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신 이야기>에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인 낯선 남자 역을 맡은 배우 동현배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변신 이야기>에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인 낯선 남자 역을 맡은 배우 동현배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닮았다. 분명 형제임은 틀림없었다. 더운 날씨에 땀이 흘러내리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진 촬영에 임하는 그 열정도 어디선가 낯이 익은 모습이다. 두 말 필요 없는 아이돌 빅뱅 태양(본명: 동영배)의 형이라니. 지난 5일 만난 배우 동현배의 첫 모습은 그렇게 다가왔다.

"이번 작품에서 제가 먼저 캐스팅됐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배역의 이름이 있었는데 일부러 제가 낯선 남자로 가자고 했어요. 이름 없는 캐릭터가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는 듯했습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 선배를 죽이는 에릭 선배 모습도 생각했어요. 순수한 사람에서 확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현배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진지한 모습으로 설명했다.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단지 연기를 지망하는 인기가수의 형이었다는 건 착오였다. "(이번 배역을 위해) 인형들을 사서 도구로 찔러보기도 하고 (해당 캐릭터가) 장기 매매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배우 그 자체였다.

단편영화,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

 영화 <변신 이야기>에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인 낯선 남자 역을 맡은 배우 동현배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 <변신이야기>에서 동현배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했다. '낯선 남자'라는 배역에서 느껴지는 신비감이 좋았다고. ⓒ 이정민

"굳이 데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요? 아직 데뷔라고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배우 데뷔의 기준이 상업영화라면 아직 그는 이렇다 할 데뷔작이 없다. 굳이 꼽으라면 <대한민국 1%>(2010)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그에겐 아쉬운 소리일 수도 있다.

의류 CF를 통해 춤과 연기를 대중들에게 깜짝 소개한 바 있는 그는 이제 막 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동현배는 "단편영화를 많이 찍으면서 수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왔는데 2008년 무렵부터 연기라는 것에 맛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에겐 2006년<화려하지 않은 고백> 2008년 <잠복근무>등 제법 굵직한 단편 작품에 출연해왔다.

그는 올해 단편영화 <변신이야기>에서 주인공을 해코지하기 위해 무조건 쫓는 '낯선 남자'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라이터스 블록(Writer's Block, 창작 아이디어가 막히는 현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조깅하는 어느 여인을 흠모하는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쫓고 쫓기며 혈투를 벌이는 액션 요소에 등장인물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일종의 판타지도 가미되어 있다.

<변신이야기>는 올 5월에 열린 서울세계단편영화제에서 연출상을 받았고 지난 6월에 있었던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본선 진출한 작품이다.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한 가운데 해당작품은 올 7월 14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미국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본선에도 올랐다. 동현배 역시 영화에 대해 만족을 보이면서 "코믹부터 액션 스릴러 등 온갖 장르가 다 들어있는 작품이다"라고 촌평했다.

"캐릭터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성격은 원래 장난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선하게 다가갔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걸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직업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요. 혼자서 '이 친구는 장기를 매매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인형을 사가지고 와서 찔러보기도 했고요. 원랜 대사가 거의 없는 인물인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애드리브로 채우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계속 단편영화를 찍고 있는데 제가 버틸 수 있는 자산이 바로 단편영화입니다. 유명한 배우가 된다고 해도 단편은 하고 싶어요. 큰 작품이 많이 들어오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제가 초심을 잃었을 때나 어려울 때 단편영화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시 태양은 태양이더라"...선배 이병헌 같은 포스 갖고파

 영화 <변신 이야기>에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인 낯선 남자 역을 맡은 배우 동현배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운 날임에도 그는 지친 내색 하나 없이 촬영에 임했다. 사진촬영이 제일 어렵다면서 자신의 표정이 어색하지 않나 매번 되묻기도 했다. ⓒ 이정민


"고등학교 때 그룹사운드 하면서 인디밴드를 하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이 반대했어요. 그래도 무대를 맛봐서인지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진로를 고민하면서 생각이 든 게 넥타이를 메고 출근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이리저리 상담하던 가운데 그룹사운드를 담당하셨던 선생님이 연극영화과를 추천했어요. 굳이 배우가 되지 않더라고 가보라면서요."

무대의 마력은 너무나 강렬했다. 동현배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보이는 즐거움을 알고 자신의 길을 정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학과를 두 번의 도전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아무래도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형제들의 어렸을 땐 어떤 모습이었을까?

"제임스 잉그램의 'Just Once'란 노래가 있는데 동생이 후렴구에서 못 올라가던 걸 내가 다 소화했었어요. 동생은 변성기였거든요."

 영화 <변신 이야기>에서 이중성격을 가진 양아치인 낯선 남자 역을 맡은 배우 동현배가 5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공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기작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작품에 대한 인터뷰를 제대로 하고 싶다" 그는 당차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 이정민

'형만한 동생 없다'고 아무래도 그는 동생보다 더 자신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후 연습생 시절을 거쳐 인기 아이돌로 데뷔한 동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 역할을 할 때 아무리 해도 안무가 안 짜지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에게 음악을 들려주면서 짜 보라고 했더니 두 번 듣고 멋지게 만들어내더라고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어요."

동생과 다른 분야를 걷고 있는 동현배도 동생과 같은 탑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애니메이션 더빙까지 다 해보고 싶다"며 그는 연기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관객에게 제 진심을 제대로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제였는지 학교 후배가 절 보고 영락없는 캐릭터 배우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짐했습니다. 내 얼굴에서도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요. 방에서 두 시간 동안 제 얼굴만 봤어요.

이 얼굴에서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병헌 선배처럼 여심을 흔들면서도 남자는 물론이고 후배들에게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동현배 태양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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