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이 7년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 <화차>(왼쪽), 영화의 동명원작 미스터리 소설 <화차>(오른쪽) 두 작품은 동시에 개봉과 재출간이 이루어졌다.

변영주 감독이 7년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 <화차>(왼쪽), 영화의 동명원작 미스터리 소설 <화차>(오른쪽) 두 작품은 동시에 개봉과 재출간이 이루어졌다. ⓒ 문학동네, 영화제작소 보임


2월 22일 오후2시 용산CGV에서 흥미로운 영화 <화차>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극장 아래에 위치한 용산역은 영화 <화차>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진 상징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 <화차>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전화 한 통화를 받고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충격적인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변영주 감독이 7년 만에 연출한 영화로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일명 미미 여사)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미미 여사의 작품이 영화화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원작의 완성도를 재현하기 위해 변영주 감독은 무려 3년 동안 10고에 이르는 시나리오 퇴고를 거듭하고 70여곳을 로케이션(장소 섭외)했고, 한 장소에서만 무려 30번 넘는 현장답사를 했다. 이러한 흔적이 영화에 남아 있다.

 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에서 존재 자체가 비밀이니 미스터리한 여인 강선영 역의 배우 김민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화차>는 7년 만에 복귀한 변영주 감독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 ⓒ 이정민


[김민희의] '이선균의'가 안 된 이유

이 글은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 <화차>(문학동네)를 읽고 두 작품을 비교하며 쓴 리뷰다. 따라서 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을 '책'이라는 창으로 바라봤다.

<범죄와의 전쟁>이 최민식의 영화라면 <화차>는 김민희의 영화다. 미유키 원작소설 <화차>의 주인공 중에서 영화가 창조적으로 그려낸 인물은 김민희가 독보적이다. 김민희 고유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영화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김민희의 연기가 성장했다는 느낌이었다.

이선균의 영화가 되지 않는 까닭은 이선균이라는 배역 자체가 원작에서 워낙 적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원작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영화로서는 아무래도 원작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인물에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에서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헤매는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 장문호 역의 배우 이선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화차>는 7년 만에 복귀한 변영주 감독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7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 당시 이선균 ⓒ 이정민


[김민희를 위한] 이선균으로서는 안타깝고 아쉬운...

사실 영화 <화차>가 이선균을 위한 작품이 될 경우의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했던 여성과의 시간을 부정당했다는 것은 이선균이 추적을 끝까지 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이 영화에 잘 그려지지 못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 간 배역이 작품에 대한 시차를 방해했다는 느낌도 든다. 이선균으로서는 여러 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김민희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빼앗아야 하는 절박성이 충분히 설명되었다. 원작이 여주인공의 개성 넘치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변호를 하는 반면, 영화는 주인공을 타자화시킴으로써 불가피함을 납득시킨다. 김민희는 연기로서 이것을 잘 표현했다. 따라서 영화 <화차>는 김민희를 위한 작품이다.

 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에서 변영주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화차>는 7년 만에 복귀한 변영주 감독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7일 열린 영화<화차>제작발표회 당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변영주 감독 ⓒ 이정민


[김민희에 의한] 변영주 감독의 '선택'

영화의 이야기가 김민희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애초부터 영화 등장인물들이 사라진 김민희를 추적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휴직 형사(영화는 퇴직 형사)와 그의 가족, 이웃, 추적 과정에서 만난 사연 많은 동창생, 죽은 개로부터 실마리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자잘한 사정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기에는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감독은 오로지 김민희라는 창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정신은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화차>는 1990년대 일본의 개인 신용불량과 카드채 사태를 모티브로 다루고 있는데, 2012년의 대한민국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그 동안 사회활동에 깊숙이 관여한 변영주 감독이 탐낼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흔히 '의미'와 '재미'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데, <화차>의 경우는 의미와 재미가 겹치는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차 변영주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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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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