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몹 참가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였던 한국 언론들

플래시몹 참가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였던 한국 언론들 ⓒ 박성우


"하도 언론에서 떠드니까 지나가던 길에 궁금해서 들러 봤는데 정말 심하네요. 한국 언론들이 너무 과장 보도한다는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일종의 서양에 대한 콤플렉스로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플래시몹 현장에서 만난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걱정했다.

사실 이번 행사의 문제점은 준비과정이나 실행에서 현지 팬들의 자발적 모임에 국가 기관인 현지 한국문화원이 과도하게 개입하여 정확치 않은 언론 보도를 조장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한국 언론들 역시 비뚤어진 애국심 즉,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유럽에서의 신한류 확산' 담론에 무책임하게 일조하고 있다.

한국 언론 K팝 띄우기 너무 심했다

'YG를 영국으로! 7월 9일 런던에서 YG 공연 요구하는 시위 열린다' (스포츠 조선 6월 27일자)
'YG 소속 가수들 런던서 공연해 달라' (동아일보 6월 27일)
'YG를 영국으로, 유럽팬 런던서 대형 시위 예고' (마이데일리 6월 28일)
'공연 요구 플래시몹, 세계 K팝 팬들 공식으로 정착' (헤럴드 경제 6월 28일)
'2NE1-빅뱅을 영국으로' 전 세계로 번지는 한류시위' (MBC 연예투데이 6월 28일)

이번 플래시몹은 행사 전부터 한국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위 기사들처럼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K-POP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의 신한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했다며 앞 다투어 이 행사의 예고 기사를 보도했다.

실제 현장에는 행사 참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한국 언론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예상보다 현격히 적은 참여자들에 실망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 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행사 일정, 이동 동선, 행사 진행 방식, 심지어 기자 회견 대상자와 참석자 등 모든 것을 문화원에서 미리 알고 조율했음이 쉽게 파악됐다.

 한국문화원과 YG엔터테인먼트에서 공동 주최한 K-POP 콘테스트 홍보 사이트

한국문화원과 YG엔터테인먼트에서 공동 주최한 K-POP 콘테스트 홍보 사이트 ⓒ 영국 한국문화원

얼마 전 만났던 추규호 주영대사부터 원용기 영국문화원장까지, 모두 현지 한류의 성공에 대한 엄청난 성과와 자긍심을 강조했다. 실제 문화원의 주요 업무 보고서엔 K-POP 홍보와 이벤트에 대한 내용이 현지 공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기재되어 있었다.

물론 대중문화의 홍보는 해외 한국 문화원의 역할임이 분명하지만 특정 거대 연예 기획사와 지나치게 공조하여 성과주의의 K-POP 홍보에 치중하는 것이 해외 주재 국가 기관으로서의 적절한 역할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문화원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행사가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런던 한국문화원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행사는 팬들에 의한 순수한 자발적 행사일 뿐, 문화원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고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행사 주최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행사 주최자 "문화원에 의해 일이 커졌다"... YG측 "신한류, 지켜봐야 할 듯"

이번 행사의 주최자인 김경민(Kathy Kim, 17)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원래 우리끼리 조용히 하려고 했는데 문화원에 의해 일이 갑자기 커져버렸다"며 이처럼 많은 한국 언론의 등장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민 와 9년째 옥스퍼드에 거주한다는 김씨는 이미 2월 문화원 주최의 K-POP 나이트 행사에 자원 봉사로 참여했고, 지난 6월 문화원과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한 K-POP 콘테스트 행사에서는 코디네이터를 맡아 실무를 진행하는 등 문화원과 지속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이번 플래시몹 행사의 주최자인 김경민씨

이번 플래시몹 행사의 주최자인 김경민씨 ⓒ 박성우


심지어 이번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방문했다는 YG측도 현지 분위기에 대해 헷갈려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만난 박헌표 YG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런던 한국 문화원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며 "곧 있을 템즈 페스티벌에 YG측의 참여를 원하는 것 같아 현지의 열기를 확인 차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YG의 관계자는 오히려 기자에게 영국에서의 한류에 대한 정확한 현실을 물으며 "5명의 YG 직원들이 1주일 전 런던에 도착해 신한류의 현실을 확인하고 있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결국, 영국 혹은 유럽에서의 신한류는 한국 문화원과 일부 한국 언론에 의해 벌써부터 '신분상승'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진정한 실체는 YG 담당자의 솔직한 말처럼, 앞으로 꾸준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문화원에 전시돼 있는 YG 소속 가수들의 대형 실물 크기 브로마이드

한국문화원에 전시돼 있는 YG 소속 가수들의 대형 실물 크기 브로마이드 ⓒ 박성우


덧붙이는 글 박성우 기자는 영국 런던에서 미어디학을 공부중입니다.
신한류 YG 빅뱅 런던플래시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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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문화연구자. 지역의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함. 10여년 전 유학시절 <오마이뉴스>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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