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두 개의 문> 관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홍지유, 김일란 감독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

24일 오후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두 개의 문> 관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홍지유, 김일란 감독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 ⓒ 성하훈


"영화를 보고 나서 저로서는 부끄러웠습니다. 용산 진압 과정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24일 오후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두 개의 문> 상영이 마친 후 마련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영화를 본 민주통합당 손학규 고문은 관람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회자의 요청으로 감독들과 자리한 그는 "여성 감독들이 대단하다"며 치켜세웠다. "상당히 치밀하게 인내심을 갖고 만들었다"면서 "<두 개의 문>을 통해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존중받고 중심 되는 사회를 만들겠고, 용산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홍지유 감독이 "당시 실질적인 경찰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과와 진상 규명" 등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손 고문은 "국회가 열리면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동영 "권력이 폭력화하면 괴물...100만명 봤으면 좋겠다"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치권 인사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야권 대선후보들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단체 관람을 통해 매진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정동영 전 의원도 23일 오후 강남동 메가박스 코엑스 상영관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정 전 의원은 관람 직후 트위터에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 입에서 '어휴~'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며 "<두 개의 문>은 괴물을 보여준다. 권력이 폭력화하면 괴물이 된다. 인간은 없다. 100만 명이 봤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23일 강남 메가박스에서 <두 개의 문>을 관람한 정동영 전 의원

23일 강남 메가박스에서 <두 개의 문>을 관람한 정동영 전 의원 ⓒ 트위터(@act_musical)


이들은 한결같이 용산 참사의 진상을 재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영화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치권 인사뿐만 아닌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도 영화에 관심을 나타내며 잇따라 감상을 밝히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찾아 영화를 본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은 "<두 개의 문> 중에서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지도 지침 받지 못한 경찰특공대를 이용한 국가폭력의 그 가공 할 무자비함을 확인했다. 꼭 보시고 이런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이 정권과 자본이 얼마나 끔찍한지 새삼 또 치가 떨린다. 크레인과 겹쳐져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다"며 "경찰특공대가 크레인을 정탐하고도 못했던 건 지켜보는 사람들 때문이었고, 진압 시뮬레이션까지 끝내고, 개조한 컨테이너를 크레인 밑에 배치하고도 못했던 건 용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영 기회 더 열어줘야 할 것"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두 개의 문>은 개봉 4일 차를 맞은 24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서 좌석 점유율 35.9%를 기록하며 누적 관객 수 5852명으로 6000명에 근접했다. 전국 16개 관에서 하루 27회 상영된 열악한 상영조건에도 대단한 선전을 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 등 독립영화전용관뿐 아니라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상영 2회가 매진됐고, 일요일에는 부산에서까지 매진되는 등 돌풍이 태풍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독립영화 흥행기록인 1만 관객 돌파가 최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독립영화 흥행 신화를 기록한 <워낭소리>는 개봉 7일 차에 1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 2010년 개봉한 <경계도시2>는 1만 관객 도달에 한 달이 걸렸다.

<워낭소리>에 비교할 때 <두 개의 문>은 상영관 수가 적음에도 하루 3~4차례 매진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열기 면에서는 더 뜨겁다는 반응이다. 평일 매진은 독립영화 개봉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일반상업영화와 비교할 때 하루 10만 관객 이상 동원과 견줄만한 흥행 추세다.

관건은 멀티플렉스에 달려 있다. 이번 주부터 상영관이 일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많아야 1일 2~3회 상영되는 현실에서 폭발하는 관객들의 요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워낭소리>가 개봉 4일 차를 넘어서며 상영 횟수가 40~50회로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멀티플렉스들이 문을 더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배급사 시네마달 관계자는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상영 기회를 더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몰리고 있는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 영화를 보러 왔다가 매진으로 인해 못 보고 가신 분이 수 십 명이 넘는다. 좌석 수가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두 개의 문>은 수도권의 경우 CGV 상암, CGV 대학로, 롯데시네마 주엽(일산), 메가박스 코엑스 등 일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나 고정적으로 종일 상영하는 곳은 없다. 많게는 하루 3회 차를 상영하는 곳도 있으나 1회만 상영되는 곳도 많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용산 멀티플렉스 대관해 관람 예정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용산 참사 다큐 <두 개의 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용산 참사 다큐 <두 개의 문> ⓒ 시네마달

이 때문에 관객이 직접 나서 멀티플렉스를 압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은 당원들이 힘을 모아 아예 멀티플렉스 극장을 대관해 오는 30일 단체로 관람한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용산참사 현장 바로 앞에 있는 큰 용산 CGV를 대관하자는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멀티플렉스 상영 확대를 요구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관람 독려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배우 유지태씨는 25일 오후 1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전체 좌석을 예매해 팬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관객이 많지 않은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매진 열풍에 기여했다. 

22일에는 송전선로 반대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밀양 산골짜기에서도 산사영화제란 이름으로 상영이 이뤄지며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힘을 북돋웠다. JYJ 팬들은 오는 30일 강남 인디플러스에 단체 관람을 예약했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두 개의 문> 지방 상영관 횟수를 보며 마음먹었다. 형편이 어렵지만 7월에 대구, 부산에서 강연을 만들어보겠다"며 지방 관객들의 <두 개의 문> 관람을 독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 <어머니>의 태준식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극장 진입에 성공한 독립영화를 응원했던 정부 관료의 관람전통은 계속되어야 한다. <워낭소리>도 그랬고 <달팽이의 별>도 그랬다"면서 "이명박 가카와 국무총리, 문체부 장관은 <두 개의 문>을 관람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두 개의 문> 열풍이 커지면서 SNS에는 영화를 호평하는 글 외에 '용산 참사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당시 농성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동일한 스팸성 글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송희일 감독은 "용산참사에 대한 알바들의 무서운 기계적 리듬을 보실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문>이 개봉되고 반응이 확산되니, 그분들이 출동하셨네요"라며, <두 개의 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세력을 비꼬았다.

두 개의 문 용산 참사 독립영화 손학규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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