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싹한 연애> 손예진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늦가을 냄새가 났다. '추남'(가을 남자)인 기자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손예진이 가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을을 타고 있는지 물으니 "실은 사계절을 다 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을철에 보이는 특이행동으로 "멍해지는 때가 잦아요"라던 그도 요즘은 '추녀'(가을 여자)인 셈이었다.

영화 <백야행>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손예진이 선택한 작품은 <오싹한 연애>. 말 그대로 공포의 섬뜩함과 사랑의 설렘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연하인 이민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 조금 걱정이 돼요"라는 대답에서 한층 선배다운 모습이 보였다.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싹한 연애> 속 강여리와 배우 손예진 사이

<오싹한 연애>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고등학생 때 당한 사고로 귀신을 보게 된 여리(손예진 분)와 마술사를 업으로 하는 '겁 많은' 청춘 마조구(이민기 분)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호러와 로맨스의 독특한 결합이라는 점이 손예진이 결정적으로 이끌렸던 부분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손예진은 그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주었던 손예진만의 깊은 멜로 연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리와 전) 비슷한 면보단 다른 면이 많아요. 일단 여리는 특별한 캐릭터잖아요. 생활 자체가 공포영화죠. 일상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가운데서도 여리는 상황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저 같으면 못했을 겁니다. 여리는 혼자 생일 촛불도 켜고, 귀신을 도와주기도 하는 등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포까지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이 온 거죠."

이렇듯 귀신을 본다는 우울한 상황 속에서도 낙천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여리를 손예진은 그만의 힘으로 잘 소화해냈다. 실제 생활에선 어떨까? "가까운 사람들에게 외롭다고 말한다거나 혼자 멍하니 있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쓸쓸해졌지' 정리하려고 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을 만나서 술을 먹는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그것도 좀 나아진 거란다. 본래 힘든 걸 마음속에 쌓아놓다가 건강을 해치곤 했다는 그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연하남 이민기 역시 사교성이 있다거나 활달한 성격은 아니다. 이전 영화에서 인터뷰했던 이민기의 모습은 다소 무뚝뚝하고 무심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얘길 들려주니 손예진은 환하게 웃었다. "호불호가 분명하고 진지한 성격이라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어요"라면서 "포장을 할 줄 모르는 순수한 면이 오히려 편했어요"라고 답했다. 손예진은 이민기가 지닌 내면의 따뜻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좋은 시나리오 주세요!' 이젠 배우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시대

손예진은 철저히 도전하는 연기자 과에 속한다. 같은 로맨스라도 청순에서 내숭, 내숭에서 도발적 여성까지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 속에서 그만의 매력을 입힌 색다른 캐릭터가 나오곤 했다. 배우 손예진의 진가라고 볼 수 있겠다.

"돌아보면 저도, 관객도 지겹지 않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변신을 위한 변신이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관객과 생각이 맞아야죠. 관객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변하고 싶은 정도랄까. 변화만 쫓다 보니 어느 순간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때가 있더라고요. (폭이) 크게 열려 있는 게 좋잖아요.

이번 작품은 멜로와 코믹함, 그리고 공포도 있어서 신선했어요. 신인 감독님이란 사실에 잠깐 고민했던 건 사실이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잘 나와서요. 또 감독님이 직접 쓰셨다니 본인이 상상한 그 모습이 잘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이젠 배우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추세인 거 같아요. 공유 씨 경우엔 회사에 직접 판권을 사자고 말했다죠. 배우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가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전작인 <백야행>도 신인 감독, 이번 작품도 신인 감독이다. 손예진이 <오싹한 연애>를 결정했을 땐 상대배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단다. 그만큼 그에게 작품 선택의 우선적인 기준은 '시나리오의 힘'인 셈이다. 하지만 감독과 투자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손예진은 "기본적으로 상업 영화를 하는 입장이라 투자와 배급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라면서 "작품을 하다가 나중에 엎어지는 경우도 생기니까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손예진은 가위에 눌렸던 경험을 들려줬다. 예전에 살던 집이 공동묘지 터라 그런지 그렇게 가위에 눌렸다고. "알고보니 주변에 살던 다른 연예인들도 다 가위에 눌렸더라고요" 오싹한 경험이었다. ⓒ 이정민


일과 사랑, 손예진에게 물으니..."난제죠, 난제"

"난제죠, 난제."

손예진은 배우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화두를 지니고 있었다. 서른을 갓 넘긴 시점에서 어느 하나 무게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게 없을 법했다. 작품에 대해 물으니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고 답하는 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의미를 느낀다면서 말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전작을 꼽아 달라 부탁했다.

"<작업의 정석>이요. 변신한 제 모습에 극장에서 사람들이 웃는 걸 처음 봤죠. '아 웃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이 작품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하는 데 용기를 낼 수 있었죠. 다행히 흥행도 됐고요. 안됐으면 '아, 난 안되나 보다' 했을 텐데. 후훗."

드라마 복귀 계획을 물으니 "아직은 없고요, 하긴 해야죠?"라는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대중들이 TV 속 손예진의 면모를 좀 더 세세히 기억할 법하니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일이다. 손예진은 올해 이후 중국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여러모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개인적인 사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해요. 일단 만남이 쉽지 않다는 건 일반인들도 이제 다 아시잖아요. 그래도 사랑보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때인 듯해요.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언젠간 하겠죠'라 말하고 말겠지만,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여자로서 살 수 있는 새로운 삶이니 꼭 경험하고 싶죠.

그런데 일과 사랑을 다 잘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일하는 것도 되게 복잡한데 집에 가면 또 내 손길을 기다리는 남편과 아이가 있다면, 어휴! 아마 1, 2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민하겠죠? 그런데 어떻게 만나지? 소개팅이라도 한다면 또 말이 나오고 그럴 텐데….

이상형요? 제가 생각이 진짜 많아서요. 좀 포괄적이겠지만 일단 마음이 넓고 여배우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요. 대화가 일단 잘 돼야 해요! 책을 봐도 영화를 봐도 취향이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왜, 결혼 전에 같이 코미디를 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같은 지점에서 웃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건데, 공감할 포인트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하죠!"

 영화<오싹한 연애>에서 여리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싹한 연애> 손예진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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