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진우가 15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5회까지 던진 김진우는 2-2로 비겼을 때 마운드를 내려가 승이나 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KIA 김진우가 15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5회까지 던진 김진우는 2-2로 비겼을 때 마운드를 내려가 승이나 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오른손 투수 김진우(29)가 1745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섰다.

김진우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막았다. 잘 던진 김진우는 5회가 끝나고 2-2 동점일 때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를 막지 못한 KIA는 LG에 3-5로 졌다.

팀은 졌지만 예상 밖 선전이자 기대 밖 호투였다. 13일 1군에 올라온 김진우는 선발로 나설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KIA가 13일 경기에서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LG를 8-6으로 간신히 이기면서 투수를 7명이나 동원해 사정이 달라졌다. 선동열 KIA 감독은 김진우를 구원이 아닌 선발로 옮겨 시험했다.

선 감독은 갑자기 선발로 나선 김진우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김진우의 1군 마지막 선발 등판이 2007년 7월 6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일 정도로 오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진우는 의외로 위기를 잘 헤쳐나가며 선발투수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긴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김진우의 투구 수는 84개로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선 감독은 김진우의 오른 어깨 부상이 도질 우려가 있어 무리하게 쓰지 않았다. 김진우도 전력을 다해 던지기 보단 제구에 더 힘을 기울여 공을 던졌다. 김진우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로 아주 느리진 않았지만 평소보단 못했다.

주무기인 직구와 커브는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직구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벗어나면서 대체로 높았고, 커브는 떨어지는 각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다. 대신 슬라이더는 예리한 맛이 돋보였다. 던지고 싶은 곳으로 잘 들어가기도 했다. 김진우는 이날 커브(17개)보다 슬라이더(23개)를 더 많이 던졌다.

선발로 나선 김진우가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KIA 마운드는 숨통이 트였다. KIA는 현재 선발로 나서야 할 왼손 투수 양현종과 호라시오 라미레즈가 어깨를 다쳐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KIA는 이들의 예상 복귀 시점인 5월까지 막아줘야 할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김진우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KIA 김진우가 지난 1월 3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구장에서 열린 겨울 전지훈련 도중 잔디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다.

KIA 김진우가 지난 1월 3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구장에서 열린 겨울 전지훈련 도중 잔디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다. ⓒ KIA 타이거즈


김진우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했다. 그간의 방황이 무색할 정도였다. 코치진은 그를 가을 마무리캠프 MVP로 뽑았다. 김진우는 선 감독이 부임하면서 내린 체지방 감량 숙제도 10% 감량(30%에서 20%로)하는 것으로 답했다. 지난 2월 28일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일본 오키나와에서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1군 개막전 선수 명단에 들 수도 있었다.

김진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프로에서 뛴 기록이 없다. 자주 팀을 떠나고 동료들과 잡음을 일으켜 2007년 8월 1일 임의탈퇴 처분을 받아 지난해 4월 30일에야 극적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와 무려 3년 9개월을 떨어져 있었다. 웬만한 선수였으면 제 기량을 보이기 어려운 긴 공백기다.

그러나 김진우는 특별했다. 야구 재능을 타고난 김진우는 신인 때인 2002년 33경기에 나와 4경기를 완투하고 188이닝을 던져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7의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고졸 신인이 첫해에 거두기 쉽지 않은 성적이다. 이후에도 2003년 11승, 2006년 10승을 올리는 등 그럭저럭 잘 던졌다.

이렇게 재능이 있는 선수가 노력까지 더해지니 조금씩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진우는 지난해 10경기에 나와 8.2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올해는 아프지 않으면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분위기다.

프로야구는 뛸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다. 실적 없이 나이만 많은 선수는 쉽게 기회를 잡지 못한다. 4년을 허공에 날린 김진우는 오랜 방황의 시간을 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묵묵히 땀흘린 김진우가 재기의 드라마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 등판을 벼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