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2006년작 웹툰 <26년>은 2008년부터 영화화가 결정됐지만, 투자사들의 투자 철회로 제작이 중단됐었다.

강풀의 2006년작 웹툰 <26년>은 2008년부터 영화화가 결정됐지만, 투자사들의 투자 철회로 제작이 중단됐었다. ⓒ 청어람


영화 <26년>의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투자 문제로 제작이 중단됐던 <26년>은 십시일반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만화가 강풀이 2006년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이 26년 뒤,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고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투자가 일제히 철회되면서 제작은 계속 미뤄져왔다. 

이에 제작을 맡은 영화사 청어람은 투자의 방향을 틀었다. 이른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충당하기로 한 것. <26년>의 크라우드 펀딩은 3월 26일부터 4월 20일까지 굿펀딩(www.goodfunding.net), 팝펀딩(www.popfunding.com), 소셜 펀딩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 등 3개 사이트를 통해 10억 원 모금을 목표로 진행된다.

후원 금액은 2만원 및 5만원,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으며, 2만원 후원자에게는 특별 시사회 2인 초대권과 영화 포스터, 5만원 후원자에게는 2인 초대권과 포스터 외에 영화 DVD와 엔드 크레딧 성명 등재 등의 특전이 제공된다.

현재 27일 오전까지, <26년>의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 수는 1천명을 넘었으며, 총 모금액의 4%가량인 5천만 원 가까이 모였다.

"이제 <26년>의 영화화는 하나의 숙원이 되었다"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영화에 대한 후원이 진행되고 있는 굿펀딩의 프로젝트홈에 "꼭! 만들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로 바람을 전했다.

영화 <괴물>을 제작해 개봉을 준비하던 2006년 봄, 강풀의 웹툰 <26년>을 접했다는 최용배 대표는 "1980년 광주항쟁의 비극을 잘 몰랐던 사람들조차도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완성도를 지닌 역작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해 고통 받아 온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여의 준비를 거쳐 감독·배우·스태프의 진용을 갖춘 <26년>은 2008년 가을, 촬영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서 제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약속 받은 투자가 연쇄적으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012년이 가기 전에 만들고 싶다"며 "여러분들의 후원과 관심의 열기가 이 영화에 투자하기를 망설이는 영화 투자자들을 움직일 것"이라고 후원을 독려했다.

<26년>의 원작자인 만화가 강풀은 6년 전 그린 이 웹툰에 대해 "80년 5월의 광주를 알리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풀에 따르면 <26년>은 그의 만화 중, 가장 뜨거운 응원과 함께 여러 곳에서 영화화 제의를 받은 작품이다. 강풀은 투자 철회에 대해 "항간에 이 영화에 대한 '모종의 외압설'마저 나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2012년, 강풀은 "이제 <26년>의 영화화는 하나의 숙원이 되었다"며 "온갖 역경을 겪으며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청어람과 원작자인 나의 관계는 아직도 무한한 신뢰의 관계"라고 영화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웹툰 <26년>은 2006년 연재 당시 1일 조회 수 200만을 기록하고 매회 2천여 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관심과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다만,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으로부터 정확히 26년이 지난 연재 당시에는 제목이 맞아 떨어졌으나, 영화화가 미뤄진 현재로부터는 정확히 32년 전의 일이 됐다.

강풀은 후원을 독려하는 글에서 "끝내 <26년>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더 많은 분들이 광주를 기억하기를 바란다"며 "그 후 이제는 32년. 2012년 3월 26일. 강풀 드림"이라고 끝을 맺었다.

26년 강풀 청어람 크라우드펀딩 광주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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