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는 프로농구 아킬레스건이 몇 개 있다. 이해가 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 중 하나가 챔피언결정전 5~7차전 중립 경기다. 챔피언 결정전 중립 경기는 2009~2010 시즌부터 생겼다. 관중 동원과 흥행, 수익이 핑계였다. 2000~2001 시즌 이후 없어졌던 중립 경기가 부활했던 셈이다.  

 

KBL은 2월 3일 플레이오프 일정과 챔피언 결정전 5~7차전 중립 경기를 폐지를 밝혔다. 부임 직후 챔피언 결정전 중립 경기 폐지를 약속한 한선교 총재의 약속이 지켜졌다. 세 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이 제 자리를 찾는 셈이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1, 2, 6, 7차전은 상위팀 홈에서 열린다. 3, 4, 5차전은 하위팀 홈에서 치러진다.

 

 2009~2010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울산 모비스

2009~2010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울산 모비스 ⓒ 울산 모비스

연고팀 팬들의 사랑을 외면한 부끄러운 일이 없어졌다. 열심히 한 시즌을 치르고, 힘들게 플레이오프를 올라간 팀들의 끝맺음이 좋게 됐다. 고향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한양에 과거 보러 가는듯한 일이 사라졌다. 시즌 내내 체육관을 찾아준 팬들 앞에서 우승할 수 있게 됐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이 더욱 의미 있어질 전망이다. 가장 뜨거운 순간을, 가장 뜨겁게 만들어준 팬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당연한 일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챔피언 결정전 중립 경기는 시즌 내내 체육관을 찾은 홈팬들을 무시한 처사였다. 몇 경기 수익을 얻자고 정규리그 54경기가 갖는 의미를 퇴색시켰다. KBL 스스로 눈앞의 이익을 좇았다. 프로농구가 지니는 장기적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었다. 

 

2009~2010 울산 모비스, 2011~2011 KCC가 서울에서 생뚱맞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두 시즌 동안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은 상위팀 홈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3, 4차전은 하위팀 홈 경기장에서 열렸다. 확률적으로 서울 중립 경기에서 우승 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팬들은 버스를 타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원정 응원을 했다. 내 자식 군대 보내고 면회소에서 면회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기본을 저버린 것 중 하나가 프로농구 중립 경기였다.

 

 2010~2011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전주 KCC

2010~2011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 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전주 KCC ⓒ KBL

사실 프로농구와 연고지 얘기를 하면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부산 KT, 전주 KCC, 울산 모비스, 창원 LG 선수단은 모두 해당 도시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홈 경기가 원정 아닌, 원정 경기인 셈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시즌 일정이 없는 동안 각 구단은 끊임없이 연고지 팬들을 찾는다. 다양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체육관 전광판에 적힌 연고지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 

 

프로농구 15년 역사에서 총 8번 연고지 이전이 있었다. 구단 경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몇 번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스도 한몫을 했다. 게다가 오리온스는 수도권으로 이전했다. 수도권 집중화 비난을 받고 있는 프로농구계에서 완벽한 역주행을 한 것이다.

 

챔피언 결정전 중립 경기는 사실 프로야구에도 있는 문제다. 이번 KBL 발표로 일부 언론에는 프로야구 챔피언 결정전 중립 경기에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제와 30년 역사로 비교적 연고지 정착이 잘된 프로야구보다 프로농구의 중립 경기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 프로농구 중립 경기 폐지로 KBL이 다시 기본은 챙기게 됐다. 이 기회에 프로농구와 연고지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oms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2.02.07 09:09 ⓒ 201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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