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빛과 그림자> MBC <빛과 그림자>

▲ MBC <빛과 그림자> MBC <빛과 그림자>의 주요 출연진들 ⓒ MBC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극 한 편이 새로 나왔다. 우울한 기억이 더 많은 우리들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드라마는 어찌 된 영문인지 형형색색 오색찬란하다 못해 흥에 겹다. 억압의 한국 근현대사를 발랄하게 그린 시대극, 그림이 그려지는가.

모든 것이 금지되던 70년대 청춘들의 일탈을 다룬 영화 <고고 70>과 남다른 의미의 역사적 사건을 묵직하게 그려 현대사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돌아보게 했던 영화 <화려한 휴가>가 섞인 느낌이라면 얼추 비슷하겠다. 우중충한 시대를 산다고 사람까지 우중충해지진 않는 법. 1960년대 독재정권부터 지금까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았던 청춘의 이야기, 28일 시작한 MBC 새 월화 드라마 <빛과 그림자>다.  

제대로 된 복고풍, '쇼쇼쇼'가 곁들여진 '사랑과 야망'

 선악 구도가 명확한 가운데 강기태(안재욱 분)와 장철환(전광렬 분)는  앞으로 극 중에서 대척점에 서게 된다.

선악 구도가 명확한 가운데 강기태(안재욱 분)와 장철환(전광렬 분)는 앞으로 극 중에서 대척점에 서게 된다. ⓒ MBC

<계백> 후속작 <빛과 그림자>는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 쇼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든 남자 기태(안재욱 분)의 일생을 통해 베트남 전쟁·5.16·10.26 등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보는 50부작 드라마다. 1·2회 방영을 통해 캐릭터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비롯해 이야기 전개의 바탕이 뚜렷하게 드러낸 상태다.

자유분방하고 풍류를 즐기는 폼생폼사 기태와 당대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거느리고 있는 '빛나라 쇼단' 소속이 되고 싶은 가수 지망생 정혜(남상미 분)는 우연처럼 인연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뛰어난 수재지만 기태집 식모 김금례(김미경 분)의 아들로 권력을 향한 야망이 가득 찬 수혁(이필모 분)과 그 성공의 기틀이 돼 줄 군인 출신 국회의원 장철환(전광렬 분)까지 가세하며 명확한 선악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거친 사내들의 욕망과 권력 지향성, 믿었던 친구 수혁의 배반과 몰락 등의 설정은 한국 현대사 속 소시민의 모습을 그린 <사랑과 야망>을 닮아있다. 다만 정의로운 주인공의 고뇌로 시대의 질곡을 은유하는 시대극과 <빛과 그림자>는 확연히 다르다.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쇼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빛과 그림자>는 지금까지의 시대극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한 것보다 훨씬 가볍고 유쾌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리게 하는 제대로 된 복고가 중장년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한 것과 함께, 대중문화를 통해 닥쳐올 시대의 변화와 인간 군상을 담아내고자 한 시대극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만하다.

시대극이라고 진지할 필요는 없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하는 <빛과 그림자>은 본격적으로 쇼단에 들어간 정혜의 무대를 비롯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하는 <빛과 그림자>은 본격적으로 쇼단에 들어간 정혜의 무대를 비롯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 MBC

사실 거리를 다 쓸고 다닐 만큼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넓은 나팔바지나 어깨를 다 가릴 듯한 셔츠 깃 패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이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수지 Q'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재현이 <빛과 그림자>를 주목하게 하는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거기다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쇼단 가수들의 무대는 화려해질 만큼 볼거리 역시 풍성하다. 2회에서 보여준 '빛나라 쇼단'의 무대 모습과 이를 동경하는 정혜는, 마치 지금의 연예계 아이돌이나 대형 매니지먼트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패션 7080'보다 더한 볼거리가 있고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빛과 그림자>가 여타 시대극들과 달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을 대하는 드라마의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기태가 김추자를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빛나라 쇼단과의 계약할 때, 꼭 기태에게 말하듯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드라마에 코믹한 요소를 끌어다 놓은 것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빛과 그림자>가 앞으로 소화해낼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진지하게만 보지 않을 것임을 방증한다. 유쾌하면서도 나름의 풍자와 해학 요소가 접목된 드라마적 시선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파도를 나름의 능글맞음으로 헤쳐나갈 기태의 50년 인생을 기대하게 한다. 

<빛과 그림자>의 해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사극이나 시대극은 '어느 시대를 이야기할 것인가'보다 '어느 시대에 이야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빛과 그림자> 속 그 시절에서 2011년 현재의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드러나 보이는 독재는 아닐지언정 사회와 국가에 억눌린 시대를 살아간다는 면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도 무겁고 진지하게 접근해 거부감을 일으키는 대신 쉽고 재밌게 즐기는 경향이 생겼듯, 현재를 반영한 듯한 <빛과 그림자>의 유쾌함 역시 충분히 공감하다 못해 기대된다.

 1·2회를 방영한 <빛과 그림자>는 기태를 비롯한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뚜렷이 전달했다.

1·2회를 방영한 <빛과 그림자>는 기태를 비롯한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뚜렷이 전달했다. ⓒ MBC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건 개인의 인생도, 역사도, 드라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인간의 성공과 좌절이라는 빛과 그림자, 군사정권의 검열과 억압 그리고 민주화 운동이 시대를 들끓게 했던 역사의 빛과 그림자, 기존 시대극의 관행을 깨버린 새 드라마의 빛과 그림자. 여러 겹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MBC 새 월화 드라마에 최종적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이 빛일지 그림자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안다.

하지만 196·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와 그 시절은 기억에도 없는 세대 모두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이자 현재를 사는 '우리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단은 드리워진 빛이 더 밝아 보인다.

 MBC <빛과 그림자> 출연진과 이주환 PD

MBC <빛과 그림자> 출연진과 이주환 PD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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