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의 서포터즈 그랑블루는 승리의 뒤풀이로 물줄기를 뿌려댔다. 역시 축구 수도 수원 빅 버드에서나 볼 수 있는 장관이었다. 올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무더위를 느낄만한 토요일 밤이 그들에게는 완승의 선물로 인해 너무나 시원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윤성효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6일 저녁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빅 버드)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20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안방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호의 2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4-0의 완승을 거뒀다.

염기훈, '왼발로 돕고 오른발로 넣고'

8월의 첫 주말은 정말로 'K-리그'의 날이었다. 일곱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모두 23골이 터졌다. 경기 당 3.28골의 보기 드문 수확이다. 이 신나는 기록을 축구 수도 수원 빅 버드에서 외면할 리 없었다.

네 경기 연속골을 노리고 있는 걸출한 골잡이 스테보를 앞세운 안방 팀 수원은 경기 시작 8분만에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넣으며 시원한 여름밤을 예고했다. 염기훈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이 날카롭게 대전 골문 앞으로 날아들었고 공격에 가담한 곽희주가 머리를 잘 썼다. 대전 문지기 최현도 어쩔 수 없는 높이였다.

첫 골을 특급 왼발로 도운 주장 염기훈은 56분에 그랑블루 앞에서 놀라운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상호가 공을 몰다가 찔러준 공을 받아 대전 수비수 김창훈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강한 인스텝 슛으로 마무리한 것이 오른발이었기 때문이다. 왼발의 달인에게서 보기 드문 오른발 골이라는 점이 그랑블루를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호의 원맨쇼가 시작되었다. 한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세 개를 혼자서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감각 이상을 발휘한 날이라는 말이다. 이 경기의 공인구는 유달리 이상호의 발끝에서 자주 놀았다. 대전 수비수들은 이 장면을 뻔히 보면서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이상호'에게서 '박지성'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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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의 골을 도운 미드필더 이상호는 후반전을 통째로 전세낸 듯 공이 그의 몸에 달라붙는 희안한 광경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대전 선수들이 그의 드리블 가로채기를 몹시 어려워했고, 이상호가 골문 앞을 어슬렁거리다가 자리를 잡는 곳이 골을 넣을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자리였다.

69분, 바꿔 들어온 골잡이 하태균이 공을 몰다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보낼 때 이상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골문 쪽으로 돌렸다. 의도적인 발길질이라기보다는 하태균의 빠른 크로스가 그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강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이 날은 이상호가 '되는 날'이었다.

4경기 연속골을 노리던 스테보가 곽희주의 선취골 직후에 대전의 빈 골문에 추가골을 밀어넣지 못하는 불운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팀 동료라지만 이상호의 온몸이 무척이나 부러웠을 것이다. 결국, 스테보는 68분에 하태균에게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물러났다.

이상호의 활약은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이어졌다. 우승제 대신 들어온 브라질 출신 골잡이 디에고가 오른발 슛을 날렸을 때 대전 문지기 최현의 선방이 이어졌고 여기서 흘러나온 공을 이상호가 오른발로 차 넣어 4-0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냥 보기에는 쉬워보이는 밀어넣기였지만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공간 움직임과 몸 중심을 최대한 낮게 만들어 오른발로 때려 넣는 마무리 동작이 매우 적절했다.

현재 국가대표팀에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까지 크게 다치는 바람에 측면 미드필더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떠난 왼쪽 측면은 A 매치가 이루어질 때마다 그 허전함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상호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공격적 감각의 70~80%만 꾸준히 유지해도 포스트 박지성으로서의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경쾌한 드리블, 유용한 공간 찾기, 동료를 빛나게 하는 패스 감각, 측면 수비수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폭넓게 움직이는 동선'에 이르기까지 이상호에게서 박지성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토요일 밤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1 K-리그 20라운드 결과, 6일 저녁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4-0 대전 시티즌 [득점 : 곽희주(8분,도움-염기훈), 염기훈(56분,도움-이상호), 이상호(69분,도움-하태균), 이상호(90+1분)]

◇ 그밖의 경기 결과(왼쪽이 홈팀)
★ 강원 FC 0-3 전북
★ 울산 1-2 FC 서울
★ 대구 0-2 제주 유나이티드
★ 상주 상무 1-3 성남 천마
★ 포항 스틸러스 3-2 부산 아이파크
★ 광주 FC 0-2 경남 FC

☆ 전남 드래곤즈 [7일 저녁 7시 예정]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상호 스테보 염기훈 K-리그 수원 블루윙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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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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