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몸소 실천하는 배우였다. 순간순간 선택했던 걸 그날 일기장에 꼭 기록해 그게 좋았는지 나빴는지 곱씹어봤다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리더가 됐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자산이란다. 또한 언젠가는 인터뷰를 당하는 게 아닌 하는 사람이 되어 마음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 문정희의 삶의 방식이자 목표였다. 결혼 이후 배우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 그는 한층 생각이 깊어지고 그것을 적용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예전엔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어요. 제게서 우울함을 느낀다는 말 많이 들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밝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 일이 좋고 삶이 재미있나 봐요. 누구를 새로 만나는 게 어색하고 여전히 쑥스럽지만 만남 자체가 좋아요. 당장 우리 소속사 식구들도 매일 보는데도 좋아요."

어느 순간 자신보단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 또한 같은 배우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신경이 쓰였고 그것은 자연스레 그들에게 다가가는 계기였단다. 스스로 오지랖인가 생각도 했다지만 여기에 경력과 경험이 붙으니 사람들을 잘 '캐어'하는 문정희가 되어 있었다고.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잘 아파해야 해요"...아파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 깨달아

문정희는 '잘' 아팠던 사람이었다. 몸이 아닌 마음 말이다. 그는 사춘기보다 더하다는 성장 통을 20대 후반에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은근하게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이 이러한 아픔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게 했다.

"나이 서른, 서른하나 그 시기가 참 외롭죠. 아무 것도 모르고 질풍노도일 때랑은 또 달라요. 애매하잖아요. 결혼 문제,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위치 전부 다요. 어떤 위치에서 정체성 잡아야 할지 정말 애매한 때인 거 같아요. 언제나 매사가 꿀꿀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제 서른, 서른하나 무렵엔 마음의 여유도 아무 것도 없었어요. 어디 나가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그걸 함께할 친구도, 경제적 여건도 안 됐죠. 매번 조깅하고, 윗몸 일으키기로 땀을 흠뻑 흘리거나 책 보기를 반복했어요. 되게 슬펐어요.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은 더욱 안 되던 때였죠."

담담하게 회상하는듯 했지만 눈은 깊어져있었다. 지금의 문정희 모습에선 타인이 상상할 수 없을 아픈 과거였다. 배우로 활동하던 때 이렇다 할 일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가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찍기 직전까지 시기였다.

"보통 그럴 때 도망가려고 하잖아요. 술 마시거나 뭔가 건수를 만들어 벗어나려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주변 멘토가 한 분 있었어요. '분명히 넌 잘할 것이니 과감히 아프라'고 격려해주었어요. '인생 참 더럽고 꼬였다', '내가 너무 싫다' 이런 생각을 하던 때 제게 '꼭 아프라'고 하셨죠. 안 믿었어요. '자기는 아파봤나?' 이런 생각도 했죠.

이후 그 분이 되게 아픈 시절을 겪었던 사람인 걸 알게 됐죠. 그리고 제가 아팠던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항상 날 푸시하고 악착스럽게 살았는데 날 사랑하진 않았던 거예요. 많이 울었어요. 그때 나에게 미안해서였죠. 스스로 아팠다고 생각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예요."

서른 중반을 지나고 있는 문정희는 그때 당시를 떠올리며 "아프기를 참 잘했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선 분명 전환점이 되었던 순간이었을 게다. 당시 아프라고 조언했던 은사님은 이후 그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았다.

 배우 문정희의 최근 모습

배우 문정희가 소속사 후배들과 함께 연기 공부를 하는 모습 ⓒ 제이원플러스엔터테인먼트



찰나에 욱했다가 참을 줄 아는 게 진정한 성인!

최근 한가인·황우슬혜와 같이 한솥밥을 먹게 된 문정희는 새 소속사 후배 연기자들의 멘토를 자청했다. 후배들에게 연기를 가르친다고 알려졌기에 물었더니 그는 '나눈다'고 답했다. 모든 걸 체험하고 연기할 수 없지만 내면의 나를 바라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대사는 내 말이 아닌 남의 말이기에 큰 사건이나 경험이 아니라도 내면을 갈고 닦은 사람을 못 당한다는 취지였다.

"(연기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전 그들에게 현장에 임하는 마음을 전하는 거죠. 테크닉은 장르·카메라 움직임·현장 분위기에 따라 다 달라요. 감독마다 취향도 다르고요. 이건 '짬밥'이 되면 늘 수 있는 것들이죠. 오히려 안 느는 건 사람관계, 긴장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이에요. 전 그런 걸 알려주는 선배이고 싶어요.

모두 내 얘기에요. 대사를 틀리거나 무얼 잘못하면 긴장하게 되잖아요. 내 상태가 아닌 대사에 얽매이게 돼요. 그러면 마인드 컨트롤도 깨지게 되죠. 카메라가 켜지면 나로 있기 힘들어요. 카메라와 조명, 그리고 내 역할을 생각하게 되니 날 지키기 어렵죠. 배우는 자아가 강하다는데 그럴수록 자신을 비워내는 게 비워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문정희가 후배들에게 즐겨 쓰는 표현은 "힘내!"가 아닌 "못해도 되니 지금 네 모습 괜찮은 거야"였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실은 이 말,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정희 너로서 괜찮은 거야"

"아파하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롭지만 한 번 두 번 해보니까 괜찮더라고요. 갈수록 그 기간이 짧아져요. 일주일 아플 게 이틀로 줄죠. 왜 성철 스님이 '찰나에 욱했다 참는 게 성인'이라고 하셨잖아요. 전 크리스천이지만 그런 게 멋있는 삶 아닐까요. 자유로움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 근거한다고 생각해요."

문정희는 좋은 배우기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그에게 좋은 사람은 탄성력이 강한 사람이란다. 마음이 아팠던 시기가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잘 아파했음에 그는 감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타인과 나누고 싶어 했다. 이런 그에게 '국민 누나'의 타이틀을 슬쩍 추천하고 싶다.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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