 문제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분명 참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심증은 맞는 것 같더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확실히 그가 주연으로 전면에 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는 윤제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죠. '마음 놓고 윤제문이 놀아도 됐을 법했는데 좀 더 오버해도 되지 않았을까? 어떻게 봤는가?' 돌아온 대답은 '그게 많이 오버한 건데? 또 평범한 공무원 이야기지 않나. 크게 오버스러운 코미디 시나리오도 아니고'였죠.

분명 <나는 공무원이다>는 올해 나온 코미디 영화 중 꽤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코미디도 살아있고 윤제문이기에 더욱 느낌이 새로울 수 있었죠. 등장하는 밴드의 음악도 겉핥기로 처리하지 않고 나름의 진정성을 담았습니다. 특히 인디밴드의 산파 역할을 했던 '홍대 쌈지스페이스'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낸 건 이 영화의 또 다른 공이기도 했죠.

일상과 꿈, 중년과 청춘, 안정과 불안정 등 영화를 읽고 비교할 수 있는 코드는 무척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또 물었죠. '배우 윤제문은 이 영화를 어떻게 정의 하겠는가?'라고 윤제문은 '유쾌한 영화지, 어떤 소시민의 반란과 일탈? 짠한 영화'라고 답했죠. 

사실 질문의 길이와 그의 대답의 길이가 비슷했습니다. 아니 가끔은 질문보다 더 짧은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죠. '생활공해팀 공무원 한대희라는 역할에 비추어 평소 공무원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있었는지 그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 건 아닌지?'라는 질문을 던질 땐 '멘붕'직전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특별한 감정이 있진 않았어요.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공무원이란 직업인 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윤제문은 선택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빠뜨릴 뻔한 게 있었습니다. 윤제문이 뱉는 말보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보였던 표정과 눈빛이었죠. 비언어적인 부분에서 윤제문은 진지하고 주의 깊게 말을 듣고, 상당한 시간 생각을 하며 답을 했습니다. 구자홍 감독이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일상에서의 거리와 연기의 거리가 그리 크지 않아 보였죠.

꿈? 목표? 윤제문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말 같아 보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왔다는 그의 대답엔 삶에 대한 굵직한 태도가 담겨있었죠. 연기 생활 역시 군제대후 <칠수와 만수>라는 연극을 보고 나서 '깜짝 놀라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전까진 장사를 하면서 생활했던 윤제문에게 연기는 막연했다죠. 하지만 '깜짝 놀랐고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은 배우 생활을 하게 한 중요한 동기였습니다. 1995년 산울림 소극장 연출부로 연극을 경험했던 윤제문은 1996년 연희단 거리패 산하 우리극 연구소 3기로 들어가면서 무대를 서게 된 1998년 이후 극단 골목길 소속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멀리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보단 그때그때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거대담론보단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이랄까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운 클래식 기타 역시 미팅을 했던 상대방이 '로망스'를 좋아하기에 배우기 시작했다고. '알함브라 궁전',바흐의 '부레' 등 클래식 기타 좀 친다하는 사람들이 거치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는 걸 보면 정말 열심히 배웠던 듯합니다. 역시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 그 여자 분이랑 어찌 됐냐고요? 결국 사귀었답니다. 비록 손도 못 잡아 보고 1개월 만에 끝나긴 했다지만요.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믿음이 가는 배우를 좋아하는 윤제문...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의 표정에 모든 게 담겨 있어보였습니다. 말 자체는 무뚝뚝하고 짧지만 진정성이 묻어났죠. 그래서 윤제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이젠 상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조폭과 같은 악역을 주로 하던 시절 이미지 고착에 대한 고민을 했답니다. <어깨너머 연인>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이전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젠 악역이든 뭐든 들어오는 대로 좋아하게 되면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TV 드라마, 영화, 연극 가리지 않는답니다. 이유를 물으니 "요즘 연극도 예전과 달리 일상어로 연기하기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답했죠. 차이가 있다면 드라마와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여기저기 다니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랍니다.

데뷔 17년 차. 연극을 좋아했고 연기의 매력을 느껴 시작했던 배우 생활이라지만 그에게도 변화의 지점은 있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있겠죠.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땐 순수한 연기와 연극을 하고파서 했지만 지금은 상업 영화를 하고 있으니 돈이 작용하기도 하죠. 물론 순수한 연기에 대한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상업성이 나쁜 건 아니니까요."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믿음이 가는 연기, 사람을 쏙 빠지게 하는 연기를 좋아한다는 윤제문에게 자신의 연기에서 기억에 남는 지점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앞으로 배우 윤제문이 걸어갈 연기생활을 미루어 짐작키 위한 생각에서 던진 질문이기도 했어요.

"글쎄 다 까먹어가지고요. 좀 제가 잘 잊어버리는 편이에요. 생각나는 건 <열혈남아> 장면에서 (설)경구 형이랑 붙는 장면? 이게 좀 생각이 나고, <괴물>에서 노숙자를 했던 장면이 생각나요. (박)해일이랑 붙었을 때 재미있는 장면이었거든요. (웃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머리에 남아있어요. 전 기억을 못하고 미련도 안두는 편이에요. 그렇게 앞으로 가는 거죠. (웃음)"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넉넉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나는 공무원이다>에서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7급 공무원 한대희 역의 배우 윤제문이 4일 오후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넉넉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윤제문 나는 공무원이다 성준 인디밴드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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