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5일 전격 해임 통보를 받은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8년 간 영화제 작품 선정 등을 맡아 왔던 유운성 프로그래머를 전격 해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5일 트위터를 통해 전주영화제에서 해임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 후, "사유는 결산기자회견에서 '전주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제이지 영화도 트는 축제가 아닙니다' 라고 말한 죄. 해임 통보한 위원장님 말에 따르면 전주지역 언론들이 이사회를 압박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주 지역 언론들이 전주영화제 기간 보여준 행패, ㅇㅇ일보 김ㅇㅇ 기자로 대표되는 지역 문화 권력의 폐해, 오늘 나의 해임 통보에 이르기까지의 경과에 대해선 좀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언론과 대립하자 영화제 측에 해임 압박"

이와 관련,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위원장님이 해임 통보를 하면서, "지역 언론이 똘똘 뭉쳐 (유운성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셨고. 구체적으로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더니 "영화제 조직위원으로 있는 지역 언론 관계자와 지역 인사'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지역 언론들이 나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다"면서, 그렇더라도 이런 식의 결정이 나온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지난 영화제 기간 중 SNS를 통해 지역 언론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보도 태도를 비판했었다.

해임 사유로 논란이 됐던 기사에 대해서도 "나는 기자회견장에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도 트는 축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영화제'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역신문 기자는 내가 '영화제가 영화만 틀면 됐지'라고 말했다고 썼다. 그렇게 해서 내 말을 별안간 '망언'으로 둔갑시켰다고 언론의 횡포를 지적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간 중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전주 지역 매체에 전주영화제 운영미숙에 관한 기사들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의 사건처럼 기자들의 취재미숙 혹은 취재 '행패'에 관한 기사는 당연히 없다. 진정 영화제 분위기를 흐려놓는 이들이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라며 각을 세웠다. 

한 매체의 '영화제의 경제적 이익 창출과 고부가가치 산업 변화를 요구'하는 기사에 대해서도 "이런 기사를 읽고 있으면 뭐, 할 말을 잃게 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결국 이 같은 지역 언론과의 대립이 영화제 측에 해임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전주영화제 기간 중 지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한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트위터

전주영화제 기간 중 지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한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트위터 ⓒ 성하훈


하지만 유 프로그래머의 주장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언급한 사안 외에 다른 문제들이 더 있으며 구체적으로 밝히게 되면 서로가 다치게 될 것 같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유 프로그래머가 말 한대로 해임한 것이라면 "다른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이 가만 안 있을 것"이라며 "세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영화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영화제 측은 이날 오후 집행위원회 명의로 낸 공식입장을 통해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건은 전주국제영화제 인사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6.1) 논의하고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 결정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과 행동들에 대해서, 영화제 조직내부에서 신중하게 고려하여 내려진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외부의 어떠한 압력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공식입장은 지역 언론과 토호들 보호하려는 제스처"

이에 대해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측이 갑자기 거짓말을 만들어 내려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6월 1일 인사위원회가 열려서 나를 해임했다는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들었다. 무슨 인사위원회가 당사자도 모르게 열리고 소명 기회도 안 주냐"고 반박했다.

또한 "지금까지 12년간 한 번도 안 열렸던 인사위원회가 열렸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며 "관련 규정집을 지인에게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제 측이 해임에 대한 공식입장을 집행위원회 명의로 올린 것에 대해서도 "집행위원이 김동원 감독이나 배우 안성기, 장미희 씨 같은 분인데, 이 분들이 내 해임을 위한 인사위원회에 참여했을 리 만무하다. 해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역 언론들과 '토호'들을 짐짓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제스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역 언론의 압박이 있었냐는 물음에 "지역 언론이 몇 번 다뤘다"고만 말하고 자세한 사항은 7일쯤 공식 입장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계약기간이 6월 말까지라 재계약이 안 된다는 통보가 왔다면 모를까 인사위원회를 통한 해임은 받아들일 수 없고, 해임될 만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민병록 위원장님도 3년 임기가 끝나 곧 이사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입장에서 소극적 입장을 취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전주영화제 기간 중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민병록 위원장(맨 우측)과 유운성 프로그래머(맨 좌측)

지난 전주영화제 기간 중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민병록 위원장(맨 우측)과 유운성 프로그래머(맨 좌측)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를 토착세력 장난감으로 여기는 한 미래 없다"

한편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화계 쪽도 들썩이고 있다. 예전 부천영화제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부천영화제는 2004년 당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부천시장이 별다른 명분 없이 괘씸죄로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임하면서 영화계와 갈등 관계가 벌어졌고, 영화제의 위상이 급락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 이송희일 감독은 "전주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괘씸죄'로 해임 됐다내요. 영화제에서 영화 외에 볼거리가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권력을 쥐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영화제를 토착세력의 장난감으로 여기는 한 영화의 미래는 없지요. 유운성 해임 취소될 때까지 전주영화제 보이콧"이라고 밝혔다.

또 "영화제를 엑스포식 볼거리로 전락시켜 재미를 보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면서 "축제 난립으로 이익을 뽑아먹으려는 지역 유지들의 속물적 근성"이라고 비판했다.

변영주 감독은 "김소영 정성일 서동진 유운성 모두 전주국제영화제가 놓쳐버린 보석 같은 프로그래머"라며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 소식을 안타까워했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트위터를 통해 "'관료제를 구실로 해서 문화의 가장 나쁜 적들이 자유의 거점을 탈환하려 한다.' 44년 전에 관료들에 의한 랑글루아 해임을 두고 영화인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해임조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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