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MBC `PD수첩`의 최승호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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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CBS `우리가 사는 세상` 정혜윤PD의 답변을 들으며 웃고 있다.

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CBS `우리가 사는 세상` 정혜윤PD의 답변을 들으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시사 PD계의 엿장수(<PD수첩> 최승호 PD)가 떴다. 최단시간 100만 안티 양성자(<나는 가수다> 신정수 PD)는 씩씩했다. 스타킹 마니아(CBS 라디오 <우리가 사는 세상> 정혜윤PD)도, '개념배우' 김여진의 남자(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만 PD)도 당당했다.

'딴지총수' 김어준은 물었다. "MB 정권이 집권한 이후 프로그램 만들기가 달라졌습니까?" 물음이 식상하다고? 드라마와 예능,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PD들의 답은 각기 달랐다. 누구는 시청률을, 누구는 외압을, 누구는 또 소통을 논했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 PD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3일 오후 7시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크콘서트 '나는 PD다'에서다. 진행을 맡은 김어준씨는 차례로 무대에 오른 KBS <추노> 곽정환 PD,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정찬형 PD, CBS <우리가 사는 세상> 정혜윤 PD, KBS <추적 60분> 허양재 PD, MBC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PD, EBS <지식채널e> 김한중 PD, SBS <최후의 툰드라> 장경수 PD, MBC <PD수첩> 최승호 PD에게 성역 없고 거침없는 질문 폭탄을 날렸다. 수위는 이 정도다. 

"MBC 김재철 사장과 KBS 김인규 사장 중 누가 더 바보 같습니까?" (김어준)

"지금까지 놓고 보자면, 아무래도 형님(?)이 좀 더 낫지 않을까. 굵고 짧은 건 이르다. 아직 승부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단은 정권이 끝날 때 해야 하지 않겠나." (허양재 PD)

"제가 MBC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사장님이 더 바보죠. 이거 트위터에 100% 올라 갈 것 같은데, 올리면 다음부터 저 못 볼 겁니다(웃음)." (김진민 PD)

"방송이라는 전문적인 곳에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정치라든지 더 넓은 곳에 가셔서 역량을 발휘하면 좋지 않을까? 하루빨리 본인들에게 어울리는 곳에서 기여를 했으면 싶다." (최승호 PD) 

시사 PD들은 이렇게 말했다

김진만 PD와 사회자 김어준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나는PD다> 토크콘서트가열리고 있다.

▲ 김진만 PD와 사회자 김어준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나는PD다> 토크콘서트가열리고 있다. ⓒ 이정민


스타 PD들의 말말말
"외우세요, '7.1', '8.3', '9.3'."(정찬형 PD, 최근 <손석희의 시선집중> 시청률이 상승세인데도, 시청률이 빠지고 있다는 논리로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를 하차시킨 것에 대해)

"저는 '순교' 이런 말을 좋아해요." (정혜윤PD, 작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는데, 실제로 대통령이 사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질문은 많이 했는데, 답은 많이 안 해준다. 답을 안 해줘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허양재 PD, '4대강'편 취재 당시 정부나 공사 현장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다행히 프로그램을 하나 잡았는데, 앞으로 여파가 있을 듯하다. 불편하니까."(김진만 PD, 활발하게 사회 현안에 참여하고 있는 아내 김여진의 상황에 대해)

"임재범의 존재감을 의식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신정수PD, 임재범 하차 이후 프로그램이 느슨해졌다는 평가에 대해)

"교양 없는 것들이 꼭 정치를 읽어요."(사회자 김어준, <지식채널e> '공짜밥' 편의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이번 '나는 PD다' 콘서트는 소위 '핫'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었던 현직 PD들이 출연한 만큼 외압에 흔들리고 있는 공중파 방송국의 현재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00년부터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연출했던 정찬형 PD는 특히 현 정권과 김재철 사장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사회자 김어준이 "김미화를 하차시킨 사건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재철 사장이 직접 관두라고 했다"며 "요즘 인터넷 검색으로 열심히 '경쟁력'이란 단어의 뜻을 찾고 있다. 그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잘랐다고 하는데, 시청률 잘 나오고, 광고 잘 팔리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퇴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정찬형 PD는 "이렇게 되면 오래 한 손석희씨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김흥국이 선거에 참여한 것은 팩트의 문제고 김미화씨는 신뢰도의 문제 운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분개했다.

'천안함'편으로 징계를 받고, 작년 말 '4대강 편'이 '불방'되기도 했던 <추적 60분> 허양재 PD는 "조만간 천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면서 "(사측이) 배려를 많이 해 줘서 리셉션 예산을 절반으로 줄였고, 다음 주 화요일 예정된 기자 간담회도 배려 차원에서 취소해 줬다. 배려를 참 많이 해 준다"며 KBS 운영진을 비판했다.

한편 <PD수첩>에서 강제 하차당한 최승호 PD는 현재 주부 대상 아침 방송의 외주 제작사 관리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왜 하필 MBC가 집권 후반기에 이렇게 휘둘리나"는 질문에 "KBS의 경우 이 정부 들어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는 일에 성공했고, 이병순 사장을 일사천리로 임명했다. 반면 MBC는 방문진의 대주주들이 이전 정권 때 임명된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방에 깡그리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PD는 "그 후 이사진이 교체되고 김재철 사장이 오면서 (외압의) 수위가 높아지고 결국 제작진에게까지 오게 됐고, 지금 최고 수위에 달해있다"며 "거머리처럼 뭉쳐져 있는 권력과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해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PD수첩>과 같은 강력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외압과 시청률을 넘어 소통으로

 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EBS `지식채널e`의 김한중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PD연합회 주최로 3일 저녁 서울 신촌 소통홀에서 열린 `나는PD다` 토크콘서트에서 EBS `지식채널e`의 김한중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또 이날 콘서트에서는 평소 쉽게 만나 접해 볼 수 없는 PD들의 속내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공짜밥' 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지식채널e> 김한종 PD는 "무상급식 논쟁이 한참 뜨거울 때 편향적인 아이템을 제작했다는 오해를 받았다"면서 "여든 야든 무상급식 수혜자인 아이들의 인권 문제는 공감을 했다. 방송 후 반응이 뜨거웠는데 난데없이 한 달 후에 누군가 방통위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진민 PD는 '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면 실제 출연 기회가 줄어드느냐'는 질문에 "완급하게 표현하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며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을 언급해서 사회적 파장이 인다면, 피디든 작가든 회의석상에서 '좀 그렇지 않느냐'는 얘기가 오고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작년 방영된 <추노>로 시청률과 비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곽정환 감독은 "드라마는 세상과의 '소통'"이라며 "PD가 되고자 한 이유도 그 '소통' 때문이었다. 이 정부 들어 더욱 더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수 PD는 종편 이후 스타급 PD들의 이적에 대해 "가는 회사는 중앙과 tvn으로 정해져 있다. 두 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이 피디들에게 메리트를 준 것 같다"면서 "반면 조선과 동아의 종편은 3년 이내에 망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는PD다 나가수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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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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