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가고 연극을 하고, 배우로서 생활을 하고, 지금까지 여정을 걷고, 어느 위치에 올라서고 어떤 힘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내가 교만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교만하지 않게 해주세요', '자만하지 않게 해달라'고 해도 그 마음이 점점 멀어졌어요. 그런 것을 느끼고 싶지 않은데 느껴졌고, 발버둥치면서 잡고 싶었는데 점점 내 손아귀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죠."

배우 하정우는 충무로 감독들, 제작자들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은 A급 배우로 통한다.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 등의 배우들과 함께 한마디로 가장 러브콜을 많이 받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하정우를 충무로의 왕자님처럼 대우해주는 제작자들이 있다. 해외 영화제에 가면 각 국의 유명인들이 그와의 만남에 설레어한다. 그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영화팬들이 있다.

그 자리에서면 어떤 느낌일까. 충무로 A급 스타로 개런티를 받는 그 심정은 어떨까.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와 권력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넘어서서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 교만과 자만마저도 즐길 수도 있는 게 사람이다.  



"나에게 주어진 젊음과 청춘을 잘 쓰고 있는지..."

그럼에도 하정우는 '교만'과 '자만'을 늘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의 후배들과 동료 배우들과 다녀온 국토대장정도 그는 이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고.

"20일의 국토대장정이 끝나면 뭔가 얻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에서 해남까지 가면 뭔가 깨달음이 있겠지, 뭔가 찾아낼 수 있겠지 싶었는데, 해남까지 가도 그 답은 없었어요. 답은 그 여정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그 과정 속에 있었더라고요.

내가 인간으로 교만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나에게 주어진 젊음과 청춘을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기독교인으로 하나님과 만나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모태신앙이고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성가대를 하고, 임원도 하고 교회와 밀접하게 생활했던 그 모든 것은 지금 살아가면서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배우의 길을 걷고,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화려해 보이고, 그리고 뭔가 특별한 날들과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는 고단함과 삶의 무게가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우리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하고 있는 배우의 직업을 평생 가져가는데 지치지 않기 위해서 그림도 그리고, 국토대장정도 다녀왔다고 했다.




좋은 배우 이전에 꽤 괜찮은 사람, 하정우

누구나 한 길을 올곧게 걸어가는 데에는, 지치는 지점도 오고 변화를 맞이하고 싶은 순간도 온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그 길을 평생 걸어가기로(82세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이 되고 싶다던 하정우) 결심하고, 그 길에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 여정 속에 산도 들러보고 들도 보고 바다도 가보는 그런 '여유로운 시선들'을 놓치지 않게 장치하는 영리한 하정우다.

그리고 A급 스타의, 충무로가 가장 원하는 연기파 등 이런 수식과 주위의 우러러보는 시선들에 자신을 던지는 우매한 스타가 아니라 그런 것들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단단히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그런 인간다운 성품도 지녔다.

그런 하정우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고, 공효진과 함께 한 <러브픽션>도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기 잘 하는 배우이기 전에 꽤 괜찮은 사람인 그의 여정을 앞으로도 쭉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