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작년 크리스마스특집 '대반전쇼'에 이어 올해도 '대반전쇼2'를 준비했다. 정재형·루시드폴·성시경·아이유·함춘호·알리·정엽&박주원·심성락·존박·스윗소로우 등이 출연했다.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작년 크리스마스특집 '대반전쇼'에 이어 올해도 '대반전쇼2'를 준비했다. 정재형·루시드폴·성시경·아이유·함춘호·알리·정엽&박주원·심성락·존박·스윗소로우 등이 출연했다. ⓒ KBS


크리스마스다. 아니, 그냥 주말이다. 왠지 간밤에 무서운 꿈을 꾼 것 같다.

크리스마스이브로 넘어가는 새벽, <유희열의 스케치북> '대반전쇼2'는 독했다. 그 시간에 홀로 TV앞에 앉아 낄낄 거리고 있는 솔로들에게 '너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다그치는 것처럼 작년 크리스마스 특집보다 충격의 강도가 셌다. 멀쩡한 가수들의 다소 불결하고 무서운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솔로인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계몽한다는 목표는 같았으나, 그것이 유효했는지는 의문이다. 작년에 이어 여전히 그런 광경을 볼 수 있는, 약속 따위 없는 솔로라는 것에 감사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5집 <아름다운 날들>로 돌아온 루시드폴은 23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 폴카'를 불렀다. 그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대학원 생명공학 박사 출신이다.

최근 5집 <아름다운 날들>로 돌아온 루시드폴은 23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 폴카'를 불렀다. 그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대학원 생명공학 박사 출신이다. ⓒ KBS


이를테면, 정재형이 시스루룩을 입고 삼바 춤을 추며 '코파카바나'를 부르거나, 루시드폴이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 폴카'를 부르는 동안 왼쪽 화면에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대학원 생명공학 박사로서 쓴 논문의 제목을 나열하는 식이다. 존박은 점박이 강아지 탈을 입은 채 <토이스토리2>의 삽입곡 'When she loved me'를 불렀다. 정재형의 '코파카바나'가 시청자의 변태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면, 루시드폴과 존박은 귀여운 선물처럼 유쾌했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성시경의 음악 인생이었다.

발라드계의 황태자, '성발라' 성시경은 이날 <아바타>의 나비족 분장을 하고 나와 <성시경의 붉은 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연을 읽었다. 그리고 이 모습으로 'Last christmas'를 감미롭게 불렀다. 분장을 지운 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를 부르는 모습은 꽤 뻔뻔했다. 과연 이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솔로인 나를 위해 한 사람이 저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가'라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초강수가 아닌가. 

 23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 '대반전쇼2'에서 성시경은 라디오 DJ 콘셉트로 <성시경의 붉은 밤>을 진행하며 사연을 읽었고, 이 모습으로 캐롤 'Last christmas'를 열창했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성바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3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 '대반전쇼2'에서 성시경은 라디오 DJ 콘셉트로 <성시경의 붉은 밤>을 진행하며 사연을 읽었고, 이 모습으로 캐롤 'Last christmas'를 열창했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성바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 KBS


물론, 너무나 먼 우주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완급조절도 있었다. 아이유와 성심락 아코디언 연주가의 'Silent night, holy night', 그리고 함춘호 기타리스트와 성심락의 'I'll be home for christmas', 스윗소로우의 화음이 돋보였던 'The little drummer boy' 등은 중간 중간 쇼를 정화시켰다. 그럼 뭐 하나. 지난밤, 성시경의 푸른 피부는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을. 그 푸른색의 처연함을 기억하며 내년 이맘때는 TV 앞에서 만나지 말자는 희생정신에도, 내년 '대반전쇼3'이 기다려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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