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가 7개월의 여정을 마쳤다. 이선희의 멘티인 우승자 구자명은 눈물과 함께 3억원의 상금을 챙겼고, "회계사를 그만두고 가수로 나서겠다"는 배수정은 "너무 행복하다"며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했다.

'막방' 시청률 12.1%(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여타 범람하는 오디션과 달리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던 이선희·윤상·박정현·이승환·윤일상 등 5인의 멘토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한 <위탄2>는 MBC 노조 파업 여파와 여타 오디션과의 경쟁 등 시즌1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의 시청률를 기록함으로서 화제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구자명과 배수정이 '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을 주제로 한 마지막 미션에서 각각 김건모의 <미안해요>와 주병선의 <칠갑산>을 선곡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나 뒷맛이 개운하진 못하다. 멘티와 함께 한 선곡이겠지만 배수정에게 과연 최선의 곡이었느냐를 두고 '오디션=남성우승'이 공식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30일 MBC <위대한 탄생2> 파이널 무대에 선 구자명과 배수정

30일 MBC <위대한 탄생2> 파이널 무대에 선 구자명과 배수정 ⓒ MBC


오디션 첫 여성 우승자 탄생, <위탄>에서는 결국...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생방송 문자투표가 좌우하는 '인기투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방송 무대 특성상 여성 우승자 탄생은 여전히 시기상조였다.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방송을 타면서 개인의 서사가 형성되고 일정 이상의 '팬덤'을 형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은 분명 남성 출연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슈퍼스타 K'의 서인국과 조문근, 존박과 허각, 울라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장르로, 팀과 밴드로 진화해온 결과물이다. <위탄2> 생방 무대의 첫 골든티켓 주인공이었던 구자명과 함께 역시 실력파로 손꼽혀왔던 배수정은 '첫 오디션 여성 출연자 탄생'에 대한 가능성만 타진해 줬을 뿐이다.

반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인 'K팝스타'와 얼굴 없는 가수들을 비롯한 실력파들이 포진한 <보이스 코리아> 등 날로 분화하며 전문성을 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는 여성 우승자의 탄생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K팝스타'를 통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이하이와 박지민이 좋은 예다. 그러니까 핵심은 차별화다.

이는 지속적으로 안일함을 지적 받았던 <위대한 탄생>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특히 <위대한 탄생> 심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선희의 소속사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이승환에 대해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던 촌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화 없이 지상파의 대중성에, 서바이벌 오디션이란 익숙해진 형식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진실을 <위탄2>의 시청률이 방증해 보인 셈이다.

 <위대한 탄생2>의 생방송 무대 진출자들

<위대한 탄생2>의 생방송 무대 진출자들 ⓒ MBC


타 지상파 방송 출연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위탄>

소속사 문제로 홍역을 앓았던 백청강의 데뷔는 오리무중이다. 이태권은 스승이자 같은 소속사인 김태원의 곡으로 디지털싱글 데뷔 무대를 MBC <음악중심>에서 가졌다. 손진영은 MBC <빛과 그림자>에서 가수로 연기 중이다. 권리세와 데이비드 오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다'. 역시 '멘티' 자우림의 소속사에 들어간 정희주는 슈퍼키드의 싱글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위대한 탄생> 시즌1 주요 멤버들의 근황이다. Mnet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하는 '슈퍼스타K'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존박은 최근 김동률의 곡으로 안정적인 싱글을 내놨고, 허각은 KBS <불후의 명곡>에 안착했으며, 버스커버스커도 싱글과 함께 <버스커버스커쇼>를 통해 시작을 알려왔다.

여전히 <위대한 탄생> 출신의 타 지상파 방송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자유로워진 것은 Mnet '슈퍼스타K' 출신의 KBS·SBS 출연이다. <강심장>에,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서인국이나 장재인을 만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서인국은 KBS <사랑비>에서 연기자로도 도전했다.

여기서 안타까운 장면 하나. 작년 12월 우먼파워란 팀을 결성, 종편 MBN <충무로 와글와글>에 홍보차 출연했던 '슈퍼스타K' 출신 김그림은 곡보다는 속옷 노출로 인터넷 검색창에 등장해야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성공적인 안착이 그만큼 힘들다는 예가 아닐는지. 결국 오디션 출신들의 현재는 복마전과도 같은 가요계의 실상을 역으로 반영한다.

 30일 MBC <위대한 탄생2> 파이널에서 특별공연을 선보인 백청강

30일 MBC <위대한 탄생2> 파이널에서 특별공연을 선보인 백청강 ⓒ MBC


그래서 '백청강'이 더 반가웠다

거대 기획사와 아이돌이 점령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과 가요계에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족적은 얼마만큼으로 기록될까. 뿐만 아니라 오디션 '홍수'를 넘어 차별화·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밴드를 발굴(?)하는 <톱밴드>와 '주부가요열창'을 넘어서는 <슈퍼디바>까지 출현한 시대다.

그래서 <위탄2> 막방에서 더욱 반가운 얼굴은 시즌1 우승자 백청강이었다. 시즌1 준우승자 이태권과 합동무대를 펼친 백청강은 여전한 노래실력과 함께 자신의 팬들을 객석에까지 몰고 올만큼 성장해있었다.

외국 유학파나 교포도, 거대 기획사와 계약을 맺지도, 출중한 외모를 지니지도 않은 조선족 출신인 그의 성공적인 안착은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의 어떤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승자들과 생방송 진출 멤버들이 시청률을 위한 이벤트나 방송사의 '시혜'에 입각한 출연에 그치는 것은 재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파업이 끝난 뒤 돌아올 <위대한 탄생3>의 변화는 물론 구자명·배수정의 성공적인 데뷔와 가요계 안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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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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