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에서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 2. <신의 퀴즈>는 희귀병을 소재로 한 수사드라마로, 박재범 작가는 "병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드라마를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OCN에서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 2. <신의 퀴즈>는 희귀병을 소재로 한 수사드라마로, 박재범 작가는 "병을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 드라마를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 CJ E&M


여기, 매주 금요일 밤마다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케이블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시즌제 드라마'가 척박한 한국 드라마계에서 지난 2010년부터 우직하게 한 길을 가고 있는 드라마 <신의 퀴즈>.

지난 22일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78%, 최고시청률은 2.386%(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하여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의 퀴즈>는 장르적 특성상 무엇보다 '대본'의 힘이 중요하다. 그 '대본'을 쓰는 사람, <신의 퀴즈>의 아버지, 박재범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그로부터 출발했다. 7월 중순, 광장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나눈 일문일답을 아래에 정리했다.

"희귀병이라는 소재 통해 사회와 사람에 대한 얘기 하고 싶었다"

- 희귀병을 소재로 수사를 한다는 점이 재밌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원래 따로 있었던 두 아이템을 합했다. 하나는 전형적인 수사물이었고 하나는 메디컬 드라마였다. 진우(한진우 박사, 류덕환 분)도 의사, 경희(강경희 형사, 윤주희 분)도 의사, 다 의사였다. 도준이(박도준 형사, 추승욱 분) 하나만 형사였고. 그런데 두 개를 같이 진행하다 합해버렸다. 희귀병도 원래는 정신적 희귀병이었다. 그랬는데 잘못하면 흥행만을 위해 무리수를 둘 것 같아 바꿨다. 하지만 의도는 같다. '병을 통해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 두 아이템을 합하고 나니 실마리가 풀려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웃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이 없는 거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상자는 좋은데 뭘 담을지 각이 안 나오니까. 어떻게 보면 극악스러운 조합이다. 그래도 수사적인 부분이 미진하더라도 두 개의 조합만큼이라도 신선하게 해보자는 의도였다." 

- 아무래도 드라마의 특성상 방대한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공부하나.
"무작위로 끌어 모은다. 우리(박재범 작가는 보조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자료의 넝마주이'다. 희귀병 하나를 다루려면 적어도 열 개 이상의 희귀병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시즌 1때보다는 시간이 덜 든다. 시즌 1때는 각혈을 했다. (웃음) 아무래도 한 번 하고 나니까 '이런 건 그냥 생략해도 되겠다. 중복된 것도 있고'라는 생각에… 조금 편해지긴 했다."

- 앞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의식이 보이는 게 <신의 퀴즈> 마지막에 진우와 장규태 박사(최정우 분)가 이야기하는 신이 반복되는 구조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건가.
"그렇다. 전체적으로 내가 (사회나 인간을) 보는 관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열 분 중의 한 분은 못 받아들이기도 한다. '선생질하는 것 같다'고. 그런데 나는 그 '선생질'이 하고 싶다. 물론 너무 대놓고 가르치는 것, 맞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포맷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에 선생질하는 드라마가 한 개쯤은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른 드라마가 다 선생질하는데 우리까지 그러면 미안한 거겠지만."

- 지난 8일 5화에선 사이코패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이 사이코패스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사실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 그 신은 대본을 다 써놓고도 가장 좋은 대사들이 촬영 전날 생각난다. 그래서 열에 일곱은 수정을 한다. 사이코패스 편도 그랬다. 원래 더 허무하고 비관적인 내용이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것 없어. 시대가 원하는 게 사이코패스야', 이런 식으로. 그런데 너무 무기력한 것 같아서… 적어도 뭐가 문제고, 경계해야 할지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바꾼 거다."

"류덕환·안용준, 고운 것들 둘을 붙여보고 싶었다"

 주인공인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과 맞서는 인물은 한진우의 초등학교 동창인 정하윤(안용준 분)이다. '타나토스'(죽음의 신)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하윤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한진우를 위협했다. 박 작가는 두 배우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덕환이·용준이, 이 '고운 것들' 둘이 붙어 보는 것도 새로운 조합일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과 맞서는 인물은 한진우의 초등학교 동창인 정하윤(안용준 분)이다. '타나토스'(죽음의 신)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하윤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한진우를 위협했다. 박 작가는 두 배우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덕환이·용준이, 이 '고운 것들' 둘이 붙어 보는 것도 새로운 조합일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 CJ E&M


- 자연스레 배우들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주연인 류덕환은 어떻게 보나.
"어른이 보기에 어딘가 건방져 보이고, 한 대 쥐어박고 싶고 싶은 놈이 의사로 나오는 드라마는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캐스팅했다. <신의 퀴즈>하면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친구다. 드라마를 책임지는 부분이 많은, 짐을 많이 진 친구니까 아무래도 걱정스럽긴 한데 잘 해나가니까 또 대견스럽다. 한진우라는 역이 보기에는 껄렁껄렁하고 쉬워 보이는데, 절대 쉬운 역이 아니다. 단언컨대 아무나 못 할거다."

- 그의 반대급부로 캐스팅된 인물은 안용준이다. 원래는 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았나.
"난 개인적으로 안용준을 몰랐다. 그런데 진우와 비슷한 나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찾다가 용준이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느낌이 좋더라. '이렇게 이쁜 애가, 독한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덕환이·용준이, 이 '고운 것들' 둘이 붙어 보는 것도 새로운 조합일 것 같더라. 왜, 밤을 까 보면 밤벌레가 있지 않나. 반짝반짝한. 그 밤벌레같은 것들이 둘이면 (폭소) 해서 용준이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 이 둘 외에,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이들과는 이야기 많이 하나.
"많이 한다. 그런데 시즌 1부터 계속 함께 해와서 그런지 몇 마디 말을 안 해도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안 들어서 편하다. 한 10분이면 이야기 끝이다. (웃음) 성도(김성도 연구관, 김대진 분) 같은 경우 내 몸이 있다면 일부분은 진우에게, 일부분은 성도에게 갔다. '야동' 좋아하는 건 남자들이 소싯적에는 다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 기계 좋아하고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그런 면이 성도에게 갔고 그 외에 잘난 부분은 진우에게 갔다. (웃음)"

- 현장에서 배우들이 대사에 애드리브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제는 어디서 애드리브를 쳐야 할지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 안다. 그럼 그때그때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볼 때 애드리브인 것 같은데 애드리브가 아닌 게 있고, 애드리브가 아닌 것 같은데 애드리브인 게 있긴 하다. 요즘은 박도준 형사가 슬슬 애드리브가 올라오고 있다. 가끔 문자도 온다. '형, 이번엔 두 개 정도 준비했는데' 하고. 얼마 전 박도준 형사가 촬영에서 전화기에 대고 "당신까지 이러시면 곤란해요~"라고 하는데 진짜 많이 웃었다.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는 "아니 이 상황에 왜 이러세요~"였다. 덕분에 우리끼리 유행어가 됐다."

"시즌 1의 첫 회로 내가 <신퀴> 쓰는 이유 정확히 보여줬다"

 시즌 1부터 배우들이 함께 해왔기 때문에,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고 전한 박재범 작가. 그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진우가 아프진 않지만 이상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즌 1부터 배우들이 함께 해왔기 때문에, 촬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고 전한 박재범 작가. 그는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진우가 아프진 않지만 이상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 CJ E&M


- 시즌 1, 2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나.
"시즌 1의 1부. 카메오로 배우 김태우씨가 포르피린증에 걸린 환자로 나왔던. 첫 회라서도 그랬고, 내가 <신의 퀴즈>를 쓰는 이유를 정확하게 보여준 회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 캐릭터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의 전개를 조금만 알려 준다면.
"먼저 진우…는 아프지는 않은데, 이상해진다. 어느 순간 진우가 자신의 몸에 대해 엄청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참, 민지율 박사(이설희 분)와 강경희, 한진우가 삼각관계를 이룰 거라는 추측도 있던데, 원래는 없던 설정이다. 그런데 어느새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더라. 농담으로 그런다. '작가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하고. (웃음)"

- 러브라인 하면 김성도 연구관이 민지율 박사를 짝사랑하는 걸 빼놓을 수 없는데.
"아까와 반대로 성도가 지율을 좋아하는 설정은, 만들었다. 너무 이야기가 건조해서 가장 외로운 놈이 누구냐를 생각해 보니까, 성도였다. (웃음) 지율이 '함께 있으면 사형선고 받은 기분일 것 같다'는 대사를 하는데, 대본연습 할 때, 뒤에 있던 매니저들에 메이크업 하는 분들까지 전부 다 아우~하고 경악을 해서 막 웃었다. 불쌍하긴 하더라. '너무 독하게 했나?' 생각했고. (웃음) 좋아질 거다. 행복해질 거고. (웃음)"

- 벌써부터 시즌 3에 대한 기대가 있다. 집필 의사 있나.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지난해에 시즌 1 할 때도 다음 시즌을 한다는 게 시즌 1 막바지가 돼서야 결정됐다. 그래서 현재까지 결정된 건 없다."

신의 퀴즈 OCN 박재범 류덕환 안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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