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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후보는 어제(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마지막 토론회에서까지 각종 이슈와 관련해서 격한 말들을 주고 받았다. 안철수 열풍으로 시작된 이번 선거는 정치권 밖에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기존 정치와는 뭔가 다른 모습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청년 멘토'로 불리는 안철수 원장의 등장으로 인해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던 젊은층들도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졌다. 더구나 50%가 넘는 지지율을 갖고 있는 안철수 원장이 불과 5% 지지율이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깨끗이 양보하는,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을 보이면서 '역시 이번 선거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수차례의 토론회를 시청했지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남아 있질 않다. 나경원 하면 박원순을 공격하는 사람 정도로 기억하고 있고 박원순 하면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른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후보 검증 운운하며 정책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기존 정치인들의 모습들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상대방 후보의 약점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정책과 비전이 무엇이고 그로 인해 해당 후보가 시장이 되었을 때 서울시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청사진이다. 물론 정책을 실행시킬 만한 자질이 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후보 검증한다고 선거가 내일인데도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정책보다는 검증논란만 기억하고 있다면 곤란한 일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보통의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만든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들어 투표율을 떨어트리는 것이 나경원 후보의 목적이라면 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재정 회계에 대한 법률

국가회계법 제11조(국가회계기준) ① 국가의 재정활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거래 등을 발생 사실에 따라 복식부기 방식으로 회계처리하는 데에 필요한 기준(이하 "국가회계기준"이라 한다)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한다.<개정 2008.12.31>

 

지방재정법 제53조(재무회계의 결산)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 및 운용결과를 명백히 하기 위하여 발생주의와 복식부기 회계원리를 기초로 하여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는 회계기준에 따라 거래 사실과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여 회계처리하고 재무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는 나경원 후보의 모습도 피부과 논란이나 사학재단 관련한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다지 검증의 칼날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판사 출신이라는 후보가 국가회계법 제11조와 지방재정법 제53조에 모두 회계 기준을 복식부기로 회계 처리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서울시는 단식부기로 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토론회장에서 끝까지 억지를 부린다.

 

이미 행정자치부는 2007년 '지방자치단체 회계 기준에 관한 규칙'을 공포해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와 재무보고서를 작성해 외부에 공시하도록 한 바 있다. 게다가 지방세 체납은 국세청 소관이라는 보통 시민들도 상식적으로 알 만한 일을 가지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까지 한다. 다음은 그 황당 발언과 후퇴 공약, 헛공약 목록이다.

 

상당수의 공약들이 이미 이전의 오세훈 시장 때 시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항을 공약이라 하는 것은 공약도둑질이나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약을 낸 것이 아니라면 기존의 정책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공약을 낸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정책에 자신이 없어서 검증 논란으로 선거전략을 짠 것이라면 서울시장 후보로서 부끄러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기 이전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제라도 시민에게 사과해야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던 무상급식으로부터 촉발된 것이다. 최근 월가 시위로부터 확산된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경제가 성장해도 그 열매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한 일반 시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시기다. 항간에서는 재정여건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있지만 공약에도 늘 우선순위가 있다. 외형을 가꿔서 좋은 집에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건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이다. 서울시민은 겉만 번지르르한 도시가 아니라 먹고사는 일상의 걱정에서 자유로운 도시에서 살고 싶다.


태그:#서울 시장 보선, #나경원 후보 , #박원순 후보, #무상급식,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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