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가수가 되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펼치는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한 장면.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 오디션 바람을 불고 온 Mnet <슈퍼스타K>와 후발주자인 MBC <위대한 탄생> 시리즈 이후 SBS는 오디션의 종지부를 찍겠다며 SM·YG·JYP 등 가요계 3대 기획사와 함께 <K팝 스타>를 만들었다.

일반인이 가수가 되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펼치는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한 장면.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 오디션 바람을 불고 온 Mnet <슈퍼스타K>와 후발주자인 MBC <위대한 탄생> 시리즈 이후 SBS는 오디션의 종지부를 찍겠다며 SM·YG·JYP 등 가요계 3대 기획사와 함께 를 만들었다. ⓒ SBS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TV 출연은 어떤 의미로든 유명세를 치를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로 통해 왔다. 대중과 언론은 TV에 출연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드는가 하면, '마녀사냥'이나 '신상털기'의 주인공으로 내몰기도 한다.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스타가 되고 싶은 연예 지망생들의 간절함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바로 서바이벌 오디션이다. 여기에, 자신들처럼 평범한 일반인 출연자 1명의 스타 탄생기와 99명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기를 즐기고픈 대중들의 욕망과 맞아 떨어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철 장사를 잘 했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인 Mnet <슈퍼스타K>와 후발주자 MBC <위대한 탄생>이 방송된 약 2년 여간. 수많은 일반인 출연자의 정보가 공개됐고, 누군가는 스타가 됐으며, 누군가는 논란으로 불타올랐다가 사그라졌다.

이러한 오디션의 종지부 찍기를 자처하며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이하 < K팝 스타 >가 등장한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한때의 이슈메이커가 아닌 진짜 스타를 탄생시키겠다는 < K팝 스타 >는 과연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요구하며 이들을 활용하고 있을까?

<오마이스타>가 < K팝 스타 >와 출연자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지원자 동의서를 입수해 인권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다. 각 항목에 대해 인권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A 교수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법적으로는 한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정세)와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에게 자문을 구했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지원자 동의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지원자 동의서 ⓒ 이정민


발생하는 모든 콘텐츠는 방송사가 독점?

"'프로그램'은 'SBS'는 물론 전 세계 모든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거나 전송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이용에는 영상저작물로서의 이용뿐만 아니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상품화 사업, 출판, 유무선 스틸 컷 서비스 등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활용하는 모든 형태의 이용이 포함됩니다." (제 2항)

"본 오디션에 귀하가 참가함으로써 촬영 녹음 녹화되어 발생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등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SBS'에 독점적으로 귀속됩니다." (제 3항)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여러 명이지만, 주로 연예인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에서 방송사는 영상저작물에 2차 저작물의 저작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 항목에 대해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방송사는 프로그램 시간의 편성과 기자재 등을 제공하면서 모든 상업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며 "방송사가 모든 저작권을 가지려면 출연자에 합당한 지불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적으로도, 상거래 상으로도 어긋난다"라고 덧붙였다.

노래는 진심으로 하는 것, 네 모든 걸 보여줘

 <K팝 스타> 심사위원인 박진영의 "노래는 진심을 담아 불러야 한다"는 조언에 한 출연자는 카메라 앞에서 집단 따돌림에 대한 경험을 털어 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심사위원인 박진영의 "노래는 진심을 담아 불러야 한다"는 조언에 한 출연자는 카메라 앞에서 집단 따돌림에 대한 경험을 털어 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 SBS


"'SBS' 또는 'SBS'와 제휴한 사업자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귀하는 귀하의 실연·초상·이름·이력 정보 및 기타 정보 또는 귀하가 본 오디션과 관련해 제출한 지원서 상의 제반 정보 및 녹음 녹화물의 이용에 동의합니다." (제 4항)

"'SBS'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이용을 위해 귀하의 가족 친지 및 주변인을 인터뷰하거나 촬영하여 녹화물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귀하는 이러한 촬영 및 활용에 대한 동의를 보장합니다." (제 6항)

A 교수는 지원자의 개인 정보를 방송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타 정보'라는 항목에 대해 "실연 초상 이름 이력 외에 언급되어 있지 않은 정보들에 있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나 숨기고 싶은 기억들을 상기시켜 정신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례로 12월 25일 방송에서 박진영으로부터 "진심을 꺼내 노래를 부르라"는 충고를 들은 출연자는 임정희의 '믿음'을 선곡했다. 신앙에 관한 선곡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서"라고 답했다. 이에 박진영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출연자는 "친구들이 나쁘게 대해 전학을 가야 했다"라고 집단 따돌림 당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출연자의 가족이나 지인을 인터뷰하는 것에 대해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타인의 촬영을 본인이 동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법적으로도 유효한 계약이 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A 교수 역시 "가족이나 친지를 인터뷰하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 노출이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에 어떻게 나가도 놀라지 말기

 백아연은 레이디 가가의 '포커 페이스' 어쿠스틱 편곡 버전을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 화제가 됐지만, 어쿠스틱 편곡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에 의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후 제작진은 마치 백아연이 직접 편곡한 것처럼 비춰진 것이 편집 탓임을 공식 해명했다.

백아연은 레이디 가가의 '포커 페이스' 어쿠스틱 편곡 버전을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 화제가 됐지만, 어쿠스틱 편곡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에 의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후 제작진은 마치 백아연이 직접 편곡한 것처럼 비춰진 것이 편집 탓임을 공식 해명했다. ⓒ SBS


"'SBS'가 촬영분을 편집, 변경, 커트, 재배치, 채택, 자막(OAP), 개정 또는 수정한 내용 및 방송 이후 시청자, 네티즌 등의 반응, 시청 소감 등 일체의 결과 및 영향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 어떠한 사유로도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금지 가처분, 언론중재위 청구 등 포함)를 귀사에 제기하지 않습니다." (제 5항)

지난 4일 < K팝 스타 >에 출연한 백아연은 건반을 연주하며 레이디 가가의 '포커페이스' 어쿠스틱 버전을 오디션 참가곡으로 불렀다. 이는 미국 드라마 < Glee >에도 삽입된, 엄연히 편곡 버전이 있는 곡이었다.

당시 제작진과 인터뷰 중 백아연은 이 편곡 버전을 부른다는 것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지만, 이 멘트는 시간 관계상 편집됐다. 때문에 방송에서는 마치 백아연이 '포커페이스'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직접 편곡한 것처럼 비춰졌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표절 논란과 함께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제작진은 그제야 편집에 대한 공식 해명을 내놨다.

다른 방송의 사례로, '악마의 편집'이라는 악명을 지닌 Mnet <슈퍼스타K3>는 참가자들에 대한 논란을 여러 번 일으켰다. 대표적으로 한 참가자가 오디션에 떨어진 후 욕설을 하며 기물 파손을 하는 장면을 내보내 누리꾼들의 집중 공격을 받게 만들었는가 하면, 한 밴드는 제작진의 편집 왜곡을 지적하며 숙소를 무단이탈하기도 했다.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출연한 한 참가자는 오디션에서 불합격한 이후, 욕설을 하며 기물을 파손했고 카메라는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방송 이후 참가자는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고, 이 참가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작진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지만 이후 다시 "재미를 주기위해 스스로 한 인위적 행동"이라고 공개사과 했다.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출연한 한 참가자는 오디션에서 불합격한 이후, 욕설을 하며 기물을 파손했고 카메라는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방송 이후 참가자는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고, 이 참가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작진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지만 이후 다시 "재미를 주기위해 스스로 한 인위적 행동"이라고 공개사과 했다. ⓒ CJ E'&M


이 항목에 대해 A 교수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일체의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뒤따르고 있다"며 "이 또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공중파 방송은 사회적 자산인데, 국민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청구 소송' 등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하라고 각서까지 강요하는 것은 강자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다"라고 일침을 했다.

"동의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출연자 보호 위한 것"

한편, < K팝 스타 >제작진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인권 전문가들과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 K팝 스타 >의 연출을 맡고 있는 박성훈 PD는 지원자 동의서에 대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 항목들은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동의서를 참고한 것이다"라며 < K팝 스타 >에만 화살을 돌릴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항목을 만들 때 SBS 법무팀과 충분히 의논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SBS 법무팀의 박진선 변호사는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지원자를 촬영해서 내보내야 하는 오디션의 특수성을 볼 때, 법적으로 부당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했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 고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출연자를 보호하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통상적인 방송사의 출연 계약서다"라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정세의 한상혁 변호사는 방송사의 저작권 독점에 대해 "출연자는 출연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뿐,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자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연자의 법적인 청구 소송 금지 항목에 대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부분적인 사생활과 인격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만약 여기에 동의할 수 없으면 프로그램 참가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임상혁 변호사 역시 "오디션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방송에 출연했을 때 협조 의무가 있는 조항들이다"라고 말했다. 두 변호사가 문제시한 부분은 '가족 친지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 및 촬영에 대한 동의 보장' 정도다. 임상혁 변호사는 "출연자에게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K팝 스타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한 장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보아가 참가자 김나윤에게 혹평을 하고 있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한 장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보아가 참가자 김나윤에게 혹평을 하고 있다. ⓒ SBS


"귀하는 심사위원의 심사결과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본 오디션의 진행 사항에 대해 일체 외부에 발설할 수 없습니다." (제 10항)

이 동의서에서는 방송사의 권리에 대한 동의를 구할 뿐,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심사결과에 대한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한 항목에 대해 A 교수는 "최소한 불합격한 경우, 그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갑을 관계에서 을이 되는 사람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지위를 이용한 강자의 횡포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제작진도 강조했듯, 이것이 < K팝 스타 >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마이스타>가 입수한 것이 < K팝 스타 >의 동의서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항목은 대개 비슷하다. 앞서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을 오디션 프로그램에 접목시킨 <신입사원>의 동의서가 노예계약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이 있을 때도, 지적사항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관련기사: <무례한 MBC <신입사원>, 지금 노예 뽑나요?>)

과연 모든 방송사가 통상적으로 출연자와 맺어온 일반적인 계약이라는 사실이 이 거래의 공정함을 담보할 수 있을까? TV에 나와 스타가 되기 위해 출연자가 '을'의 위치에서 감내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크다. 프로그램은 출연자로 인해 발생한 이슈와 잡음을 먹고 자라지만, 비난은 대개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는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있었다. 불편한 진실은 그 부담을 감수하는 이유인 '스타'가 되는 길은 수많은 출연자 중 굉장히 소수에게만 허락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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