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영화<부러진 화살>갈라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정지영 감독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영화 <부러진 화살>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 ⓒ 민원기


"'13년 만에 하는 작품이 하필이면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냐?' 이건 이상한 질문 같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진 몰라도 사법부가 잘못한 구석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사법부가 분명히 잘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민감해할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법 부조리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이 영화를 두고 가장 먼저 나온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제16회 부산영화제에서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부러진 화살>.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데에 감독인 정지영의 답은 '문제 있으니 말하는 것'이었다.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였다.

기자회견엔 영화 <부러진 화살> 주연 배우인 안성기, 박원상, 김지호가 함께했다. 하루 전인 9일 오후 레드카펫 후 진행된 상영회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기 때문인지 감독과 배우의 표정에선 편안함이 묻어나왔다. 2007년 '석궁테러'로 알려진 김명호 교수 사건을 극화했다는 점에서 '<도가니>를 잇는 문제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 어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고 찾아온 후배 영화인들이 격려의 말을 해주지 않던가요?
"제가 지금껏 만든 작품 중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보통 영화를 보면 재밌다는 반응과 걱정된다는 반응이 다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인 게 다 재미있다고 해서 그게 좀 염려스럽더군요."

- 사건 당사자인 김경호 교수 역의 안성기와는 오랜 인연입니다. <남부군>(1990)과 <하얀 전쟁>(1992)에 이어 이번에도 캐스팅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시나리오를 들고 안성기씨를 찾아가 두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일단 하나는 돈이 없어 개런티 제대로 못 준다는 거, 또 하나 당신이랑 하면 영화가 성공할 것 같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안성기씨랑 두 작품을 했는데 둘 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죠. 하지만 잘되지 않았습니까?' 이 얘길 했더니 이튿날 안성기씨가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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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복귀작? "아직 관객들이 원하는 거 같아 다행"

단돈 4억 원.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제작비로 알려졌다. 저예산 영화지만 명필름이 배급 및 마케팅을 맡았고 안성기, 김지호, 박원상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것은 어떤 영화보다도 화려한 카메오 진영이다. 영화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쌍용차 노동자 투쟁의 선봉 박훈 변호사, 스크린쿼터 투쟁 당시 영화인들과 함께 앞장섰던 양기완 이사장 등이 등장한다. 실제 사건 당시 참관한 방청객들도 일부 출연했다. 

- 영화에 얼굴이 익숙한 다양한 카메오들이 나옵니다. 이분들은 또 어떻게 섭외했나요?
"제가 영화 한다니까 지인들이 한 컷이라도 좋으니 출연시켜 달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엄격하게 심사해서 선택된 사람들만 출연했습니다. 하하"

- 23회 차의 촬영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단기간에 촬영을 모두 마쳤다는데 혹시 제작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습니까?
"제작비 중요하죠. 여러 번 촬영하면 시간도 그만큼 가는 거고, 전 테이크를 많이 가는 건 해당 장면에 대한 감독의 인식이 막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최선의 장면을 위해 여러 번 찍고 그러는 건데 전 수없이 많이 한다고 해서 최선이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100% 원하는 건 아니더라도 이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컷합니다. 빨리 찍지 않으면 분량을 다 못 채우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 너무 오랜만에 작품을 들고 찾았어요. 더 왕성한 활동을 하실 법도 했는데 앞으로 꾸준히 활동하실 거죠?
"관객이 원하면 앞으로 계속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싫어하면 그만 만들어야죠.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관객들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상상했습니다. '싫어하면 영화 이젠 안 하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반응을 보니 관객들이 절 필요로 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참, 이참에 말씀드리는데 기사에 보니 서형의 소설 <부러진 화살>이 원작으로 되어 있던데 소설은 제가 영화를 만들게 한 동기일 뿐이지 원작이 아닙니다. 원작이라면 수많은 재판 자료들이죠. 김명호 교수의 가족에게서 온 자료, 변호사와 주고받은 자료가 원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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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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