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5일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전주국제영화제 자료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지난 5일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집행위원장: 민병록)은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해임 결정은 어떤 압력도 없었다"면서 "개인이나 조직의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인 만큼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측에 있다"고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이 밝힌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린 제 13회 영화제 기간 동안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독단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에 집행위원회에선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유 프로그래머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요지였다.

이어 전주영화제 측은 "여러 추측과 불신의 내용들이 영화제 측과 다르게 전개되기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만 전달하고자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간략히 입장을 전했고, 지난 8년 간 함께해 온 마음의 빚이 있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세부적인 해임사유는 당사자에게 1차 구두 통보(6월 5일) 이후 2차로 서면으로(6월 8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 프로그래머 해임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왜 그가 해임이 됐는지 석연치 않은 상황이다. 영화제가 근거로 든 인사규정 16조 조항에 대해 홍영주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해당 조항은 징계에 대한 부분으로 오늘(8일) 유 프로그래머에게 발송을 했고 세부 내용을 밝히기엔 곤란하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해당 사안은 유운성 프로그래머와 만나서 얘기를 먼저 진행하는 게 순서고, 전주국제영화제 몸담았던 분이 공개적으로 영화제 이름을 언급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제발 그 비밀이라는 걸 알려 달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야외공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야외공연 (전주국제영화제 자료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에 대해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 측이 밝힌 해임 사유 중 조직의 화합과 운영에 대해 중대한 과실을 초래했다는데 여기서 조직이 누군지 궁금하다"며 "모든 스태프를 말하는 거면 그 분들에게 설문을 받든지 해서 동의를 구하는 게 맞고, 그래서 그들이 동의했다면 밝히는 게 맞지 않나"고 의견을 전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스태프가 아니라면 여기서 말하는 조직은 인사위원회를 여는 세 명이 아니겠는가"라며 "민병록 집행위원장, 김건 부집행위원장, 홍영주 사무국장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독단과 독선이라는 말을 들며 대응해 왔다. 결정적인 사안들은 유 프로그래머가 SNS등을 통해 지역 언론이 보이는 취재 행태를 비판한 내용들이었다.

이에 대해 유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간 중 사무국 사람들과 물론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결정한 사안을 가지고 얘기한 거였다"면서 "최종결정 당시엔 문제 삼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해임사유를 찾다 보니 조직와해에 대한 책임을 그렇게 묻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주영화제 측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임에 대해 29일 양측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걸로 돼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이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9일 면담이라고 하지만 (집행위원장이) 식사하자고 부르셔서 이야기한 것은 부모님 잘 있나, 졸업논문은 쓸 것인지 등의 얘기와 6월 말까지 쉬었다가 내년 영화제 진행을 이후 얘기해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프로그래머는 "그때 전주 지역 언론들이 제가 한 발언들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으니 달래야 할 것 같은데 쉬었다가 얘기해보자는 말도 있었다"면서 "영화제 측이 밝히는 의견 차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김동호 부산영화제명예집행위원장님이 계신 영화 콘텐츠 대학원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그때 지역 언론의 압력 이야기도 없었고 인사위원회 이야긴 더더욱 듣지 못했다"며 "위원장이라는 분이 내 해임에 대해 작정했으면 그날 똑똑히 얘기했으면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거짓 이유 들이댄 세 사람 사퇴 위해 끝까지 싸울 것"

 4일 오후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 민병록 위원장(우측)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기자회견에서 민병록 위원장(우측)이 올해 영화제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자료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대응에 대해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보다 강경한 입장이었다. 유 프로그래머는 거짓 이유를 대거나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 사무국 세 사람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번 싸움은 내가 8년 동안 몸바쳐 성장시키려 했던 전주영화제와의 싸움은 아니다"라며 "내 해임을 비밀리에 준비한 사람 사이와의 싸움"이라고 대상을 분명히 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어떤 프로그래머가 와서 일하든 그 세 분이 있으면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지금은 전주영화제의 보이콧 의사를 밝힌 단체, 개인들과 함께 할 것이고 현재 영문 보도 자료도 준비 중이다"라고 알렸다.

"해당 내용은 외국 감독이나 기관, 단체 등이 대상"이라면서 유 프로그래머는 "지금의 사실을 알려서 그 분들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영화제와 협력 중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향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최근 이사회를 통해 임기 3년의 연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던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거취는 오는 30일로 미뤄졌다. 민 집행위원장의 임기 만료일 역시 오는 6월 30일이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에 대한 전주국제영화제 입장 전문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는 우선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에 대한 해임 결정은 외부의 어떠한 압력도 없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한 개인이나 조직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고 숙고하여 내려집니다. 따라서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있습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에 대한 해임 결정은 (재)전주국제영화제 인사 규정 제 7조에 따라 개최하였고, 제 16조 조항에 따라 해임 의결되었습니다. 이 결정에 따른 그간의 경과를 잠시 요약해 보자면,

우선, 이번 13회 영화제 기간 내내 보여준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독단적인 태도나 행동은 조직의 화합과 운영에 중대한 과실을 초래하였고, 이에 따라 영화제 집행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의나 경고를 하였지만, 당사자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장은 상호간의 생각과 입장의 차이를 좁혀보고자 5월 29일(12:00) 면담을 진행했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6월 1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인사위원회 참석한 위원들은 그 간의 정황(공과)과 해임사유 사항들을 신중히 검토하여, 해임을 의결했습니다. 해임 의결 후 절차상의 이유로 보도자료가 늦게 배포된 점에서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온라인상의 여러 가지 추측, 오해, 불신의 내용들이 저희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기에, 최소한의 사실관계만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영화제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간략하게 저희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상호간에 할 말은 많지만, 저희는 8년 동안 같이 해온 세월에 대한 마음의 빚이라고 생각되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분명 당사자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인정하지만 영화제는 혼자만 꾸려가는 조직이 아닙니다.

상호 신뢰와 존경 속에서 믿음을 토대로 조직을 이끌고 간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적인 해임사유는 당사자에게 1차 구두 통보(6월 5일) 이후 2차로 서면으로(6월 8일) 통보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세부사항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영화제에 대해 보여준 해임당사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안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가 보여준 매끄럽지 못한 소통방식에 대한 질책과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한 말씀 전하며 다시 밝은 얼굴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민병록 전북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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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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