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 이정민


작곡가이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 그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장혜진의 편곡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악으로 버티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소속 가수 성시경에게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된 <나가수> 편곡. 황 대표는 "편곡이 중요한 작업임에도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소외되어 있었다"며 "나 역시 곡을 쓰면서 편곡만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오기도 좀 생겨서 합류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만약 장혜진 누나가 아니라 김범수나 박정현 같은 가수였다면 (편곡을) 안 했을 거에요. 그들은 누가 해도 잘하니까요. 하지만 장혜진 누나는 공백기가 길었잖아요. 또 그분 성향이 그렇게 전투적이지가 않아요. 오기 반, 재미 반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첫 경연부터 자신 있었어요. 2~3시간 만에 편곡을 끝냈거든요. 그러나 5등을 했죠. 실시간으로 등수가 매겨지니까 은근히 기분 나쁘더라고요.(웃음) 창피하기도 해서 그다음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신정수 PD님에게 '음악 하면서 몇 년 사이 이렇게 고민해본 적 없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지만 4등 했죠."

하지만 등수가 전부는 아니었다. 장혜진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부른 뒤, 황 대표는 "편곡 잘해줘서 고맙다"는 원곡자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편곡자에게는 최고의 찬사였던 것. 호주 경연 당시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편곡하며 너무 힘들어서 신승훈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는 황 대표는 "장혜진과 12곡을 같이 했는데 이제는 명예졸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 이정민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황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건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피아노 치던 소년, 평생의 사부 손무현을 만나다

1973년생인 그는 6살 때부터 피아노와 함께였다. 4살 무렵, 심하게 화상을 입어서 "가망 없다. 마음의 준비를 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그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뒤 2년간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기에 남들처럼 뛰어놀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미술과 피아노를 배웠다. 그 중 피아노에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다. 예술중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던 그는 중학교 음악 시간에 피아노를 치게 됐고, 이후 진학한 남고에서 밴드 건반을 맡으며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짝이 드럼을 쳤어요. 축제를 앞두고 '키보드를 쳐달라'고 하기에 록이나 메탈 대신 건반이 많이 들어가는 곡을 하자고 했죠. 연습하려고 합주실에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곳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 손무현, 윤상, 김현철, 신해철 등 프로로 일하는 분들을 다 만났어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연주자들도 다 거기서 만났고요."

이후 그는 김완선을 성공 가도에 올리며 한창 주가가 높았던 손무현의 작업을 전담하게 됐다. 그는 손무현을 "음악 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때가 아니었다면 훨씬 늦게 음악을 시작했거나 혹은 안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선배'였던 손무현 밑에서 음악을 하게 됐다. 손무현은 어린 소년이었던 황 대표에게 통째로 프로듀싱을 맡기고 '도와줄 테니 곡을 써보라'고 하기도 했다고.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봤던 것이다. 황 대표는 "손무현은 유일한 사부"라며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힘들게 음악 하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며칠 전, <슈퍼스타K3> 손예림과 녹음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손예림은 손무현의 조카로 잘 알려져 있다. 사부의 조카와 인연을 맺게 된 것. 고인이 된 손예림의 아버지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는 황 대표는 "장례식 때도 갔었는데 막상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노래를 하고 있더라"며 "사람은 언제 어떻게 맞닥뜨리게 될지 정말 모르겠더라.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황 대표가 CI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황 대표가 CI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 그리고 '사랑은 향기를 남긴' 테이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댄스와 발라드로 양분되어 있던 한국 가요계에 2000년대 중반 미디엄 템포의 곡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타성에 젖었었다"고 평한 황 대표는 "자신이 없어져서 한 번 겁을 먹으니 손이 더 안가더라"며 "그러자 감각이 더 없어졌는데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하고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고 말했다.

혼자 낙오된 느낌 속에서 결국 정면돌파를 통해 위기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어려움 뒤에 만난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는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곡이다. 황 대표는 "신인이었던 테이가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나 역시 '음악 좀 하는 뮤지션'에서 입지가 바뀌었다"며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를 인생 최고의 노래로 선정했다.

연예기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그에게 있어 또 다른 도전이다. 플라이투더스카이와 유진, 전혜빈 등의 음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이미 두각을 나타내던 가수들이었기에 처음부터 자신의 색깔로 채운 이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신인발굴 프로젝트 'READY 4 U'를 진행하고 있다. 황 대표는 "회사를 만들면 음악을 더욱 주체적으로, 오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발굴부터 앨범 제작까지 그가 도맡은 가수는 내년 3월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황 대표가 사무실에서 직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황 대표가 사무실에서 직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슈퍼스타K1> 서인국, <슈퍼스타K2> 박보람이 저희 회사잖아요. '자체 개발은 안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 가수들을 받아서 제작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현재 <위대한 탄생> 조형우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오고 싶다는 데 막을 수도 없잖아요. '젤리피쉬 가고 싶다'고 직접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새벽 2~3시에 귀가하기 일쑤라 5살배기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아이가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는 게임으로 친해지고 있다는 그. 황세준 대표의 목표는 '젤리피쉬'라는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히 자리 잡은 SM, YG, JYP도 처음엔 힘든 시기가 있었을 거잖아요. 10년이 넘는 시간을 잘 견뎌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듯 젤리피쉬 역시 좋은 결실을 거둘 겁니다."

나는 매니저다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황세준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만나 매니저로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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