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 CJ E&M


신비한 힘으로 25살의 훈남이 된 14세 소년 금은동(김기범 분)의 가장 큰 사랑 표현 방식은 '꼭 끌어안기'다. 어느 순간부터 이태리(박예진 분)와 키스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지만, 본래 금은동의 주특기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꼭 끌어안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랑하는 여인이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은사든, 그리운 부모님이든.

tvN <아이러브 이태리>(극본 김지영·연출 김도혁)는 기본적으로 금은동과 모든 걸 다 갖춘 28세의 재벌가 상속녀 이태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연상연하 로맨스'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몇 백 년의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 해시계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합작으로 이뤄진 판타지를 통해 14살 첫사랑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결국은 14살 소년과 14살 소녀가 만나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사실 금은동과 이태리의 사랑을 첫사랑으로 명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금은동에겐 정혼자 하순심(주비 분)이 있었으며, 이태리에게는 슬픈 추억이 된 최승재(양진우 분)가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만큼 풋풋하고 순수하다.

사실 금은동의 사랑법은 간단하다. 상대방을 믿기. 힘들 땐 꼭 옆에 있어 주기. 약속한 것 지키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할 땐 밤새 손을 잡아 주고, 박물관 관장직에서 물러났을 때에는 보드게임을 하며 놀아 준다. 오해를 살 일도 없다. 자신이 14살이라는 비밀만 빼고는, 솔직하게 말하면 그만이니까.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 CJ E&M



오히려 이것들이 28살 상속녀의 '왕자님'이 되기에는 차고 넘치는 조건들이 됐다. 때때로 사람 간의 마음을 간단히 물질로 치환해 버리는 세상에서, 14살 소년의 눈높이에서 나온 행동들은 마음을 에둘러 가지 않는다. 동시에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은 그의 마음은 더욱 큰 울림이 된다. 

다시 아이가 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린 우리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금은동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마음 앞에서 치사하게 재거나 따지지 않고, 묵직한 직구를 던질 수 있을까. 그렇기에 가장 간단한 금은동의 사랑법은 가장 어려운 사랑법이 됐고, 나아가 <아이러브 이태리>는 판타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동시에 <아이러브 이태리>는 두 주인공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금은동은 25세 청년이 된 후 정혼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한 번의 실연을 겪었으며, 이를 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또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겠다'며 남자로의 변신을 선언하거나 "남자에겐 세 번의 기회가 있다"며 놓친 기회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는 이태리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시간을 멈추어 버린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 역시 14살. 14번째 생일에 부모님을 잃은 그는 가장 기뻐해야 할 날을 홀로 보내며 살았고, 자신의 태어남을 축하받지 못했다.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 CJ E&M


모든 것을 갖췄지만 결국 14살부터의 아름다운 기억은 결핍된 인물. 그가 금은동과의 만남을 통해 14세 소녀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일 케이크에 하나씩 초를 더해 불며 28세 어른으로 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가 14살"이라 말한 소년이 "그 시절 잃어버린 뭔가를 전해주러 온 것 같은" 사람이 되었고, 이태리에게 따뜻한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다.

"제일 슬픈 14살의 기억을 가진 나에게, 제일 행복했던 14살의 추억을 가진 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흔들리지 말고 내 옆에 있어줘." (이태리)

여기, 또 하나의 '찰진 드라마'가 탄생했다

자세히 뜯어보면 <아이러브 이태리>에는 시빗거리로 삼을 만한 것들이 많다. 황민수가 된 금은동은 어떻게 척척 박물관의 일을 해내는 능력자가 되었나. 일정 시간만 지나면 화면이 꺼지는 스마트은 왜 금은동이 소원을 말할 때까지 꺼지지 않았나. 먼 거리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을 이태리의 혼잣말은 어떻게 책상 위 스마트폰까지 닿았나. 아니, 그 전에, 어떻게 다운로드받지도 않았던 어플리케이션이 제 멋대로 작동했나.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tvN 월화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의 한 장면 ⓒ CJ E&M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퉁' 쳐도 좋을 정도로 <아이러브 이태리>속 세계는 매력적이다.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더해 황민국과 나홍실(소이 분)의 러브라인도 소소한 재미를 담보한다. 멋진 실장님 캐릭터를 답습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복싱 게임을 즐기고 피규어를 모으는 '오타쿠' 최승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기에 어느 순간부터 tvN 드라마만의 유전자가 되어버린 듯한 순정만화적 화면구성과 편집도 여전하다. 제작 여건의 한계를 역으로 이용한 노림수도 눈에 띈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어가기보다 소수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여기, 또 하나의 '찰진 드라마'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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